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름지기 평생을 배우며 살아야 된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세상이 부단히 변하기 때문일 것이며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공자는 사람이 셋만 모여도 그중에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고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알라.’고 자성自省을 강조했다. 전자는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면 누구한테서나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이고, 후자는 배울 게 뭔가를 알기 위해 부단히 자기 성찰을 하라는 훈계다.
기업에서는 어느 것 한 가지도 배우는 것과 무관한 게 없다. 개인들은 물론 조직이나 회사 차원에서도 끊임없이 학습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키우거나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역량을 보지할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 성공모델로 꼽히는 GE의 경영혁신도 과학적이고 전사적인 학습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배운다는 게, 더구나 평생을 배우며 산다는 게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아는 사람이 이외로 적다. 따라서 실천하지 못한 채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학습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학습열에다 찬물을 끼얹는 장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등 따습고 배불러 아주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는 뿌리 깊은 안일무사주의라든가, 독서 같은 자기계발을 위해 단 얼마간의 시간조차도 낼 수 없게 휘몰아치는 과중한 업무라든가, 창조적인 도전의 가치가 그다지 중요하고 절박한 공동과제가 아니어서 경쟁의 열기가 뜨겁지 않거나, 실패와 낙오의 쓰라린 경험이 없어 지식경영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근래에 지식경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학습의 필요성이 사뭇 강조되고 있는데 벤치마킹도 그 방법의 하나다. 그건 남에게서 배워 좋은 것을 본뜨는 학습방법이다.
한데 벤치마킹의 인식에 흔한 두 가지 오류가 있다.
하나는 배운다는 게 ‘좋은 것’만을 대상으로 삼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이다.
좋은 것을 배워 본뜰 뿐만 아니라 동시에 ‘나쁜 것’을 보고 깨달아 자신이 잘못하지 않도록 ‘교훈’ 삼아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세상에는 자본주의경제의 장점들은 잘 알고 지지하여 신봉하면서도 그 이념의 그늘을 제대로 보고 정치와 경제를 운영할 때 경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쪽짜리 벤치마킹을 한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 것의 올바른 벤치마킹으로 얻는 효과나 이익보다는 나쁜 것을 제대로 벤치마킹해서 경계삼음으로써 예방하는 문제나 손실의 무게가 훨씬 클 수도 있다.
왜냐하면 기업이 치르는 실패라는 게 크면 클수록 아주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어서 그걸 벤치마킹해서 그와 유사한 실패를 답습하지 않거나 사전에 예방한다면 그만큼 손실을 이익으로 버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벤치마킹이 바깥의 대상만을 그 대상으로 삼으려는 잘못된 인식과 경향이다. 물론 벤치마킹의 주요 대상들은 주로 밖에 있긴 하다. 경쟁사 또는 경쟁상품으로든, 벤처기업 또는 첨단기술제품으로든, 선진광고 또는 튀는 디자인으로든 매일 경쟁대열에 등장하는 것이다. 저런 시장경쟁을 통한 벤치마킹은 다분히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식의 속도전이어서 센스 있게 부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배우려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선행돼야 한다. 교만이나 자만심은 벤치마킹의 천적이다. 그리고 이어 항상성의 노력이 꼭 뒤따라야 하고 반드시 유익하게 본떠 실천해야 한다.
공자가 논어의「술이편」 <나의 근심 是吾憂也>에서 ‘좋은 일을 듣고는 즉시 나아가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성현인 자신의 근심이라고 했다. 기업 밖에서의 벤치마킹이란 배워 좋은 것을 개선으로 즉시 실천하는데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깥에서의 벤치마킹 못잖게 중요한 게 기업 내부에서 하는 벤치마킹이다. 내부경쟁이 불가피하는 한 좋은 것을 배우고 나쁜 것은 교훈삼아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은 지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예상하기보다 기업 내부에서 벤치마킹 할 대상이나 거리나 기회란 이외로 다양하게 많다. 알찬 보고서를 작성하는 요령이나 간결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프레젠테이션 요령서부터 일과 후의 건강관리방법에 이르기까지 배울 가치가 있는 일들이 허다한 것이다.
또한 반대로, 실적부진으로 인한 낮은 평가 때문에 곤경에 처한 동료나 업무수행에까지 지장을 초래하는 가정불화 같은 나쁜 일들에서 교훈을 얻어 자신의 처신에 교훈을 삼는 일도 허다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부경쟁을 경시하여 내부에서의 벤치마킹을 소홀히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것이다.
기업이고 개인이고 벤치마킹은 언제 어디서나 전천후로 아주 유용한 가치를 배우는 노력으로 지속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배우는 데 가장 민첩하고 벤치마킹 하는데 가장 슬기로운 나라를 꼽으라면 일본이 단연 으뜸이다. 해서 일본의 산업기술의 모방을 통한 리엔지니어링 기술은 세계 최고다.
예컨대, 독일로부터 광학기술을 배워 다가 카메라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로 각광을 받았던 독일의 라이카 카메라를 능가하는 캐논 카메라를 만들어낸 실용화 기술이 그 좋은 예다.
금세기가 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 풍미하게 된 패러다임이 지식경영을 하자는 것인데 그 주요 방책이 다름 아닌 학습인 것이다. 기업에서 학습이든 벤치마킹이든 배워서 남 줄 거라고는 없으며 배워서 쓸모없는 것 또한 없는 것이다.
지식경영의 주체인 사원은 부지런히 학습하고 지혜롭게 벤치마킹을 해서 지식경영의 활성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