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WHO, 12개 고소득 국가 비교
ㆍ“한국이 가장 많이 과잉 판정”
ㆍ수술보다는 체계적 관찰 권고
“한국에서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여성90%, 남성 70%는 과잉진단의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여년 사이 부유한 나라들에서 갑상선암으로 판정받은 사람이 급증한 것은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과잉진단 탓이라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이탈리아 아비아노 국립암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 잉글랜드 등 12개 고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삼았다.
18일(현지시간) IARC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2003~2007년 갑상선암으로 판정받은 여성 중 한국은 90%, 호주·프랑스·이탈리아·미국 70~80%, 일본·북유럽국가·잉글랜드·스코틀랜드에선 50% 정도가 과잉진단의 결과로 추산됐다. 남성 역시 한국의 과잉진단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한국·프랑스·이탈리아는 70%인 데 반해 호주·미국은 45%, 일본·덴마크·노르웨이 등은 25% 이하에 불과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12개 나라에서 갑상선암 과잉진단을 받은 사람은 여성 47만명, 남성 9만명에 달했다.
연구진의 살바토레 바카렐라 박사는 “1980년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초음파 검사 장비가 도입된 이후 갑상선암 환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은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갑상선암 진단 사례 상당수가 어떠한 증상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냥 놔두면 그대로 사멸할 종양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 갑상선 전체 또는 부분 절제 수술을 하게 되고, 만성적인 통증과 호르몬 치료에 시달려야 한다. 연구진은 위험도가 낮은 종양일 경우 수술보다는 체계적인 검진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관찰할 것’을 권고했다. 크리스토퍼 와일드 IARC 소장은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의 급증은 이미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가 됐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중·저소득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갑상선암 과잉진단으로 인한 불필요한 수술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014년에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까지 결성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갑상선 관련 의학회 등은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갑상선암 조기진단이 필요없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반발해 현재까지 첨예하게 입장이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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