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와 가사도우미를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이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제추행, 강간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 ”(파이낸셜뉴스 인터넷판 2019년 10월 31일자 )
이 기사에 달린 댓글 중 몇 가지를 추리자면.
“DB ××그룹 회장이네”(jazz****)
“돈도 많은데 왜 굳이 성폭행이냐 돈을 주고 합의보고 하지. 이 인간이 운영하는 동부화재에 가입한 게 후회되네”(char****)
“DB 이름 바뀌나 ㅋ”(syc7****)
“디비 로고부터 마음에 안 들고 티비에서는 선전 엄청 때리더니 역시 양아치 회사였군. 결국 디비지네”(equs****)
여기서 시계 바늘을 딱 2년전으로 되돌려 보자.
“동부그룹이 46년 만에 ‘DB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동부그룹은 1일 서울 강남구 DB금융센터에서 이근영 회장과 임직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DB그룹 CI(기업 이미지)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룹명을‘ 동부’에서 ‘DB’로 바꾼다고 밝혔다. 사명 변경은 지난 수년간 다수의 계열사가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그룹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이뤄졌다. ~”(동아일보 2017년 11월 2일자)
이에 앞서 같은 해 9월말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것이 발단이 됐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채릴 것이다. 당시 동부그룹이 왜 DB그룹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는지.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준기 회장의 성범죄 의혹으로 그룹 이미지가 추락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갑작스레 그룹명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물론 회사측에서 밝힌 이유는 따로 있다.
‘동부’ 브랜드를 소유한 동부건설이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로 매각되면서 계열사들이 ‘동부’란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선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
하지만 50년 가까이 사용하고 2013년 한때 재계 13위에 오르기도 했던 이름을 버렸다는 데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쨌든 간판을 바꾼 DB그룹은 나름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김준기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 난 후 금융감독원장 출신의 이근영 회장이 등장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은 아직 경영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준기 전 회장이 성추행과 성폭행 혐의로 구속수감되면서 DB그룹도 이미지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지난달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내놓은 DB손해보험의 브랜드 평판지수는 370만1605로 손해보험사 가운데 4위에 올랐는데,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손해보험은 신용과 평판이 소비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DB그룹은 김 전 회장의 이름을 딴 ‘DB김준기문화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는 이미지 추락을 더 부추길 셈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부도덕한 그룹 오너의 ‘꼼수’ 로 느껴질 수 있어서다.
김 전 회장은 오너로서의 영향력은 아직 막강하다
실제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DB손해보험은 김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모두 18.1%의 지분을 들고 있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DB캐피탈, DB금융투자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라 할 수 있다. 김 전 회장은 DB손해보험 지분 6.65%를 보유해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8.3%)에 이은 2대주주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은 DB Inc의 지분 11.2%, DB하이텍 3.61%, DB금융투자 5%를 들고 있다.
DB생명보험의 지분 99.6%는 DB손해보험이 들고 있지만 김 전 회장도 0.16%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DB그룹은 오너 일가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 이런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성범죄로 구속됐다는 것은 이미지 추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DB그룹은 김 전 회장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