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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MBC, KBS 언론노동자들의 싸움..
오피니언

[인권으로 읽는 세상] MBC, KBS 언론노동자들의 싸움에 함께하며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기자 onlinenews@nate.com 입력 2017/08/25 08:19 수정 2017.08.25 08:21

부패한 정치권력과 재벌이 등장하는 영화에 늘 함께 나오는 단짝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이들의 공고한 카르텔 속에서 언론은 '여론'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세상을 그들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 사실 왜곡과 진실 은폐를 통한 '여론 형성'에 몰두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정에서 뇌물 혐의 증거로 제출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공개되었다. '좋은 기사, 좋은 지면으로 보답하겠다'며 협찬비 증액을 요청하고,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관련 보도에 '기사 취급하지 않도록 부탁했다'며 안심시키던 언론은 삼성에 지원한 자녀의 채용 호소와 '사외이사 한자리를 부탁한다'며 재취업 청탁에도 스스럼없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실은 영화보다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다.

보수 정권 10년이 보여준 것

'이명박근혜' 정권 10년은 민주화 이후에도 권력의 언론 장악이 얼마나 집요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한 시간이었다. 권력의 언론 장악은 대통령 측근을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강제 축출하기 위해,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문화방송 <PD수첩> 제작진을 겁박하기 위해 공권력이 동원되었다.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 언론노동자들에겐 해고와 부당전보, 감봉 등의 중징계가 이어졌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프로그램은 방송이 취소되고 폐지되었다.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로 방송사업 관련 진입·소유·겸영 규제가 완화되어 여론의 독과점이라는 우려 속에서 종편 시대가 열렸다. 언론이 정권과 자본의 나팔수 노릇에만 충성하며 민주적 공론장이라는 제 역할을 지워내면서 한국사회에서 '기레기'는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때 애도의 행렬을 가로막는 권력에 항의하며 유가족들이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운 날, 종편 채널 카메라가 집요하게 찍어댄 것은 거리의 쓰레기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어떤 시간을 겪어왔는지, 추모조차 못하는 상황이 왜 발생한 것인지가 아니었다. 사고 발생일인 2014년 4월 16일부터 구조에 힘써야 할 정권은 보도 통제와 함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유언비어로 엄단하겠다는 의지만 밝힐 뿐이었다. 전원 구조가 오보라고 현장 취재기자들이 정정을 요구해도 언론사들은 정부 발표만 그대로 옮겨 내보내기에만 급급했다. 이러한 행태는 시간을 거슬러 2009년 용산참사와도 겹쳐진다. 당시 청와대는 용산참사 관련 보도를 연쇄살인사건을 부각해서 덮으라고 지시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정권에 해가 될 여론을 조작하라', '비판적인 언론에는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라'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은 세월호 참사와 용산참사 당시 국민들이 들어야 했던 뉴스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시작된 MBC, KBS 언론노동자들의 싸움

 언론이 권력의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는 언론의 본성이라기보다 언론이 지니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SNS나 팟캐스트와 같은 인터넷 기반의 개인화된 매체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방송과 신문과 같은 전통 매체는 여전히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뉴스의 생산과 전파에는 엄청난 재원이 투여되는데 지상파 방송, 종편, 거대신문들은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의 광고에 의지하게 된다. 이를 매개로 권력과 자본은 언제나 언론을 장악하고 싶어 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할 수 있는 언론은 권력의 작동에 매우 유용하다. 얼마나 비중 있게, 얼마나 많은 채널에서 다루냐에 따라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고 묻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여론 작업에 호도되는 꼭두각시가 아닌 이상,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기 위한 싸움은 계속돼왔다. 박정희 정권 시기, 자유언론 실천 선언으로 해직되어 지금도 싸우고 있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시민들이 주주로 창간한 한겨레신문, 광고주에 휘둘리는 주류 언론과 달리 시민의 후원과 지지를 통해 운영되는 인터넷 독립 언론들은 언론의 가치와 역할을 지키고 확장해온 싸움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기존 언론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으로 만들기 위한 언론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이 이어져왔다.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 충실히 부역해온 KBS와 MBC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 거부, 방송 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MBC는 24일부터 2012년 이후 5년 만에 총파업 투표를 시작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위해

 최근 개봉한 영화를 계기로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침묵을 강요받던 시절 광주의 참상을 알렸던 독일 기자를 만나며, 권력의 언론 장악에 앞장섰던 공범자들과 이에 맞서온 저항자들의 지난 10년과 현재를 접하며 우리가 함께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본다. 언론이 정치 권력의 홍보 기구로, 자본 논리의 전파자로 전락한 사회에서는 인권도 민주주의도 없다. 권력과 자본에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만들어가는 것은 언론노동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고 있고,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지 함께 말하고 듣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공론장으로서 언론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이 우리의 투쟁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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