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2016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측근들과 '불법 선거운동' 등을 벌인 혐의로 재판 중인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아 당선무효형을 가까스로 피하게 됐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라,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 전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16년 위탁선거법 적용 후 치러진 첫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위탁선거법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하지만 24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에서 "유죄 부분이 파기됐으므로 형을 다시 정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하면서 당선 무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 회장은 선거 전인 지난 2015년 12월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공모해 "결선투표에 누가 오르든 3위가 2위를 도와주자"고 약속했으며 최 전 조합장은 결선투표 직전 '김병원을 찍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의원 107명에게 발송했다. 또한, 투표 당일 함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탁선거법은 그동안 각종 비리로 '불법·탈법·금권선거'라는 불리던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의 조합장 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가 위탁 관리해 투명한 선거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적으로 2014년 제정됐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농협중앙회장 임직원 선거에서 후보자 이외의 제3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하며 선거 당일 선거운동도 금지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회장과 최덕규 전 조합장 사이에 결선 투표 연대 협의가 있었고 미리 문자메세지를 준비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들이 중앙회장 선거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 고의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해 김 회장은 300만원, 최 전 조합장은 2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 회장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 "이 선거는 위탁선거법 하에서 치러진 첫 농협중앙회장선거로서, 종래의 느슨한 규제 하에 이뤄졌던 농협 선거운동 분위기가 일부 남아있는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탁선거법에 따른 새로운 선거문화가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피고인으로서는 분명한 행위 기준을 세우기 어려웠을 것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은 김 회장은 남은 임기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임기를 마치는 것에 문제가 없으로 보인다. 최 전 조합장도 벌금 200만원으로 감형됐다.
전국협동조합 노동조합은 김 회장의 2심 판결에 대해 "설령 2심 재판부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선고를 했다손 치더라도 김병원 회장이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서 "이럴거면 법률이 정한 당선 무효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은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칙규정을 둔 것은 법률이 정한 금지규정 등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공명선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으므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당선의 무효를 벌칙으로 둔 것"이라며 "김병원 회장이 이 법이 정하고 있는 금지행위를 심각하게 일탈했다는 것이 공판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공명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당선 무효에도 미치지 못하게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은 분명히 중대 범죄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