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4년째 안갯속인 호텔롯데 상장이 내년에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자마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그룹 현안에 호텔롯데 상장 시점은 더욱 멀어지게 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7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3년간 중단됐던 호텔롯데의 코스피 상장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으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문제와 지속적인 실적 악화 등 그룹을 둘러싼 각종 변수로 내년에도 호텔롯데 상장이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 현안 해결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하며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판결되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영향을 미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 박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관세법 제178조 2항에 따르면 "특허보세구역(면세점) 운영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세관장이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신 회장의 유죄로 문제가 된 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호텔롯데 매출의 80%는 롯데면세점 사업에서 나온다. 그 중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207억원으로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특허가 취소된다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낮아지면서 상장 가능성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가능성과 더불어 아쉬운 성적표를 거머쥔 실적 문제도 호텔롯데 상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에 참석해 "(호텔롯데 상장은) 여건만 되면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논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투자자를 설득할 만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동안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그룹 매출의 29.1%를 담당하는 유통 부문이 소비 침체와 일본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 악화가 크게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 3분기 연결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6% 감소한 87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4조 4047억원으로 5.8% 감소해 비교적 선전했으나 2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일본 기업'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총수 부재 리스크로 무기한연기되고, 오너리스크 해소 후에는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올해 유통 부문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오너 리스크 해소로 무기한 연기라는 '최악'은 면했지만 '차악'의 상황에 부딪히고 있다"며 "이후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를 취소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실적개선 및 상장 준비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리기 때문에 못해도 내년 초중반까지는 호텔롯데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