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오종준 기자]오후 한때 비가 내리고 해질 무렵 비가 그쳐야 제대로 된 북성포구의 노을을 볼 수 있다. 비가 그친 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구름 사이로 울긋불긋 노을빛이 포구로 쏟아진다. 그럴 때면 노을이 피어나는 반대쪽 하늘에 간혹 무지개도 떠오른다.
북성포구는 인천역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다. 인천역에 내려 역 광장 오른쪽으로 가면 인천역 화장실이 있다. 그 앞을 지나 바로 우회전해서 걷다 보면 고가도로 아래 철로가 보인다. 철로를 건너 조금 더 가면 대한제분 인천공장 입구가 나온다. 그곳에 북성포구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대한제분 인천공장 입구에서 북성포구까지는 약 400m. 그 주변 풍경이 볼 만하다. 길가에 어망이 길게 놓여 있고, 갯골에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닷물이 차고 빠진다. 갯골 건너에는 원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멀리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검고 습한 갯벌과 흙빛 바다에서 피어나는 습한 기운이 공기마저 음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오래돼 빛바랜 포구와 검은 갯벌, 주변을 둘러싼 삭막한 공장. 낱낱이 떼어놓고 보면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져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북성포구는 노을이 피어날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홀한 풍경은 비 갠 뒤에 피어나는 노을이다. 그래서 인천에 비가 내리면 북성포구의 아름다운 노을을 기대해본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비가 그치면 역동적인 구름과 노을빛이 만들어내는 포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비 그친 뒤 북성포구의 노을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는 사진작가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촬영 포인트에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장착한 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기 위해 집중한다.
많은 사람들이 포구 중간에서 촬영을 한다. 포구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각도에서 북성포구를 바라볼 수 있다. 고깃배가 들어와서 배를 대는 포구 선착장으로 향한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곳은 또 다른 촬영 포인트다. 고깃배가 선착장에 배를 드러내고 기우뚱하게 서 있다. 그 앞에는 고기를 잡던 그물이 쌓여 있다.
북성포구는 1970년대 후반 연안부두에 어시장이 생기기 전까지 수산물공판장 등이 자리했던 대규모 어업단지였다. 지금도 북성포구 옆에 만석포구, 화수포구가 남아 있다.
북성포구, 만석포구, 화수포구는 다 한 바다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곳이자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글-사진/오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