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9월 초 한국 유니클로 본사가 롯데물산이 운영중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롯데월드타워의 실적 부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가 오피스 분양 난항으로 인한 높은 공실률 해소를 위해 일본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상징인 유니클로까지 품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2일 유니클로의 한국 법인FRL코리아가 광화문 사거리 인근의 SFC 건물을 떠나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일본 기업으로 거론되는 두 기업의 긴밀한 관계가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에 부담을 느낀 롯데물산 관계자는 "한국 유니클로 본사는 지난해부터 사무실 이전을 추진했는데 롯데월드타워도 후보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며 "공간 효율성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서울 시내 여러 곳을 알아 보다가 최종적으로 롯데월드타워로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아 매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유니클로가 기존 사무실보다 임차료가 비싼 롯데월드타워로 본사 이전을 강행한 점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높은 임대 비용으로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공실률이 60%에 육박했다. 그나마 12월부터는 공실률이 30%로 떨어지면서 한 달 만에 오피스 분양 쾌거를 이룬 듯하나 실상은 다르다. 12월 말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한 기업 대부분이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롯데컬처웍스 등의 롯데 계열사로 공유오피스로서 경쟁력을 갖춰 공실률을 해소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롯데 계열사들의 롯데월드타워 공유오피스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롯데 e커머스는 1,000명이 넘는 임직원으로 인해 2개 층(25~26층)을, 롯데컬처웍스는 1개 층(27층)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상 롯데지주(17~18층, 20층)를 비롯해 롯데케미칼(14~16층), 롯데 MCC(14층) 등이 입주해있는 상황으로 자사 계열사를 제외하면 외부 기업은 스포츠 용품업체 '데상트코리아',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지식공유 플랫폼 '디쉐어', 화물 운송업체 '유코카캐리어스' 등 만 분양된 셈이다.
이에 올해 초 롯데월드타워는 수익성 개선 및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랜드마크로 자리하는 롯데월드타워의 상징성 및 타사와 차별되는 보안 서비스 등을 내세워 롯데월드타워내에 공유오피스인 '워크플렉스'를 론칭했다. 7월에는 신규 입주자 대상으로 아시아나 클럽 제휴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부여하는 등 입주사 혜택을 늘려 8월까지 입주율을 70%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본래 목적인 오피스 분양에서 벗어난 사업으로 오피스분양 공실률을 조금이나마 낮게 보이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공실률이 떨어지지 않자 외부 시선을 의식해 공유오피스로 1개 층을 채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50억원으로 전년(468억원)대비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마이너스다. 당기순이익은 6108억원을 기록해 전년(5450억원)과 비교해 손실 폭이 658억원이나 늘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봐도 롯데물산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9068억원으로 1년 전 손실폭(4243억원)의 2배 이상이다. 회사 측은 당기순손실이 커진 이유로 지난해 롯데케미칼 주식을 처분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롯데월드타워가 개장 2년이 넘도록 수익을 내지 못한 점 또한 롯데물산 실적 증대에 암초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신격호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만들어진 롯데월드타워는 총 높이 555m, 연면적 42만 310㎡ 에 달하는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