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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조선어학회 회원들에 대한 학술 발표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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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조선어학회 회원들에 대한 학술 발표회 개최

정병기 기자 입력 2019/10/09 15:32 수정 2019.10.09 15:35
- 우리말을 지키고 나라의 기틀을 세운 의령인 조선어학회 기념관을 만들자
이극로, 이우식, 안호상  조선어학회 학술발표회./ⓒ의령군
이극로, 이우식, 안호상 조선어학회 학술발표회./ⓒ의령군

[뉴스프리존,의령=정병기 기자] 경남 의령군(군수 이선두)은 지난 8일 의령군민회관공연장에서 의령출신 조선어학회 회원들에 대한 학술 발표회를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의령문화원이 주관하며 의령군과 의령군의회,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조선어학회 사건 관련자 33인 가운데 의령 출신인 이극로, 이우식, 안호상 등의 업적을 되살펴 보는 시간이었다.

‘조선어 독립을 위한 조선어학회의 역할’을 발표한 김복근(의령문화원) 박사는 지정면 듬실 마을과 부림면 설뫼 마을, 의령읍 동동 마을, 마산 창동을 답사하면서 지역 사회의 원로와 유족을 만나 문헌 자료와 구전되는 이야기, 일화 등을 채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루 이극로, 남저 이우식, 한뫼 안호상 등이 조선어학회에서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조선어학회에서 유독 의령의 지식인들이 참여하게 된 계기는 당시 일제의 감시 하에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같은 지역 출신 사람들끼리의 독특한 믿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았다.

이들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되지도 않고 차츰 잊혀 가는 현실을 걱정한 발표자는 의령에 조선어학회 박물관을 건립하고 마산에 이우식 기념관 건립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안호상 선생의 고향인 설뫼 마을은 세계문화유산 지정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극로의 독립운동과 문화민족주의’를 발표한 고영근(서울대) 교수는 독일에서 직접 발굴한 이극로 선생의 저술을 통해 이극로 선생의 독립 운동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이극로 선생의 독립운동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이유는 귀국 후 자신이 중국과 독일에서 사용한 'Kolu Li'란 로마자 성명을 공개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출국 전과 귀국 후에 사용한 ‘李克魯’와의 관계에 대하여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극로전집의 편찬, 고루의 생가를 복원, 10월의 문화 인물로 지정하여 고루의 생애와 업적을 전면적으로 재평가 등의 세 가지 사업을 제안했다.

‘역사철학자로서의 안호상’을 발표한 임종욱(동국대) 박사는 초대 문교부 장관을 지냈던 안호상을 철학자로서의 업적을 다루었다. 그는 안호상의 철학 사상을 역사철학-단군과 동이의 나라, 정치철학-일민주의, 교육철학-홍익인간과 국민교육헌장, 종교철학 - 대종교 교리로 정리했다.

‘한뫼 안호상의 사상과 특징’을 발표한 조구호(진주교육대) 박사는 안호상의 사상을 단군 숭배와 민족주의, 국가 재건과 일민주의, 민주적 민족교육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안호상의 민족주의사상은 이승만정권이 통치의 이념으로 삼았던 일민주의에서 구체화되기도 하여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단군사상은 대한민국정부에 의해 국가의 제도와 의례 속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발표자는 안호상의 교육적 성과는 성인들을 위한 성인교육과 한글보급이었다고 보았다. 이승만 정부의 초대 문교부장관으로 취임한 안호상은 문맹퇴치를 위한 노력을 진두지휘했는데, 그 결과 1945년 13세 이상 총인구 중 문맹자가 78%에 달했던 것이 1959년 22%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조선어학회를 후원한 독립운동가 이우식· 정세권’을 발표한 박용규(민족문제연구소) 박사는 ‘조선어대사전’ 편찬을 후원한 이우식과 ‘조선어학회’ 회관을 지어 기증한 의령 출신의 건축인 정세권의 성과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발표자는 13년간 일관되게 이극로의 대학 학비와 생활비, 활동비로 거금을 후원하여 민족지도자로 육성하였다. 언어 독립투쟁의 총사령관인 이극로를 키워낸 최고의 조력자, 장본인 역할을 해내었던 이우식 선생이 이극로가 귀국한 뒤에도, 이극로가 조선어학회에서 추진하고 있던 ‘조선어대사전’의 편찬 사업을 완수하도록 막대한 금액을 지속적으로 7년간 후원하였을 강조했다. 이우식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조선어대사전’의 편찬 사업은 완수할 수 없었든 것이다.

이우식이 16만 어휘를 뜻풀이한 ‘조선어대사전’의 편찬 사업에 후원한 일은 우리말과 한글을 유지·보존하는 일이 우리 민족을 영구히 유지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에 이우식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어학회의 언어 독립투쟁에 참여한 혁혁한 ‘항일 투사’였다고 보았다. 그리고 정세권이 기증한 조선어학회 회관은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대항하여 조선어학회 애국지사들이 영웅적으로 우리말과 한글을 지킨 항일투쟁의 장소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발표가 끝난 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의령 출신 인물에 대한 연구가 의령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주로 서울에서 진행된 것을 아쉽다는 탄식도 있었고 조선어학회 기념관이 의령에 들어선다면 의령의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의도 있었다.

이번 학술발표회를 개최한 성수현 의령문화원장은 나라 잃었던 시대에 우리말의 보존을 위해서 입신출세를 포기하고 우리말 사전 만드는 데에 힘썼던 지식인들은 지금이라도 재평가하여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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