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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회사원의 유비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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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회사원의 유비무환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19/10/26 12:01 수정 2019.10.26 12:36

회사원이 힘없고 무능한 노후를 피하려면 젊어서부터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은 저 노후라는 게 생각보다 빠르게 닥치는 것이고 조기퇴직 때문에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비무환이라면 우리나라 역사상 일찍이 그처럼 강산이 쑥대밭으로 유린되고 그처럼 참혹하게 인명이 도륙당하는 참극이 장장 7년간이나 계속됐던 임진왜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1592년 임진년 4월, 왜군 15만 명이 부산으로 쳐들어옴으로써 전대미문의 참혹한 임진왜란이 조선 강토를 유린하게 되었다. 당시 조선의 인구는 4백 만 쯤으로 추산되는데 전쟁이 끝났을 때 1백여 만 명으로 줄었으니 7년간 병화兵禍에 조선군 30만을 포함해 무려 3백여 만 명이나 죽었다.

조선 강토는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유린되었으니 전쟁 통에 전체 농지의 7할이 사라졌다. 하여 남은 조선 백성은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다. 또한 왜군은 허구한 날 노략질을 일삼았으니 실로 엄청난 국보적 문화재를 약탈해갔다. 중요한 재산이자 노동력인 노비들의 노비문서가 소실되고 기근과 질병과 도적 떼의 발호 때문에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전란이 끝나고 왜군이 물러갔으나 하도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고 살아남은 백성들은 하나같이 호구지책이 막연했다. 참담하게도 저런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는데 물경 1백여 년이나 걸렸으니 나라나 백성의 피폐와 도탄이 얼마나 극심했던가를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저토록 참화를 당한 전쟁이란 한반도의 전쟁사에서는 물론 세계 전쟁사상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대체 왜군이 조선군의 변변한 저항도 받지 않고 무인지경을 가듯 왕도까지 짓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며, 장장 7년간이나 조선 땅을 휘젓고 돌아다니며 살육과 약탈을 자행하고 조선 백성들을 생지옥 같은 도탄 속으로 쳐 박고 저희 입으로 조상의 나라라고 하는 땅에 뿌리를 내린 사속嗣續(대를 이음)의 맥을 모조리 끊어버릴 수 있었던 조선의 허약함과 무능함이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이었던가.

그건 첫째도 부국강병을 하지 못해서며 둘째도 강한 군대를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나라를 보위하는 충분한 대비가 없어 고스란히 당한 굴욕이고 재앙이었다.

평생 돈을 버는 회사원의 노후가 순탄치 못하고 불행하다 못해 사는 게 비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나 모르겠다. 조기퇴직이 통례가 되어가고 있어 회사원의 노후라는 개념은 새로운 인식이 불가피하다. 과거와 달리 편안한 노후를 위한 대비를 서둘러야하는 시기가 훨씬 앞당겨진 것이다.

가령, 입사가 스물일곱쯤이면 30년을 근속하고 퇴직한다 해도 환갑도 되기 전에 벌어 저축해 놓은 것 가지고 살아야 되는 노후가 벌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비를 늦추면 늦출수록 대비책을 실행할 기간은 짧아지면서 제대로 대비하기가 힘들게 된다.

ⓒPixabay
ⓒPixabay

회사원이 젊어서 착실하게 준비하여 늙어서 근심이 없이 살도록 유비무환의 지혜를 실행하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다. 고용불안 때문에 노후를 대비하는 계획이 갑자기 토막 나거나 중단되기 쉬운 점, 공직자와 달리 정년퇴직이 보장되지 않는 점, 대우가 전적으로 기업의 경영성과에 달려있어 가계안정성이 불안한 점 등 대비하는 뿌리를 흔들 소인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서둘러도 지나치지 않는 여러 가지 대비할 것 중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게 재산과 건강이다. 저 두 가지는 늙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원하는 대로 소유하고 누릴 수 없는 것이고 아무리 후회해도 그 고통을 피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

회사원으로서의 일생이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지갑을 차고 살고 그 고달픈 질주를 하느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강을 희생하여 일하기 때문에 저 두 가지를 유비무환에다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식에게 부양의 짐을 지우지 않고 스스로 벌어 저축한 재산 가지고 노후 이삼십 년을 무난하게 먹고 살려면 월급쟁이가 적어도 한 이삼십 년 동안은 근검절약해 살며 중단 없는 저축을 해도 성사가 의문이다.

건강 역시 마찬가지여서 젊어서 망가뜨린 건강을 늙어서 되찾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수명을 평균수명에다 맞추는 경우라도 이삼십 년간의 노후를 건강하게 살 수 있으려면 그 또한 벌써 이십대부터 건강유지를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저 모든 게 다 젊어서 준비해 정작 늙어서는 무능하지 않고 근심 없이 살자는 것이다. 어찌 유비무환을 위해 서두르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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