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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에세이] 돈 버는 것은 기술이고 돈 쓰는 것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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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에세이] 돈 버는 것은 기술이고 돈 쓰는 것은 예술인가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19/07/15 11:58 수정 2019.07.15 12:25

어느 기업가가 ‘돈 버는 것은 기술이고 번 돈을 쓰는 것은 예술’이라고 했다. 저런 명언(?)을 보면서 왠지 일말의 거부감이 들었다.

기업한테 기술이 그것도 경쟁력이 높은 첨단 기술이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는 건 맞다. 심지어 뉴밀레니엄이 열리면서 정보까지 돈이라고 했는데 벌써 그 훨씬 전에 기술은 곧 돈이라고 했었다. 물론 상품가치로서의 기술인 소프트웨어는 비단 상품생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경영에는 만드는 기술 외에도 파는 기술이나 관리하는 기술이 돈을 잘 벌리게 하는 수준으로 필요하며 심지어 용병기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저 모든 기술이 다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에 의해 그 사용가치나 성과가 좌우되는 것이므로 기술 그 자체가 곧 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내가 기술이 곧 돈이라고 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것은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얼마나 실용적으로 돈이 벌리는 일에 땀을 흘렸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치열한 우주탐사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술들은 고도의 첨단을 자신하여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을 이렇다 할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쓰고만 있다. 저들에겐 첨단기술이 있으나 그 기술을 가치 있게 이용하는 경제마인드는 부족한 것이다.

돈을 번다는 것은 농사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농사기술이 수확을 더 많이 올리는데 필수요건은 될지언정 그 기술이 곧 돈이라고는 할 수 없듯이 기업이 돈 버는 것이 기술이란 주장은 과장된 표현이다. 상품가치 없는 기술도 얼마든지 있다. 
굳이 기업이 돈을 버는 능력을 표현한다면 기술, 원가를 포함한 상품경쟁력, 마케팅경쟁 우위수단, 경영능력, 재무견실도, 인재, 책임정신, 효율적인 협동 같은 여러 가지 돈 버는 수단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shutterstock

뿐만 아니라 기업이 번 돈을 예술적으로 쓴다는 표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멋진 부자답게 (a cool rich) 돈을 쓴다는 것을 강조하느라 예술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돈을 쓰는 게 결코 예술적일 수도 없으며 예술 하는 것처럼 써서도 안 되는 것이다.
기업이 번 돈이라면 이른바 기업이익인데 그게 피땀 흘려 수확한 산물로 얼마나 피와 같이 소중한 것인데 예술 하듯 쓰다니 가당치 않다.

예술은 고귀한 인명을 밟고서라도 불후한 명작으로서의 존재를 지향해야 하지만 기업이익은 저런 예술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예술이 곧잘 희생시키는 인간의 생존을 지탱하는데 수혈하는 것처럼 쓰여야 한다.

번 돈을 쓰는 것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이상적인 게 아니라 외경한 삶을 지탱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행동이다. 멋지게 쓰는 게 최선이 아니라 가치 있게 써야 하는 것이다. 그건 사명이고 도덕이며 선행이다. 설사 정직하게 번 정재가 아니라도 그것이 종업원의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가난의 노예처럼 살지 않고 범속한 안전과 행복과 평화를 유지하는 힘이 될 수만 있다면 기업은 이익을 올바르고 가치 있게 나누고 사용한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버는 것은 다분히 투쟁이고 그것을 쓰는 것 또한 생존을 위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결코 기술적으로 벌고 예술적으로 멋지게 쓰는 전리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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