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한운식 기자] "몸은 몸대로 대주고, 욕은 혼자 먹고 있다”.
어느 B급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게 아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뻘쭘’한 행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체 뭔 이야기인지. 가만 들어 보자.
조원태 회장이 31일 아침 중국 우한 인근 지역 체류 교민과 함께 대한항공 전세기에서 내렸다. 눈이 퀭할 만큼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애처롭기까지 하다.
조 회장은 전날 밤 늦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를 찾았던 것이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승무원의 솔선수범에 동참하기 위해 막판까지 고심해서 내린 결단이라는 게 대한항공측 설명이다. 허나, 일각에서 조 회장을 향해서 되려 야유과 비난이 쏟아진다.
전세기에 탑승한 승무원 인원은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 최소 탑승 인원이었다. 더구나 전세기 내에서 조 회장의 역할은 특별히 없었다. 수행원 몇명도 동반해서, 오히려 방해가 될 법 했다.
그럼 왜 이 같은 상황에서도 왜 조 회장이 우한행(行) 전세기에 올랐을까.
조 회장을 둘러 싼 상황을 복기(復棋)해 보자.
조 회장을 향한 곱지 않은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조 회장이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맞서며 '남매의 난' 서막을 올린데 이어, 지난달 조 회장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아 언쟁을 벌인 사실까지 세간에까지 알려져서다.
이런 판국에 조 회장은 올해 3월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사내이사 재선임이 걸린 만큼 앞으로 그룹 최고경영자(CEO) 지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건설(8.28%), 국민연금(4.11%)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진가에서는 조 회장(6.52%), 조 전 부사장(6.49%), 조 전무(6.47%), 이 고문(5.31%)이 갖고 있다. 조 회장측에서 판단했을 때 ‘캐스팅 보트’을 쥔 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통상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조 회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자 우한행(行) 전세기에 탑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지 세탁이라는 얘기다.
여기까지가 기승전(起承轉)인데.
결(結)은 조원태 회장의 기대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안팎의 이해 관계자들이 얕은 수에 미혹되리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