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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그레이트CJ' 유동성 위기 초래

한운식 기자 입력 2019/12/11 15:16 수정 2019.12.11 15:55
- 20여년 전 대우그룹 몰락의 전조(前兆)와 닮은 꼴.. 이재현 회장의 결단은

[뉴스프리존= 한운식 기자] 지난 9일 타계한 김우중 전 회장이 일군 대우그룹은 1999년 해체 직전까지 자산규모 기준으로 현대에 이어 국내 2위의 재벌이었다.

1990년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신흥국 출신 최대의 다국적기업'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또 해체 직전인 1998년 대우의 수출액은 186억 달러로 당시 한국 총 수출액(1323억 달러)의 15% 남짓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 CJ오쇼핑, CJ ENM 오쇼핑부문은 2020년도 동반성장 협약기업 68곳을 선정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11일 밝혔다.    CJ오쇼핑은 제품 판매 실적이 목표치를 웃돈 우수 협력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내년도에는 6억원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 CJ오쇼핑, CJ ENM 오쇼핑부문은 2020년도 동반성장 협약기업 68곳을 선정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11일 밝혔다. CJ오쇼핑은 제품 판매 실적이 목표치를 웃돈 우수 협력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내년도에는 6억원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같은 대우가 단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단초는 달랑 몇 쪽짜리 보고서 때문이라는 재계의 지적이 있다.

그 보고서는 1998년 10월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이 낸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Alarm bells for Daewoo Group)’이다.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국내외에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대우가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후 채 열 달도 안 돼, 대우가 무너졌다.

이로부터  꼭 20년이 흐른 지금  또 하나의 한국 재벌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혹 어느 외국계 증권사가 보고서를 낸다면 이런 이름이 나오지 않을까.

‘CJ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CJ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만 짚어보자.

CJ제일제당은 최근 공시를 통해 구로공장 부지를 2300억원, CJ인재원을 528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구로공장은 투자회사에 매각한 후, 재임차해 쓰고, CJ인재원은 계열사인 CJENM에 넘기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앞서 서울 가양동 부지를 1조500억원에 시행사인 인창개발에 매각키로 했다.

대기업이 자금 문제로 1조원이 넘는 부동산을 잇따라 매각하는 것은 이례적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CJ그룹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지나친 차입금이 발생해 신용 등급 강등 위기에 몰리게 되자  부동산 매각이라는 긴급 처방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대우그룹의 몰락의 전조(前兆)와 닮아있다.
 
대우는 공격적  M&A와 차입 경영으로  덩치를 부쩍 키웠으나  유동성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CJ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2015년까지 5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7년에는 6조4000억원, 2018년에는 7조2000억원, 올 3분기에에는 9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4년 만에 차입금 규모가 2배로 급증한 것이다.

차입금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은 공격적 해외 M&A였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6월 브라질의 고단백 사료 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최대 냉동식품 회사인 '쉬안스컴퍼니'를  2조원에 인수, 그룹 사상 최대 규모 M&A를 단행했다.

CJ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CJ헬스케어 등 일부 계열사를 매각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이 때문에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지난 3분기 금융 비용은 1563억원으로 영업이익(1224억원)으로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CJ CGV가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2016년 8000억원에 인수한 터키 극장 체인 '마르스시네마'도 CJ의 골칫덩이로 바뀌었다.   2018년 발생한 터키 경제위기로 리라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한 것이다.

이런 형국에서 CJ그룹의 경영 비전인 ‘그레이트 CJ’ 빛을 바래고 있다.

배임 등으로 수감 생활을 한 이재현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2017년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내세운 게 그레이트 CJ다.  이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룹 안팎에서는 그레이트 CJ는 내실보다는 외형을 너무 앞세웠다는 지적이 솔솔 나오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 옥고를 치룬데다 건강마저 좋지 않았던 이재현 회장이  지나치게 욕심을 냈다는 얘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재현 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20년 전 대우그룹은 41개 계열사를 4개 업종, 10개 회사로 줄인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지만, 모든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이 되면서 그룹은 끝내 해체됐다. 김우중 전 회장은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하기도 했다.
   
이재현 회장은 그룹 경영진에게 “연내 어떻게든 재무구조를 원상복귀 시켜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물론 계열사 등 매각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하지만,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재무구조 개선에만 사용될 가능성은 낮다. 그 중  일부가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게다.

현재 이재현 회장은  장남 선호 씨와 장녀 경후씨에 대한 승계 작업을 진행중인데, 증여세가 7000억~8000억원 가량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뤄내기에는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전했다.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해외무대로 눈을 돌려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찬사가 나온다. 또 무리한 투자와 분식회계로 대우를 몰락시키고 국가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도 함께 받는다.

먼 훗날 이재현 회장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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