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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회사원 팽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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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회사원 팽곡선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19/11/09 14:21 수정 2019.11.09 14:33

요즈음의 기업문화나 환경으로 봐서 회사원이 장래를 대비해서 자신의 직장수명관리를 얼마나 지혜롭게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회사원의 직장 라이프 사이클에서 쇠퇴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며 그 시기를 늦추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 회사원의 직장 수명은 ‘오륙도’에서 ‘사오정’으로 짧아지더니 급기야 30대 조기 퇴직으로 내려앉았다고 야단이다. 실제 그렇기야 하리만은 그런 지나친 표현이 회사원의 퇴직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실감나게 반영한 것은 사실이다.

서글프지만 회사원의 일생은 제품의 생명주기와 유사하다.
제품은 <PPM기법>으로 그려 나뉘는 네 개의 영역에서, 탄생부터 정상을 거쳐 쇠퇴하는 포물선형의 일생을 산다. 짭짤한 수익을 올려 주는 젖(수입)을 짤 수 있는 낮은 성장이지만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영역(Cash Cow)을 벗어나 높은 성장과 높은 시장점유가 달성되는 영역(Star)으로 진입하면, 즉시 신제품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정점에 가까이 성장한다는 것은 머지않아 쇠퇴기에 접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점을 분수령으로 하는 성장기와 쇠퇴기간의 거리는 시장수요의 변화속도에 의해 좌우되는데, 요즈음처럼 시장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 요구가 다양한 때 그 생명주기는 예측불허로 단축되기도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새로운 경쟁자가 늘고 기업이 안정될수록 장기 근속자와 고령 인구가 늘어 인사적체 현상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제품처럼 회사원도 부가가치라는 생산성과 고정비라는 소비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전자가 회사에 대한 기여도라면, 후자는 부담에 해당한다. 

회사원의 일생은 그 두 가지가 맞물려 엮어지는데, 기여도보다 부담이 높을 경우 그 사원은 점점 쓸모가 없는 존재, 즉 ‘무가치한 사원’이 된다. 쓸모없는 사원이란 짠 맛을 잃은 소금이나 사냥에 나설 수 없는 사냥개처럼 팽 깜이다. 경쟁력이 떨어져

안 팔리는 제품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처럼 무가치한 사원은 ‘사오정’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회사원이 팽 당하지 않으려면 유비무환, 입사와 더불어 직장생활을 잘 설계해 대비해야 한다. 기업은 높은 피라미드 구조여서 경영층이라는 상층부는 하늘에 비유될 만큼 까마득하다. 사원에서 중간층의 맨 윗자리인 부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데만도 보통 이십 년 넘게 걸릴 정도라서 이사로 승진하는 것을 ‘별을 딴다’ 대단하게 여긴다.

승진경쟁이란 입사경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치열하고 좁은 문이다.
또한 기업은 생산적인 내부경쟁을 위해 경영조직에 업무와 직급체계를 유지하며 급, 호봉이라는 계단식 임금체계에 의해 보수를 주는데, 그 승진, 승급 사다리에는 가파른 계단이 있다. 단 한 자리뿐인 대표이사라는 정상까지 오르려면 장장 삼십 년 이상 걸리기 마련이고, 원한다고 누구나 다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첫 승진계단인 대리가 되는 단계부터 벌어지는 경쟁은 오를수록 그 폭이 좁아져 여반장으로 낙오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회사원은 그 희비의 사다리를 오르기 전에 자기 나름대로 행복의 기준과 직장생활의 보람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직장철학 구도를 정립해서 직장생활 설계도에 그려 넣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원의 자존심을 구겨 좌절감을 안기는 승진 실패나 승급 낙오 때마다 병을 얻게 된다.

턱없이 적은 ‘장長’이니 ‘이사’ 자리를 무작정 선망할 게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고 사랑하는 회사원은 결코 남보다 앞서 승진하는 인재만이 아니라, 협동을 잘 하는 일꾼이나 안정적 기여도가 높은 전문인이라는, 건강한 기업관을 소유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닥칠 시련에 대비해야 한다.

‘가치 있는 사원’이 되기 위한 정신적 무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 ‘커리어 플랜 Career Plan’ 같은 자기개발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건 어찌 보면 사실상 일생을 설계하는 것이랄 수 있다.  그걸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노후설계가 가능하고 노후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

회사원은 입사와 더불어 안팎, 수직수평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경쟁의 비정함은 낙오 당한다는 데 있으므로, 이기기 위한 무장보다 먼저 뒤쳐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 방법이란 꾸준히 배우고 노력해 자기 향상을 도모하는 것 말고 달리 묘방이 없다. 그런데 회사원들은 학창시절의 지겨운 ‘공부’ 굴레로부터 어서 해방되고 싶어선 가 입사와 더불어 분서갱유(焚書坑儒,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 게 예사며, 자신이 무한한 가능성, 즉 하느님이 주신 능력(talents)을 소유한 자유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허무하게 ‘정형화된 업무의 노예’가 되어, 부단한 자기 개발과 혁신을 게을리 하는 월급쟁이로 안주하려 한다.

