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고양=임새벽 기자] 이재준 고양시장은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2019 고양도시포럼'에서 '도시의 미래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번 고양도시포럼은 105만 인구의 대도시 고양시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도시재생'과 '환경'을 주제로 개최했다.
이재준 시장은 "도시는 이미 그 안에 답을 갖고 있다"면서 "해답을 찾기 위해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를 위한 첫 걸음'이란 부제를 가진 기조연설에서 '뉴욕과 시카고의 사례'를 중심으로 수혜자와 비용부담자가 다른 오늘날 도시의 기형적 구조를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대기업-자본가-개발업체가 맺은 이익의 카르텔'을 꼽았다.
이재준 시장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전면 철거-신축과 용적률을 최대한 높인 개발방식은 소외계층과 미래세대로 비용을 전가할 수 밖에 없고, 돈과 기술로 도시의 모든 문제를 치유할 수 없기에 "이제는 소외된 사람들과 미래세대, 그리고 자연까지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끌어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 도시는 성장하고 진화하는 유기체로,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으로, 순환하는 공동체로, 경제효율을 넘어 생태효율을 추구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새로운 도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보존·치유·발전'이라는 전략을 가지고 작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물려주어야 할 공간은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기 위해 나무권리선언과 도심숲, 장항습지 람사르 등록, 미래용지를 지정했으며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은 치유하기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5개소는 도시재생기록관 통해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발전의 전략으로 성장에 불가피한 공간은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녹색건축물 협약과 창릉신도시에는 저밀도 친환경 도시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재준 시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세계 도시의 결단을 제안하며 지금은 도시가 이미 갖고 있는 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결단해야 할 시점으로 "사람과 공동체, 생태가 어우러지는 사회를 위해 고양도시포럼이 던진 물음이 각 도시의 실천으로 답을 얻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1회 고양도시포럼 기조연설 전문이다.
도시의 미래를 묻다 -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를 위한 첫 걸음 -
Ⅰ. 도시의 두 얼굴
도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해답 역시 도시 안에 존재합니다. 세계의 석학과 시민이 모인 고양도시포럼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도시에 던지는 질문이자 해답입니다. 오늘, 그 첫 번째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뉴욕 중심부에는 하늘에 닿을 듯한 3백여 개의 초고층 건물이 서로 경쟁하듯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이들은 탁 트인 전망과 쾌적한 환경을 마음껏 누립니다.
안락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이 건물들은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뉴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70퍼센트에 달하는 양입니다. 그러나, 이 건물들이 파괴한 대기의 가치와 복구비용은 건물주에게 청구되는 어떤 고지서에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1995년, 시카고에 이상기후로 인한 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기온은 40도, 체감온도는 무려 51도였으며, 한 달 만에 7백여 명이 숨졌습니다. 숨진 이들은 이름도 없이, "폭염으로 사망했다"는 단출한 글귀와 함께 인근 공터에 묻혔습니다.
이들의 죽음이 자연재난 사고인지, 아니면 사회적 죽음인지 누구도 묻지 않았습니다. 도시의 이 극단적인 얼굴은 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우리는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야 합니다. 수익자 부담은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원칙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이익을 얻는 사람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서로 다른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소수의 대기업과 자본가, 개발업체가 암묵적으로 맺어 온 '이익의 카르텔' 때문입니다. 이 카르텔의 목적은 바로 지금, '이익의 극대화'입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낡은 도시를 부분적으로 고쳐 쓰기보다는, 아예 헐어내고 새로 짓는 방식으로 도시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한 번의 개발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자 40층, 50층 초고층 건물을 지었습니다.
