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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경영 귀재는 존재하는 가..
오피니언

[기업에세이] 경영 귀재는 존재하는 가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19/09/19 08:16 수정 2019.09.19 08:32

귀재가 귀신같은 재주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면 기업은 만금을 들여서라도 그런 인재를 모셔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런 귀재가 존재하는가.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다 보면 뛰어난 전문경영자를 그리워하게 됨은 이상할 게 없다. 가끔씩 이긴 하지만 ‘신화적인 경영’을 한다는 이른바 ‘경영 귀재’가 화제가 되고는 한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스타급 경영자는 하도 많다. 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진정 귀재 경영자가 있어 그런 사람으로 기업을 경영하게 할 수만 있다면 그 기업의 장래란 탄탄대로이리라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기업에서 일생을 보낸 나로서는 경영성공을 ‘신화적’이라 표현하는데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처럼 경영 귀재가 있다거나 필요하다고 믿지 않는다. 경영의 심오하고 복잡한 원리를 이해하고서는 경영에 신화적인 기적 같은 것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며, 피땀 어린 고도의 협동이 귀재에 의한 지도력보다 훨씬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경영에 필요한 무서운 힘은 한, 두 사람의 귀재에 의해서이기보다는 다수에 의한 훌륭한 협동에서 창출된다. 경영이란 용맹과 무술이 뛰어난 장수의 필마단기 싸움이 아니며 일당백의 신기神技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이 결코 아니다.

큰 나라 이름 없는 시골의 한미한 집안에 태어난 유비劉備가 제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기적적인 신화가 아니었다. 천하 제패의 그 위업은 병사의 시체로 헤아릴 수 없는 산이 서고, 피로 강을 이루며, 승리와 패배를 수없이 거듭한 처절한 싸움으로 쟁취한 것이었다.

그것은 유비 개인의 능력과는 무관한 지략이 뛰어난 군사軍師 제갈공명과 용맹한 장수들과 기라성 같은 현신賢臣들과 충성스러운 장졸들 덕분이었다. 그는 정략과 권모술수에 있어 장량張良에 뒤떨어졌고, 용병과 작전에 있어서는 한신韓信에 어림없었으며, 정치수완에 있어서는 소하蕭河만 못했다. 실로 일기당천의 용장들과 제제다사 현신들의 멸사봉공하는 충성과 무수한 병사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제왕의 자리에 오르기는커녕 진즉에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경영이 능력이 탁월한 경영자에 의해 그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을지라도 어느 귀재의 우수한 리더십만으로 신화적인 경영성공을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은 개인마다 다른 능력과 기술을 소유한 사람들이 모여 목표에 맞춰 제각기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공동체이고 그 협동의 산물이 경영성과로 결실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신화적인 기업발전을 달성했다 칭송 받는 일본의 마쓰시다나 토요타, 혼다의 창업주들을 경영 귀재라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들이 훌륭한 기업가로서 존경 받는 것은 귀재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평범한 사업가임을 알고 자신에게 부족한 분야의 전문가를 경영 파트너로 영입해 전적으로 신뢰하고 맡김으로써 그 지혜로운 상호보완적 협동경영에서 분출된 무서운 추진력 때문에 놀라운 경영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일류 기업의 성공 사를 보면, Sony는 이부카다이와 모리타 아키오가, Toyota는 이시다 타이조와 가미야 세이타로가, Honda는 혼다 쇼이치로와 후지사와 다케오가, Microsoft는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Google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HP는 휴릿과 패커드가 두 기둥으로 지어 성공 시킨 기업이다.

우수한 경영이 경영자의 탁월한 능력만으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유명기업의 성공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일등 가는 기업을 만들었다하여 ‘경영 귀재’로 불리는 GE회사의 잭 웰치 회장은 언젠가 비즈니스 위크 지에서 ‘잭 웰치는 다른 경영자를 평가하는 황금 기준이다.’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로 자타가 인정하는 경영의 사표였다.

그는 화학부장 출신으로 무슨 신통한 경영기술을 부려서가 아니라 지치지 않는 열정과 빛나는 도덕성으로 장장 이십여 년의 헌신을 통해 기업의 성공과 개인적 영광을 이룩했다.  그가 험난한 최고경영자의 길을 갈 때 동행한 에너자이저는 저 유명한 ‘워크아웃 전사 Workout Warrior’들이었다.

그들이 경영혁신의 전사로 나서지 않았던들 GE의 놀라운 성장발전은 성취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재임 중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경영철학은 GE가 자랑하는 ‘학습문화’였는데 그는 항상 남과 부하들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기를 즐겨 했던 것이다. 그가 “가치 있는 아이디어라면 서슴지 말고 표절하라!” 한 말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영자로서의 카리스마가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코 경영 귀재 소리를 듣는 자만심이나 유아독존 식 독선경영을 한 적이 없다. 한때 요란스럽게 경영 귀재라 온 세상이 화제 삼았던 클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 회장이 허무하게 퇴장하게 된 것은 영웅의 등장을 희구하는 사람들이 성급하게 붙인 ‘귀재’라는 명성이 허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며, 혼다 소이치로 회장이 경멸했던 그의 부도덕성 때문이었다.

탁월한 경영자에 있어 능력 못지않게 반드시 갖춰져 있어야 하며 중요한 것은 경영자다운 덕목이요 정의로운 열정이며 소유에 대한 겸손함과 기업에 대한 의로운 애정이다.

그러므로 경영의 어떤 신화나 귀재를 기대하지도 만들려 꿈꾸지도 말아야 한다. 일꾼들이 땀 흘려 일하지 않으면 알찬 수확이 불가능하며, 시장에서 죽기로 싸워 경쟁에 이기지 못하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만고불변의 진리를 믿고 그 실천에 진력하면 족하다.

유익하고 가치 있는 협동이 중요하지 우수한 경영자가 스타처럼 빛나는 게 중요치 않다. 귀신같은 석공石工으로 돌부처는 조각할 수 있어도 제구실을 제대로 해내는 기술을 지닌 목수, 미장이, 화공을 고루 모아 부리지 않고서는 그 부처를 모실 법당을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위대한 승전보를 울리게 만든 전공자는 훈장을 주렁주렁 단 장교가 아니라 들판에 묻힌 전사들이며, 좋은 기업을 만드는 역군들이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이 아니라 공장에 근로자로, 시장에 판매원으로, 대양에 선원으로 땀 흘려 일하는 일꾼으로 가까이 있는 사원들이다.

기업이 누구에건 놀라운 기적을 행한 ‘모세의 지팡이’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이다. 모세가 기적을 행한 능력은 모세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이었을 뿐이다. 기업엔 모세나 기적의 지팡이 같은 건 없다. 더더욱 ‘돈 나와라 뚝딱’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를 귀신같은 재주를 가진 경영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적인 경영에 필요한 신념과 땀과 협동정신은 부족한 터에 턱없이 경영 귀재나 신화적인 성공을 동경함은 도적의 심보며 헛된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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