그런 징후는 개인은 물론 기업의 불행이다. 자기 개발과 혁신이란 직장이 ‘밥벌이’인 이치와 같다. 밥벌이는 아무리 지겨워도 그 무엇보다 외경한 것이므로 우린 그걸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한다. 그 밥벌이를 하는 주인공이 제대로 밥벌이를 하 기 위해 부단히 개발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하다. 자기 계발과 혁신에 무계획한 것은, 아프리카의 누우 동물의 본능적 지혜만도 못한 나태로 젊음에 대한 모욕이다. 아프리카 누우는 매년 똑 같은 시기에 세랭게티 평원으로 풍요로운 초원을 찾아 멀고 먼 거리를 이동한다. 풀과 물이 풍부한 초원에서 신선한 풀을 뜯고 새끼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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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위해 그 멀고 먼 고생길을 오가다니 참으로 눈물겨운 밥벌이를 하는 것이다. 본능적이지만 그들이 매년 되풀이하는 필사적인 대장정은 마치 잘 짜여 진 계획에 의해 실연 되듯이 착오 없이 진행된다. 미처 포의(胞衣)도 벗지 못한 새끼 누우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어미 누우의 외경한 번식 노력에 대한 조물주의 축복일 것이다.

그런 이치와 마찬가지로 기업에서도 열심히 자기 개발을 위해 투자한 만큼 포상 받게 되어 있어, 직장생활의 생명주기는 자기개발 투자와 비례하게 되어 있다. 하드웨어와 달리 휴먼웨어(human-ware)의 생명주기는 그 팽곡선의 꼴이나 진행 속도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생활은 힘든 마라톤 경주나 마찬가지다. 완주하는데 필요한 체력(능력)과 건강이 뒤따라야 한다. 체력을 기르고 건강을 유지할 설계가 필요하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태어나는 독수리 새끼라도 튼튼한 날개를 키우지 못하면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죽게 되듯이 기업이라는 둥지에 태어난 회사원에게 건강이란 비상하는 날개와 같다. 힘센 날개를 키운다는 것은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또한 지혜롭고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신입사원의 건강을 해칠 환경요인은, 버거운 경쟁,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관계, 기대 이하의 보수, 과중한 업무와 책임 등 도처에 허다하다. 여간한 각오나 의지, 생산적 인생관이나 순기능적인 가치관으로 수용하고 삭이지 않고서는 그것들의 스트레스 공격을 물리치기 어렵다. 그런 정신적 건강은 육체적 건강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건강한 육체는 고용계약상 기본적인 물적 담보이므로 건강이 약해지면 계약 해지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기업이라는 울안에 갇혀 생활하다 보면 화장실 거울 속에서 ‘다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머리만 커지고 있는’ 자기 모습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허술한 생활설계 때문에 욕망과 행동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무절제한 생활이 계속되면 육체적인 건강을 잃는 건 시간문제다. 

샐러리맨 형 불만과 고독 때문에 술과 친구가 되는 것은 매일 조금씩 독배를 마시는 것과 같아서 자멸의 지름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회사원이 안전한 일생을 위한 설계 중에 서둘러 할수록 좋은 것은 자신이 거둬들이는 건초를 비가 내리기 전에 말려 조금씩이라도 자기 창고에 쌓아 가는 비축하는 일이다. 회사원한테 가장 무서운 적인 실직이라는 불행은 예고 없이 닥치는데 그것도 교육비다 한창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닥치기 일쑤다. 

회사원이란 오로지 월급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처지인데도 아직까지 기업이 사원의 퇴직이나 노후를 대비해 마련한 생활보장제도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로 매우 미흡하다. 퇴직금이 있다하나 그건 믿을만한 게 못 된다.  더구나 중도에 퇴직하는 경우나 형편이 나쁜 기업에서 퇴직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도적질을 해서 축재를 하지 않을 것이면 쥐꼬리만 한 월급이나마 절약해 장기적으로 저축하는 방법밖에 달리 좋은 대비책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밀한 재정적인 설계가 필요하며 분수에 걸맞지 않는 허세나 기분을 그 싹부터 잘라내야 한다. 월급쟁이는 언제나 뱁새이므로 욕망의 황새를 쫓아 판도라의 상자 같은 신용카드를 함부로 긁어대고서는 어느 날 팽 당해 회사를 떠날 경우 쪽박 찬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평범한 보통 사원으로라도 중도에 팽 당하지 않고 길고 긴 회사생활을 순탄하게 마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에 부합하는 행복일 것이다. 
모름지기 샐러리맨들은 토마스 칼라일이 “축복 받을진저, 할 일이 있는 사람이여!”라고 한 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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