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은영 기자]초기 간암은 증상이 없다. 복부 통증이나 덩어리 만져짐, 복부팽만감,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등은 간암이 상당히 진행해야 나타나는 현상이다. 많이 진행된 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별로 아픈 증상도 없었는데, 말기 간암이라니 말이 되느냐”라는 것이라고 하지만,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까지 붙은 간은 병이 생기더라도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 초기에는 물론 중기에도 거의 증상이 없다.
이처럼 증상도 없는 간암을 어떻게 초기에 진단할 수 있을까? 좋은 방법이 있다. 가까운 병.의원에서 간단한 혈액검사를 하면 자신의 간암의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암의 원인인 B형,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았는지, 술이나 비만 등 다른 원인에 의한 만성 간염 상태는 아닌지 등을 점검하면 된다. 점검 결과 위험 요소가 없다면 특별히 간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반면, 간암의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와 함께 주기적으로 간암 검진(간 초음파 검사 및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을 하면 간암이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발견해 완치시킬 수 있다.
# 간암은 간염과 관계가 깊다던데...
각종 암마다 나름의 특징적 원인이 있다. 간암은 B형 혹은 C형간염바이러스, 알코올 간염, 비알코올 지방간염 등이 주요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중 B형간염바이러스의 비중이 가장 크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간암의 70% 정도가 B형간염바이러스, 10%정도가 C형간염바이러스로 인한 것이고, 10% 정도는 술 때문이고, 나머지는 비알코올 지방간염, 선천성 간질환, 원인 불명 등이다. 이중 비만 등에 의한 비알코올 지방간염은 아직은 그리 많지 않으나 비중이 점점 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간암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간염바이러스나 술이 원인이 되어 간암이 발생하기까지는 20-30년 정도의 오랜 기간이 걸린다. 급성 간염으로 시작해 만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되고, 최종적으로 간암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흡연, 음주, 비만, 간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약물의 복용, 잘못된 민간요법 등의 요소가 더해지면 간암 발생이 촉진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위험 요인들을 차단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 혈관종이나 물혹도 간암으로 진행하는지...
혈관종은 간에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 종양이다. 여성에게 더 많이 생기는데, 왜 그런지는 아직 원인을 알 수 없다. 대부분 증상이 없으나 크기가 5cm 이상으로 자라면 복부 불펀감이나 복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혈관종에서 출혈이나 파열이 발생하면 응급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혈관종은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 관찰만으로 충분하다. 크기가 계속 커지고 증상들이 생길 때는 수술로 절제하기도 한다.
물혹, 즉 낭종도 간에 생기는 대표적인 양성 질환이다. 낭종의 대부분은 단순 낭종으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종양이 아니다. 이런 낭종은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평생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낭종에서 출혈이나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나, 잘 치료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간에서 발견된 낭종이 단순 낭종이 아니고 종양성 낭종이거나 콩팥(신장) 낭종에 동반되는 다낭종성 질환일 수도 있다. 이때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혈관종이나 물혹이 간암이 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혈관종이나 물혹으로 진단됐던 것이 나중에 간암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드물게나마 있다. 이는 초기 간암이 초음파 검사나 CT 검사에서 이들 양성 종양과 같은 형태를 보이다가 차츰 진행되면서 모습이 달라지는 경우이다.
특히 B형 혹은 C형간염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환자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에게 이 같은 일이 생길 위험이 더 높다. 따라서 처음 진단된 혈관종이나 물혹은 몇 개월의 간격을 두고 추적 검사를 해서 혹 암이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간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가장 무서운 암인 간암은 사실 가장 예방하기 쉬운 암이다. 다른 암들은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 예방 조치를 하는 일이 어렵지만, 간암은 원인에의 노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차 예방과, 일단 위험 요인이 생겼다 하더라도 간암으로의 진행을 중간 단계에서 차단하는 이차 예방이 모두 가능하다.
일차 예방의 핵심은 B형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 접종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특히 B형간염바이러스를 보유한 임산부는 출산 전에 전문의와 상의해 필요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C형간염바이러스는 백신이 아직 없는 만큼 환자의 혈액에 오염된 주사기나 바늘로 정맥주사를 맞거나(마약 주입 포함) 그러한 바늘에 찔리는 것,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묻은 침술을 받거나 문신 바늘로 시술 받는 것, 환자의 체액에 노출되는 것 등이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알코올로 인한 간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최근에는 비만에 의한 지방간 질환이 간암으로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체중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암의 이차 예방은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흔히 말하는 간경화)을 앓고 있는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해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다. 근래에 개발된 B형, C형간염 치료제가 일부에서 뛰어난 간암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으므로, 만성 간 질환이라고 그러려니 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간암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
간암 환자들은 음주에 대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환자의 간 상태가 비교적 찮아서 가벼운 음주 정도는 허용할 만하다 해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흡연 또한 폐암뿐 아니라 간암까지 유발한다는 사실이 근래 확인됐으므로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 균형 있는 식생활로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간에 좋다는 낭설이 나도는 이런저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주어 간 기능을 악화시킬 위험만 높이게 된다. 특히 암 발생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 성분을 함유한 건강 보조식품이나 민간요법 등은 피해야 한다. 기호 식품 중 커피는 비교적 부담이 없으니 즐겨도 좋다.
김은영 기자, wey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