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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함양군 ‘열린군수실’ 1년 벽 낮춘‘군민신문고’역할 자리매김

정병기 기자 입력 2019/10/25 14:47 수정 2019.10.25 14:53
- 열린 소통·공감’ 서춘수 군정철학 상징
- 약자·복지사각지대 고충 해결 직통로…현실적 한계 넘어 지속·업그레이드 의지

[뉴스프리존,함양=정병기 기자] 민선7기 서춘수 함양 군정의 최우선 정책이념으로 군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표방하며 시작된 ‘열린군수실’이 1년을 맞았다.

시행 초기 전시·인기행정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지만, 그동안 불통·밀실행정의 폐해를 절감해온 함양군은 열린군수실의 취지와 수반효과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1년 동안 일관되게 밀고 나갔다.

당초의 우려와 달리 군정 최고책임자를 향한 장벽을 낮추고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서며 지속적으로 운영하자 정책의 진정성이 군민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은 옛 신문고 제도처럼 민선자치제에서 지속가능한 소통·공감행정의 한 정책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선 출범 초기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소통’을 표방한 단체장과의 대화 등 정책을 앞 다투어 실시하고는 있으나, 단체장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며, 주민들과 실질적으로 소통, 공감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당초 의지는 희미해지고,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현실적 한계 등을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고 혁신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함양군은 군민과의 스킨십과 공감의 중요성에 대한 서 군수의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열린군수실을 1년간 중단 없이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열린군수실./ⓒ함양군
열린군수실./ⓒ함양군

◆성과와 한계

지난 1년 동안 서춘수 군수는 아무리 바쁘고 심신이 고달파도 ‘열린군수실은 군민과의 약속’이라는 신념아래 지속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 왔다. 군민 참여 절차도 최대한 단순화시켜 주제, 형식, 조건, 자격 등에 상관없이 군민이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었다. 정해진 시간이 초과되는 한이 있어도 최대한 군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다.

지자체마다 홈페이지 단골메뉴인 ‘군수(시장)에게 바란다’코너는 대면 없이 글로 처리함으로써 형식적이고 만족도도 낮은 ‘깜깜이 소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함양군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군수와 일대일 대면상담, 충분한 상담시간, 관련부서장 및 담당자 입회로 실무적 설명, 최고의 예우 등을 통해 상담 효과와 만족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가 얽힌 묵은 갈등이나 법규상 불가능한 경우는 군수가 나서도 해결이 어려워 안타까운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상담자의 하소연이 이어지며 상담시간이 길어지고, 해결책 찾기도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포함해 전체적인 상담 후 만족도는 아주 높다. 해결 여부를 떠나 하소연할 데 없던 고충을 지역의 수장이 원 없이 들어주고 공감해줌으로써 얻는 후련함 때문이다. 

지난 1년간 10회의 열린군수실을 통해 총 74건의 상담이 있었다. 이 가운데 정책제안 16건을 제외하곤 78.4%에 해당하는 59건이 고충 호소와 불편 해결을 요구하는 상담이었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주변의 소외·고충민원이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이 상존하고 있는지를 새삼 상기하게 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47건 63.5%는 해결되거나 진행 중이고 27건 36.5%는 법규상 불가능, 소요예산 과다, 행정 개입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이해당사자간 사적인 분쟁 등의 이유로 내부종결 됐다.

9월 첫 열린군수실./ⓒ함양군
9월 첫 열린군수실./ⓒ함양군

◆주목되는 사례

지난해 10월 열린군수실에서 제기된 함양관내 인공신장투석실 설립 민원은 여러 의미에서 각별한 관심이 쏠렸다.

인공신장투석실이 없는 함양 관내에 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해야 하는 환자가 70여명이다. 1주 3회 인근 거창, 진주 등지 병원을 찾아다니며 평생 시달려야 하는 이들은 2016년 12월부터 군수, 도의원, 국회의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함양관내 인공신장투석실 설립을 위해 노력했으나 좌절만을 겪어오다가 열린군수실을 찾은 것이다.

이들의 고통에 공감한 서 군수의 지시로 함양군은 관내 병원과 여러 차례 실무접촉과 간담회를 통해 인공신장실 설립에 주력했다. 그 결과 신축 중인 한 병원과 2021년 인공신장실 개원에 최종 합의했다.

통행로를 두고 몇 년간 이해관계인끼리 분쟁 중이던 민원을 해결한 사례도 있었다. 군민 A씨가 수십 년간 진출입도로로 사용하던 함양읍 난평리의 길을 B씨가 갑자기 등기상 본인 소유라며 통행로 진출입을 통제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며 중재를 요구해온 것이다. 군은 양자간 갈등 해결과 중재를 위해 담당공무원이 여러 차례 방문해 설명과 설득에 나섰고, 분쟁이 원만히 해결됐다.

반면에 지극히 사적인 민원이거나 당위성 부재 등의 이유로 들어줄 수 없는 상황도 적지 않다. 군민 C씨는 본인 소유 토지 3필지를 군이 매입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군은 매입 목적과 용도 없이 개인소유 토지를 매수할 수 없어 그를 이해시키고 종결처리했다.

또 군이 시행하는 모 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매입가격이 적다며 턱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민원에 대해 감정평가와 보상의 절차를 설명하고 종결 처리한 사례도 있다.

군은 지난 열린군수실 상담건 중에 미결이나 내부종결한 민원도 끝까지 추적하고 관리카드로 정리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마을 돈사와 양계장 악취 피해 대책 ▲마을 동네 진입다리 보수공사 ▲마을 소방도로 개설 ▲평생학습도시 참여 ▲농어촌도로 확포장 ▲농어촌버스 단일요금(1천원) 미적용구간 해소 등이 그 예다.

10월 첫 열린군수실./ⓒ함양군
10월 첫 열린군수실./ⓒ함양군
11월 첫 열린군수실./ⓒ함양군
11월 첫 열린군수실./ⓒ함양군

◆군민이 실감하는 소통·공감행정의 진화

함양군 열린군수실의 지난 1년은 개인주의와 소통 없는 이웃관계로 인한 고립감과 갈등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해소하고 지역민의 고충을 함께 해결해, 군민이 실감하는 소통·공감행정의 첫걸음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보인다.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복지사각지대 고충 해결의 직통 창구가 열려있다는 것은 행정의 혜택이 군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한다.

군은 앞으로도 열린군수실을 지속하고 상담 후 처리결과와 사후 만족도 조사, 의견수렴 등을 통해 피드백을 축적하고 업그레이드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의 열린 군수실 운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성찰·분석하여 미흡했던 점은 보완·개선하면서 군민과 소통하는 군수 직소 대화창구인 열린군수실 운영을 앞으로도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열린 군수실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열리며, 참여를 원할 경우에는 군 홈페이지열린군수실 코너를 통해 접수하거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울 경우 지정접수처인 기획예산담당관실로 방문 또는 전화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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