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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직장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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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직장우울증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19/10/09 10:22 수정 2019.10.09 10:37

회사원이 알게 모르게 앓는 고약한 병에 우울증이 있다. 그것은 표도 잘 나지 않으면서 은근히 경영과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게 속으로 쌓여 우려할 수준에 이르면 시나브로 활력을 떨어뜨리거나 의욕을 저하시킨다.

사원이 활력을 잃는다는 건 신명이 죽는 것이다. 일꾼이 일터에서 신명을 내지 못하면 노동이 힘들어진다. 신명나지 않는 직장이란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신명이란 정신적 식균세포(macrophage) 역할을 하는 즐거움과 보람 같은 재미에서 솟는 것으로 일종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일꾼한테서 의욕이 떨어지거나 사라지면 꿈이고 비전이고 목표고 다 부담스러워지고 성취가 심드렁해진다. 그저 고삐에 매여 끌려 다니며 밭을 가는 소처럼 일할 뿐이다. 그건 밖으로 분출되는 일종의 정신적 에너지인데 그게 솟구치지 않으면 무엇이고 성취하려는 의식은 살지 못한다.
  
활력이나 의욕이 저조하면 우선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조직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대화에 흥미가 없어지고 설사 대화를 한다 해도 생산적이고 성실하게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남을 경청하는 성의도 줄어든다. 말하거나 듣거나 하는 일에 무관심하고 무성의하게 되면 사실상 조직생활은 파탄 나는 것이다.

활력이나 의욕이 떨어지면 울력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좋은 협동을 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참여와 책임 있는 자기소임을 다하는 것인데 저런 에너지가 달리면 협력을 지탱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의욕이 침체되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생산성이란 생산량이든 품질이든 목표달성에 대한 의식이 강해야 하는데 의욕이 저조하면 저런 의식이 살아남기 어렵다.

그런데 지금 기업에는 우울증을 대수롭잖게 여기고 무관심한 경우와 그것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앓고 있는 사원들이 이외로 많다. 그게 심각하게 악화돼 일하기 싫어지고 급기야 살기 싫어지게 된다면 그건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도 불행이고 재앙이다.
직장우울증은 소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상관돼 있으므로 원인규명이 결코 간단치가 않다.
가장 현실적이고 강한 빌미가 되는 것이라면 ‘돈’을 들 수 있다.

호랑이 담배 먹던 까마득한 옛날에 공자조차도 진단해 지적했지만 뭔가 일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의 가장 큰 불만이란 ‘공정치 못한 대우’에서 비롯된다 했다. 낮은 대우 때문이든, 불공정한 대우 때문이든, 기대에 어긋난 대우 때문이든 일꾼이 일단 불만을 품고 그것을 키우게 되면 영락없이 마음속에 칼을 품어 그걸 벼르게 된다.

그러다 터지면 그게 노사분규로 번지는 것이고 그게 해결되지 않은 채 마냥 억눌려 끓게 되면 울혈이 되면서 우울증이라는 곰팡이가 돋는 것이다. 그러므로 돈으로 인한 우울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대우가 많고 적고의 문제 이전에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공정치 못한 대우’라는 불만을 사원들로 하여금 품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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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정한 대우라는 것은 사원간의 위아래와 좌우의 비교개념뿐만 아니라 이른바 사주와 사원이라는 노사간의 분배(sharing)를 포함하는 것이며 나아가 재직 중의 복지와 퇴직 후의 생활보장에 대한 분배까지를 배려하는 것이다. 평생을 보낸 직장에서 저런 대우를 받지 못해 불만에 시달리며 일하다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떠나야 된다면 그 직장생활이 우울하지 않을 일꾼이 어디 있겠는가.

돈 다음으로 회사원 우울증의 예방약은 바로 ‘재미’다. 일꾼이 일을 재미있어 하면 우울증에 걸릴 리가 없다. 재미란 즐거움과 보람과 가치를 함께 가지고 있는 종합영양제로 일꾼에겐 아주 좋은 활력제이다.

그런데 그 재미란 물질적인 것 못지않게 정신적인 것과 인간관계에 관련된 게 많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기업은 저 재미의 개발에 관심을 두고 주력할 필요가 있다. ‘사는 게 재미없다!’는 비관적인 말처럼 ‘일하는 게 재미없다!’는 말이 기업에 돌고 있으면 그 기업은 망조가 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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