이 40층, 50층이 수명을 다 했을 때 누가 헐고 다시 지을 것인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비용은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고, 약자들은 더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시장의 논리를 절대 진리라고 믿었습니다. 돈과 기술로 도시의 모든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낙후된 지역은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진리는 절대적일 수는 없더라도, 보편적이어야 합니다. 자본을 가진 특정 집단, 특정 지역과 같은 소수에게만 적용되는 논리는 진리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소외된 사람들과 미래세대, 그리고 자연까지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끌어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 새로운, 보다 정상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이곳 고양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Ⅱ. 사람과 환경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로의 패러다임 전환
우리는 사람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도록 도시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어야 합니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압력이며, 자연의 마지막 경고이자 호소입니다.
1. 도시는 성장하고 진화하는 유기체입니다.
도시는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진화하며, 쇠퇴하는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모래처럼 차곡차곡 쌓여가는 시간은 각 도시의 거리와 골목, 문화에 고유한 무늬를 남깁니다. 도시는 신·구 건물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만 사는 도시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듯이, 새로운 건물만 있는 도시 역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종이 한 장 뜯어낸다고 책의 내용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어느 건물 하나가 사용연한을 다해 새로 지어져도 도시 고유의 색채는 유지됩니다. 작은 흔들림에도 휩쓸리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것이 도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의 자연적인 치유 과정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도시가 낡으면 언제든 버리고, 새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는 새로운 땅을 무한정 공급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와 함께 도시를 나누어 써야 합니다. 단 한 번만 성공하는 개발방식을 벗어나, 영속적인 재생이 가능하도록 도시를 설계해야 합니다.
2.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람을 배려하는 편안함 때문입니다. 파리에는 5층이 넘는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나 에펠탑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탁 트인 공간, 그리고 도시 고유의 색채를 느끼며 자유롭게 거리를 거닐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도시는 어떻습니까. 도시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고층빌딩, 쇼핑몰, 오피스타운과 같은 하드웨어를 떠올립니다.
그동안 도시는 규격을 갖춘 기성품처럼 만들어졌고, 규모와 높이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그 안에 결코 사람은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도시에 사람을 맞추었던 '기성품 도시'에서, 이제는 사람에 도시를 맞추는 '사람의 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주택과 숲, 사람과 길 모든 것이 도시의 구성요소입니다.
녹지와 문화시설, 자족단지가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지 계획단계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합니다.
3. 도시는 순환하는 공동체입니다.
도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순환하는 공간입니다. 사람과 사람 간 소통하고, 나누고, 합의하며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진정한 의미의 '거주'입니다.
오늘날 공동체는 해체되어 가고 있습니다. 생활방식의 변화로 사적 공간이 늘어나고, 도시는 분절되었습니다.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높아진 건물은 사람에게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사적 공간이 만나는 완충지대이자 연결고리가 될 거리와 공원, 숲과 같은 공공의 공간은 점점 축소됐습니다. '나의 방'은 있지만 '나의 도시'는 없었습니다.
도시는 공동체입니다. 점으로 흩어지고 단절된 각각의 공간은 선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노후된 건축물의 물리적 복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원형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4. 경제효율을 넘어 생태효율을 추구해야 합니다.
나무는 끝없이 자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 세대는 고층 건물로 대변되는 끝없는 욕망의 바벨탑을 쌓아 왔습니다. 자원은 언제나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무한재가 아니라, 언젠가는 고갈되어 살 수 없는 유한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이 5만 년 걸려 만들어 낸 석유를 하루에 소비하고, 필요한 양보다 훨씬 초과하여 자원을 남용해 왔습니다.
우리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욕망을 질타한 어린 소녀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파리기후협약'을 지키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각 도시의 실정에 맞는 최대한의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제 다음 세대의 것마저 앞당겨 쓰는 욕망의 소비를 벗어나, 사람과 자연을 배려하는 절제된 소비와 포용의 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Ⅲ. 고양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 : 보전·치유·발전의 전략
30여 년 전, 한적한 농촌도시였던 고양시는 갑작스런 신도시 개발정책으로 급격한 인구팽창과 외형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농촌, 구도심, 신도심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이질적 모습으로 공존해 왔습니다.
