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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꼼수' 경영권 승계 잰 걸음..
경제

한화, '꼼수' 경영권 승계 잰 걸음

한운식 기자 입력 2019/09/30 00:01 수정 2019.09.30 09:06
-한화시스템 IPO로 상속세 문제 해결
- 보복 폭행, 대마초 등 일탈史 걸림돌

[뉴스프리존=한운식 기자] 어느 집 재벌가(家) 아들 형제들 얘기로 시작할 까 한다.

막내아들은 잇단 술집 난동으로 호된 곤욕을 치렀다. 그 뒤에도 다른 술자리에서 변호사들을 향해 “너희 아버지 뭐하시느냐”, “날 주주님이라 불러라”고 막말하며 폭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비난 여론 때문에 막내아들은 적을 두었던 아버지 회사에서 나오게 된다. 올 초에는 독일에서 막걸리 집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기기도 했다. ‘재벌집 아들이 웬 막걸리 집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장차 자기가 물려받은 서비스 관련 계열사(호텔, 리조트, 백화점, 면세점 등)의 업무를 맡기 위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다.

둘째아들은 굳이 기억하자면 이른 바 ‘보복 폭행’을 떠 올리면 된다. 이 사건을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膾炙)되었다는 것. 지난 2007년 3월 당시 22세이던 둘째 아들이 북창동 클럽 종업원 일행과 시비가 붙어 다치자, 재벌 회장인 아버지가 자신의 경호원과 사택 경비용역업체 직원 등 다수의 인력을 동원해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는 자기 아들과 싸운 종업원 4명을 차에 태워 청계산으로 끌고 가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했다.

재벌 회장 아버지는 당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이 직접 폭력을 휘두른 혐의는 모두 부인해 더욱 논란을 키웠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영장실질심사에서야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고 한다.

둘째 아들의 일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14년 2월 법원(1심)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2010∼2012년 주한미군 사병이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대마초 가운데 일부를 지인에게서 건네받아 4차례 피워 검찰에 기소됐다.

뿐만이 아니다. 2011년 교통사고를 낸 뒤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가 적발돼 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 둘째 아들은 아버지 회사에 1년 뒤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상무 자리를 꿰차면서 경영권 승계의 보폭을 넓혔다.

그나마 젤 반듯한 쪽은 큰 아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저절로 나온 게 아니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들 3형제의 이름이 모두 동(東)자 돌림으로 시작돼 사뭇 헷갈리기도 하다. 장남은 동관, 2남은 동원, 3남은 동선인 것.

창업주 할아버지, 현 그룹 회장 아버지에 뒤이어 재벌 3세다.

이쯤 되면 어느 재벌 얘기인지 알 것 같은데. 바로 한화그룹이다. 맏형을 뺀 한화 3세들은 경영 성과보다는 이처럼 사건·사고로 더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에서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3세들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승계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6일 한화시스템에 대한 주권 상장예비심사 결과,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방위산업을 담당하는 시스템 부문과 정보통신기술 부문(ICT) 등의 사업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3세들의 승계 재원 마련을 위해 한화시스템의 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2.9%, 에이치솔루션㈜가 14.5%, 헬리오스에스앤씨(유)가 32.6%를 보유 중이다.

상장 후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 확대는 지분을 가진 에이치솔루션의 현금자산 확대로 이어진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는 한화시스템의 지분 14.5%의 가치는 약 1200억원 수준이나 상장 후엔 수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에 알려진 에이치솔루션이 보유중인 현금 자산은 현재 1조원 가량이다. 한화시스템 상장 후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금 자산은 대폭 늘어날 셈이다.

이에 재계에선 이를 실탄삼아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이라 예상했다. M&A를 통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확대되면 그룹 대표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한화와의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기준 ㈜한화의 최대주주는 22.65%를 보유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이다. 김동관 한화큐셀전무는 4.44%,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전 팀장은 1.67%를 보유 중이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상속 받아야 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를 높인 뒤 ㈜한화와 합병을 한다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

“결국 한화시스템의 상장은 상속세 재원과 그룹 경영권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히든 카드이다”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귀띰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방식이 정부 공정당국에게는 ‘꼼수’로도 비출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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