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9일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과 ‘논두렁시계’의 주역인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김 회장과 함께 '홈앤쇼핑' 주식을 갖게 된 경위를 추적하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5월13일 SBS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내다 버렸다’고 보도하자 다른 언론들도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망신 주기’ ‘모욕 주기’ 기사를 쏟아냈다.
출처도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풍문들이 연일 대서특필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서라는 비극을 맞았다. 추후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국정원 요원의 실명을 언급하며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가 국정원이었음을 밝혔지만, 검찰과의 협공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이인규는 검찰 요직인 중수부장에 임명되어 정권의 실세로 등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 수사로 걸어 수사를 지휘하다가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며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변호사로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두 번 욕보이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책임 회피와 자기변명으로 일관됐다고 비판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국정원 개혁위 조사가 시작되자 “내가 지금 입을 열면 많은 사람이 다친다”는 말을 남기고 돌연 다니던 로펌을 그만 두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은 변호사로 개업해 태연히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전날 밤 스트레이트가 집중 취재한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과의 검은 유착 의혹이 제기되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취재진에 따르면 변호사가 된 이인규는 김기문 회장의 소송 건을 거의 대부분 위임 받아 그동안 일한 거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36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수시로 동행하고 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회장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김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 납품한 '로만손 시계'를 만들어 처음 유명해졌고, 이후 액세서리 업체 '제이에스티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김 회장은 햇수로만 9년 넘게 중앙회를 이끌고 있지만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김 회장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의 비서는 지난해 선거에서 모 일간지 기자에게 ‘김 회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잘 써 달라’는 취지로 현금과 시계 선물을 건넸다가 들통이 났다. 김 회장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다른 증언자들도 있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이 출마 자격도 편법으로 급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홈쇼핑 업체인 홈앤쇼핑을 통해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거기에다 김 회장 일가가 홈앤쇼핑의 주식을 취득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부인이 홈앤쇼핑 주식을 갖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는데 이들의 석연찮은 홈앤쇼핑 주식 거래의 내막 등 김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잡음의 실체를 ‘스트레이트’가 추적했다.
김기문 회장이 경영하는 패션업체 제이에스티나는 2016년 기준으로 1700억 원이 넘는 높은 매출을 기록해 중소기업중앙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 범위를 넘어 조건이 상실됐다.
하지만 김 회장은 2018년 7월, 돌연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공동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 이후 창원 지역 주물공단 조합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렇게 중소기업 중앙회장에 출마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김기문 회장은 중소기업 중앙회장에 다시 당선 된다.
취재진은 또한 김 회장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홈앤쇼핑’ 채널을 통해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적했다. ‘홈앤쇼핑’은 개국 직후부터 김기문 회장 회사가 만든 로만손 시계를 팔았다.
로만손 시계는 2012년부터 40여 차례 방송 후 2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취재진은 비슷한 시기 다른 시계 제조회사 제품이 첫 방송 이후 30%대 판매율에 그치자 5회 방송 만에 퇴출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김 회장 일가가 ‘홈앤쇼핑’의 주식을 취득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취재진은 밝혔다.
‘홈앤쇼핑’은 개국을 준비하면서 소액투자자를 공모했다. 당시 다른 홈쇼핑의 주가가 액면가의 수십 배로 뛰었던 만큼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40억 원 ‘실권주’가 발생했고 이 ‘실권주’중 김기문 회장은 자신의 회사인 로만손 명의로 4억 원을 투자해 8만주를 확보했고 개인 명의로 2만주를 샀다. 김 회장은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는 2만주가 ‘실권주’를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이 살펴본 주주명단에는 지금은 변호사로 개업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부인인 김 모 씨의 이름도 있었다.
당시 공모 대상을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연합회 등만으로 한정했다는 데 어떻게 전 대검 중수부장 이인규 변호사 부인이 주식을 살 수 있었을까? 취재진은 의문을 가지고 이 변호사를 만나 이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부인이 어떻게 취득하게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집사람이 취득한 거는 나는 모른다"라고 했다. 취재진이 거듭 묻자 "그만합시다"라고 정색을 하며 "그만 찍으세요. 장난하지 말고요. 왜 인간들이 그래"라고 강하게 취재진을 뿌리치며 황급히 한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마지막에 “중소기업중앙회와 홈앤쇼핑 이들 업체의 회장과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특혜나 비리가 있었다면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방송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