이제 고양은 지역과 계층,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보듬을 수 있는 포용적 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고양은 '살기 좋은 도시'를 향한 작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 핵심은 공간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데 있습니다. 물려주어야 할 공간은 '보전'하고,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은 '치유'하며,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공간은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발전'의 세 가지 전략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1. 보전의 전략
물려주어야 할 공간은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전합니다. 재생이 어려운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은 후대의 공간을 빼앗는 대표적 행위입니다. 반대로, 더 많은 나무와 숲을 조성하는 것은 다음세대가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고양은 지난 3월, '나무권리선언'을 통해 사람과 나무가 하나의 생태공동체임을 천명했습니다. 가로수 2열 식재를 의무화하고, 고양의 젖줄인 4대 하천변에 총 100리에 달하는 가로수길을 조성함으로써 2022년까지 총 105만 그루의 나무를 심게 됩니다.
자연하구인 고양 장항습지는 한강 하구에서 가장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완전무결한 자연이자 40%에 달하는 탄소의 저장고입니다. 이 장항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는 것은 생태적 가치를 모두가 공유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아울러 55,000m2(1만 7천여 평)에 달하는 고양시의 가장 값진 땅을 '미래용지'로 지정하여 30년 동안 처분을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이 미래용지는 도시의 노후화를 대비하여 꼭 남겨두어야 할 도심 속 허파와 같은 부지입니다.
이는 산업단지가 들어설 땅에 용도변경을 통해 초고층 주택을 짓고, 기반시설 없는 난개발을 거듭해 온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현 세대가 다음세대를 위해 지불하는 복구비용입니다.
2. 치유의 전략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은 치유합니다. 고양시는 총 다섯 곳의 정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쇠퇴하고 있는 공간을 역사와 문화, 공동체 그리고 대안경제가 어우러진 시민들의 삶의 공간으로 치유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은 '도시재생 기록관'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마을의 모든 변화와 경험, 그리고 미흡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기록하고 남기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활동의 흔적은 후대의 영속적 재생을 위한 소중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3. 발전의 전략
성장에 불가피한 공간은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발전합니다. 발전의 전략은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우선한 생태효율을 기반으로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예산을 과감히 증액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담고 있는 미래의 성장 동력입니다. 태양에너지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화석연료처럼 국가 간 전쟁이나 소유분쟁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고양시에 새로 짓는 공공건축물은 태양광설비를 의무화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인 '녹색건축물'로 조성하게 됩니다. 또한 공공을 중심으로 저공해자동차를 널리 보급해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택지개발 지역은 저밀도의 친환경 도시로 조성합니다. 3기신도시로 지정된 창릉신도시는 40%의 녹지, 40%의 자족․기반시설을 갖춘 쾌적한 저밀도 도시입니다. 도시를 일, 여가, 상업 등의 기능에 따라 분리했던 관행을 벗어나, 일과 주거가 함께 하는 터전으로 만듭니다.
이러한 고양시의 작은 실험들은 아직 한 사회를 움직일 만큼 거대한 파동은 아닐지라도, 도시를 바라보는 개념과 문화를 새롭게 바꾸어 나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Ⅳ. 미래세대를 위한 세계 도시의 결단을 제안하며
오늘날 전례 없는 기후재앙과 도시문제 앞에서 많은 이들은 도시가 이미 한계에 부딪혔고, 문제를 풀어나갈 비책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단지 잘못된 판단과 선택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도시는 이미 그 안에 답을 갖고 있습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시간만 허비할 것이 아니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람과 공동체, 생태가 어우러지는 사회로 전환하는 것, 성장의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파괴를 거듭하는 허구적 성장에서 깨어나 절약하고 회복하는 것이 해답입니다.
고양도시포럼은 오늘, 누구도 묻지 않았던 도시에 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지속가능한 도시성장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물음들이 차곡차곡 쌓여 도시의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될 것입니다.
많은 도시들이 결단과 실천을 통해 오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