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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기업은 지금 팔풍받이 싸개통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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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기업은 지금 팔풍받이 싸개통 신세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19/07/31 17:09 수정 2019.07.31 17:23

지금 기업의 처지란 사방의 온갖 된 바람을 다 타는 팔풍받이에다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욕을 먹는 싸개통 신세로 고달프고 처량하기가 가긍한 지경이다. 어쩌다 기업하기가 저리도 가시밭 길 가는 형국이 되었는지 안타깝다.

평생을 기업이나 기업관련 일로 소종래(所從來)를 쌓으며 만고풍상을 겪은 나인데도 요즈음의 주눅 든 기업의 처지를 생각하면 한심하고 답답해 연민을 금할 수 없다.
지금 기업은 진종일 먹고 착유기에 젖이나 물릴 뿐 허구한 날 울안에 갇혀 사육되는 젖소처럼 기업하는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기업하는 쏠쏠한 재미란 돈 버는 즐거움이요, 개처럼 번 돈 정승처럼 부티 나게 쓰는 행세요, 그 돈 가지고 좋은 일에 쓰는 보람에서 맛보고 생긴다. 그런데 우리네 현실에선 기업이 그 세 가지 재미를 누리기가 영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돈 버는 것은 가시밭길이고, 번 돈 가지고 부티 나게 행세하기는커녕 난무하는 질시 세례에 무슨 죄인이라도 된 듯이 전전긍긍하며, 들개 무리에 잡힌 가젤처럼 애면글면 남긴 이익을 이리 저리 뜯기고 나누라는 겁박 때문에 어마지두 자선 같은 보람에다 마음을 두지 못한다.

기업은 해마다 농사짓는 숙전(熟田) 같아서 할 일과 걸리는 일이 하도 많은 탓에 비위를 맞춰야할 상전 또한 많고, 항우장사도 걸려 넘어졌다는 댕댕이덩굴처럼 기업이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행정규제가 도처에 널려 있다. 당최 그 놈의 올무 때문에 기업은 생가슴을 앓고 무진 애를 먹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하려면 기생 뺨치는 너울가지도 팔고, 지뢰밭 걸어가듯 설설 기어야 한다. 거기엔 알량한 권한을 휘둘러 재물을 뜯는 크고 작은 글겅이들이 가을 독사처럼 돈독이 올라 도사리고 있어 기업은 행여 물릴까봐 신경 쓰느라 기업하는 재미 같은 건 챙길 여유가 없다.

기업하는 재미에다 찬물을 끼얹는 것은 골동품 가게에나 가 있을 ‘반 기업정서’다. 이 용어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 ‘반 재벌정서’라면 혹 모를까 기업을 원수처럼 여겨 무슨 포한을 풀고 무슨 유익한 걸 얻을 수 있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세상에 기업을 구박하고 물 먹여 발전한 나라는 없다.

기업이라는 법인격은 본질적으로 부도덕하거나 부정한 게 아니다. 기업에 악감정을 품고 증오의 돌을 던지는 것은 순전히 거기 사람들의 부정직과 부정, 불공평 같은 잘못 때문이고 그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시스템의 모순 때문이다. 특히 재벌총수나 사주나 기업의 주인이라는 사람들 중에 부패한 이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엄격히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나쁜 기업보단 좋은 기업이 더 많으므로 나쁜 기업의 부패한 토양에서 자라 퍼진 반 기업정서라는 바이러스가 좋은 기업들의 기업하는 재미를 말리는 것은 백해무익한 횡포다.

지금 기업은 대명천지에 팔풍받이로 욕을 먹는 싸개통 신세다. 그런 신세는 대물림이다. 대기업은 변함없이 부정을 저지르고 정경유착을 하며 치사한 ‘갑’질에 여론의 뭇매질을 자초한다.

일찍이 지금처럼 기업하기 고달픈 적이 없었다. 기업은 지금 가시밭에 떨어진 씨앗처럼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쳐야하고 불볕에 초원을 찾아 먼 장정에 나선 들소 같이 말할 수 없이 고달픈 처지다. 기업이 치르는 시장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가와 품질과의 싸움,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간과 비용과의 싸움, 정보전쟁, 노사 간 갈등 등 모두가 힘든 싸움이다. 그런 싸움을 제대로 치르려면 영일이 없으며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어떤 희생도 기꺼이 감수해야 하므로 경쟁하고 싸우느라 기업은 말할 수 없이 곤핍하다.

소비자가 왕인 시장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업은 고객만족경영 하느라 어지간히도 고달프다. 매사가 고객중심 이어야 한다는 그 패러다임이 주는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시골 닭이 관청 닭 눈깔을 빼먹는다고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촌닭이 아니고 이익 챙기는데 도사여서 기업은 종이로소이다 서비스를 해야 한다. 변덕이 팥죽 끓듯 하는 소비자의 비위를 맞춰 주머니를 열게 만든다는 서비스가 어디 보통 힘들고 고달픈 일인가.

기업들은 언제부턴가 ‘글로벌 船’을 타고 돈 벌기가 훨씬 수월하고 이익도 많이 나며 대접도 받는 외국으로 훨훨 떠나갔다. 그들 중엔 기업하는 쏠쏠한 재미를 누리며 기업을 키운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 또한 있는 법, 기업의 빠른 글로벌화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업세계의 사막화’ 현상은 가속되었으며 ‘고용창출의 탄력 상실’이라는 부작용도 생겼다.

그런저런 환경요인과 사정 때문에 지금 우리네 기업은 기업 특유의 미덕을 상실해가고 있다. 명예심, 공존공영정신, 덕성, 주인정신 같은 정신적 가치가 상실되었거나 변질된 것이다. 기업의 처지가 저처럼 딱하고 답답한 처지라면 기업이 우리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 가를 생각해 각별한 관심과 이해로 기업하는 재미를 살리도록 성원해야할 것이다.

재미란 별다른 게 아니다. 성과요 보람이며 즐거움이다. 기업해서 돈을 버는 게 성과요, 성장 발전하는 게 보람이며, 땀 흘려 성취한 성과 가지고 서로서로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즐거움일진데 그거 마음 놓고 하게 만들어 주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기업하는 재미가 있어야지 가정이고 사회이고 국가고 다 발전하고 잘 살 수 있는 것이지, 걸핏하면 기업을 싸개통 취급에다 오둠지진상을 처대서 기업하기 재미없다 하게 만들면 무슨 득 될 게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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