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은영 기자]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고 있는 장우재가 LG아트센터와 함께 제작한 신작 ‘불역쾌재’가 오는 6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연극 ‘불역쾌재’는 조선시대 문인 성현이 쓴 기행문 ‘관동만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으로,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으로 유쾌하고 통쾌한 삶의 깨우침을 위해 두 명의 스승을 소개한다.
‘기지’와 ‘경숙’은 왕의 스승이다. 이들은 연극의 배경이 되는 허구의 시대의 조선을 이끄는 두 정신적 지주로, ‘기지’는 과학자이며, 엄격한 분별력을 가진 스승이고, ‘경숙’은 예술가이며 인화와 포용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벗인 태보가 왕을 비판하는 책을 써서 처벌받고 죽게되는 상황에서 친구를 위해 단 한 마디의 변론조차 하지 못한다.
정치적 실세들은 태보에 대한 죽음의 책임을 두 사람 중 하나에게 묻기를 종용하고, 왕은 이들 중 하나를 선택키 위해 두 사람을 따로 불러 서로를 비방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케 한다.
금강산 구룡면 외팔담 폭포 뒤로 동굴이 있느니 없느니로 목숨을 건 내기로 떠난 여행이기에 사뭇 비장하지만, 거기에서 벌이는 두 스승의 행각은 기이하기만 하다. 티격태격하면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들은 스승의 면모는 볼 수 없고 가장 쪼잔한 소인배의 속내를 드러낼 뿐이다. 원칙도 없고, 부도덕하고 이기적이고, 공치사하고, 콩죽 한 사발을 두고도 양보하지 않는다.
또 이들을 지키기 위해 따라나선 호위 무사 회웅은 무사답게 이들을 지켜주기는커녕 제 때에 칼 한번 뽑아보지도 못하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설사병이 들거나 하면서 도리어 짐이 될 뿐이다.
기지는 금강산 폭포 뒤에 동굴이 있음을 알면서도 동굴이 없다고 ‘일부러’ 지는 내기를 걸고, 경숙은 적어 올리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될 것이 뻔함에도 ‘일부러’ 보고서를 쓰지 않는다. 그는 서책에 악보를 그려놓는다. ‘일부러’는 현실과 다른 ‘허구’를 만들어낸다.
‘경숙’과 ‘기지’ 역에는 100여 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해 온 관록의 배우 이호재와 오영수가 출연하고, 왕 역에는 ‘푸르른 날에’ 등에 출연 한 바 있는 이명행이, 순수무사 회웅 역에는 배우 최광일이 함께한다.
두 명의 사관 역에는 윤상화와 김정민이 출연한다. 이들은 ‘환도열차’의 주역으로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바 있다. 이 외에 조판수, 마두영, 김동규, 이동혁 등이 출연한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우재는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려 절박한 상황에 처한 두 대감이 문제를 풀기보다는 뜬금없이 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면서, “현실을 살아가면서 우리를 난감하게 만드는 수많은 질문들을 보다 여유롭게 생각하고 바라보자는 의도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삶에서 우두움과 밝음이 같이 있음에도 우리는 종종 밝음을 잊어버린다”면서, “‘불역쾌재’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처럼 어두운 세상을 뒤집어서 밝게 보려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영 기자, wey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