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의 정시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편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28일 서울 16개 대학이 수능 위주의 정시로 뽑는 인원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으로 늘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시확대 대상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다. 이들 16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선발인원은 전체 모집인원 5만1천13명 가운데 29%인 1만4천787명이다. 여기서 비중을 40%로 올리면 정시 선발인원은 5천625명이 늘어 모두 2만4천12명으로 불어난다.'
정시확대 대상으로 지목된 대학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이지만 그 파급력은 다른 대학으로까지 확산할 전망이다. 교육부가 정시확대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무기로 정시확대를 사실상 강제하겠다는 취지다. 명목상 이 지원사업은 입학전형을 단순화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시확대 대상으로 지목된 대학은 2023학년도까지 정시 비중을 40%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에 목을 매는 대학으로서는 이 '강제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은 대학 역시 눈치 보기로 정시확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시확대가 이처럼 확산하면 학교 현장에서 문제 풀이 위주의 수업이 부활하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해칠 것이라는 교육계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학종 공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 역시 학부모와 학생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의 대입 반영을 점진적으로 감축해 2024학년도에는 전면 폐지하겠다는 게 이 방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학종을 못 믿는 근본적인 이유가 교사마다 학생부 기록의 작성 수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학생부 기재 표준안 보급 등 교사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들은 "선생님 잘못 걸리면 망한다"는 세간의 불신을 씻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대입 의혹이 불거진 지 딱 100일 만에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공감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정시확대의 가장 큰 역기능은 공교육 파행과 사교육 조장 등 입시 위주 교육의 부작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시확대는 교실 붕괴를 예상케 하는 반교육적인 공교육 포기 선언"이라는 교육계 일각의 비판이 그래서 제기된다. 학종 개편 역시 '조국 사태' 여론 무마용이란 호된 질책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지적과 비판을 귀담아 정시확대가 공교육 정상화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이를 마냥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학종 개편도 보완책을 더 마련하기 바란다. 특히 교육부가 그동안 2024학년도 대입까지 공정성 확보를 위한 단기 대책에 매달렸다면, 이제부터는 장기적 측면에서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청사진은 2025년을 목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내놨던 '고교체제개편'과 '고교학점제'다. 교육부는 이 두축을 수정 보완해서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긴 안목의 '미래 교육'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