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변호사 176명이 2심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 법리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줄 것을 탄원했다.
이들은 탄원서를 통해 '사실관계 인정의 잘못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부당하게 넓게 인정한 잘못'을 들어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이런 부분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176명의 이재명 지사 탄원서는 18일 대법원에 접수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재명 지사 탄원서 전문이다.
지난 9월 6일 이재명 도지사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항소심 사건에서 수원고등법원은 전부 무죄를 선고한 제1심 판결을 뒤집어, 선거절차 중 합동토론회에서 있었던 몇 마디 진술을 바탕으로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위반을 인정하여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사실관계 인정의 잘못이 있고 법리적으로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부당하게 넓게 인정한 잘못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 변호사들은 대법원에서 위 항소심 판결이 바로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와 같이 탄원합니다.
사 건 : 대법원 2019도 13328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위반
피고인 : 이재명
존경하는 대법관님께 올립니다.
사법정의를 수호하시느라 애쓰시는 대법관님께 사족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재명 지사에 대한 부당한 2심 판결이 확정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탄원인들은 부득이 아래와 같은 탄원을 올리오니 재판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표현의 자유 없이는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이 있을 수 없고 여론 형성 없이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민주화 투쟁의 결과 아시아권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정부가 마음대로 좌우할 수 없는 여론을 가진 나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여론 형성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기둥입니다. 우리나라는 20세기 초 국권을 잃어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쳤고 해방이후에도 오랜 독재정권 아래서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억압되는 시대를 살아 왔습니다. 지난 시기 시위 한번, 집회 한번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대도 있었고 말 한마디에 징역 3년을 각오해야 했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식민지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로 발전하였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지만 최소한 말 한마디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원심판결은 말 한마디에 이재명 지사의 정치생명과 경제생명을 모두 박탈하고 있습니다. 활발한 토론이야 말로 여론 형성의 토대이고 선거후보자 간의 방송토론회는 법률적으로 보장되고 각종 지원이 이루어지는 선거운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당연히 그러하지만 선거 시기에는 더욱 표현의 자유와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어야 정당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고 민주주의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대하여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한 발언입니다. 시간제약과 즉각적인 공방이 오가는 방송토론회에서 이루어지는 답변으로 '그런 일 없습니다'라는 답변은 상대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진술인 것이지 사실에 관한 진술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아닙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그 질문 취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불법적인 일은 없습니다' '그 질문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와 같은 이런 종류의 답변이 과연 구체적인 사실에 관한 진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질문이 이 사건에서와 같이 평가개념과 주관적 의도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부인 답변은 단순히 그 질문취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해석함이 마땅합니다.
가사 '그런 일 없습니다'라는 발언이 사실에 관한 발언이라고 해도 상대방 후보의 질문은 불법적인 강제입원 시도의 존부를 묻고 있는 것임을 고려할 때 불법적인 강제입원 시도가 없었다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허위일 수 없고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허위의 인식이 있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상대 후보자가 친형 불법 강제입원 시도 주장을 하며 이재명 지사를 계속 공격해 왔고 이재명 지사가 친형 불법 강제입원 시도 혐의로 계속 공격받아 왔던 사실을 고려할 때 상대 후보자가 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질문에 대하여 이것이 불법 강제입원 시도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합법적인 강제진단 관여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이재명 지사가 인식하였다고 보는 것은 정말 아무런 증거도 없고 상대 후보자의 질문취지와도 동떨어진 것이고 상식과 경험칙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합법적인 강제진단 관여 여부는 한 번도 쟁점이 된 적도 없고 이재명 지사가 이를 부인한 적도 없습니다.
이 사건 원심판결은 사실인정 뿐 아니라 법리에도 매우 큰 잘못이 있습니다. 이 사건 원심판결은 '소극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숨기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덧붙이는 진술을 한 것'이 '어떠한 사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동일한 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헌법상의 자기부죄금지 원칙이나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에서 보듯이 어떤 사실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할 의무는 그것이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심은 소극적으로 어떤 사실을 숨긴 것을 법률적 평가 과정을 거쳐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포섭하고 있으므로 이재명 지사에게 어떤 사실을 숨기지 않고 밝힐 의무가 있음을 전제하고 있음이 명백합니다. 원심은 법률의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일-즉 일반 국민에게 어떤 사실을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는 일을 법률의 명시적인 규정 없이도 해석만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인바 이는 죄형법정주의를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심의 법리는 법률적 평가 과정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원심은 '소극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숨긴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동일하게 법률적 평가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소극이 적극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도 없습니다. 이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연금술은 산업발전에 동원한다면 큰 도움이 될지 모르나 법률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저희들은 법률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들로서 이 사건 원심판결은 도저히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더구나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자랑스러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엉터리 논법으로 뒤범벅이 된 원심판결이 유지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와 활발한 토론의 보장이 선거의 자유와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의 굳건한 토대가 된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이 사건 원심판결은 설 자리가 없다고 믿습니다.
재판은 무릇 정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당하게 보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말 한마디에 이재명 지사의 정치생명과 경제생명을 모두 끊는 것을 정당하다고 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부디 바라옵건대, 저희 변호사들이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저희 변호사들이 법조의 일원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도록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자판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해 주시거나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9. 11. 18 이재명 지사의 무죄판결을 바라는 변호사 176인 일동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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