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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여성들이여, 기업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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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여성들이여, 기업에 관심을!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20/03/22 08:47 수정 2020.03.22 09:09

여권 운동가는 넘쳐나도 여성 창업자나 기업가의 증가는 더디다.
플루타크가 ‘사람을 길들이는 나라’라고 묘사한 고대 스파르타가 장장 5백여 년 동안이나 강국으로 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국력은 어디서 생겨났던 것일까. 그것은 고귀한 성품을 소유한 리쿠르고스와 같은 ‘스파르타의 아버지’와 덕과 영예를 사랑한 ‘스파르타의 어머니와 아내’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스파르타 여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었다. 이 세상에서 남성을 지배할 수 있는 여성은 스파르타 여성뿐일 것이라는 찬사에 “당연하지요. 그런 스파르타 남자를 낳을 수 있는 여자는 우리뿐이니까요.”라고 한 답변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당시 외국에서 스파르타에 원조를 청할 때 배나 돈 대신에 지휘관 파견을 원할 정도로 스파르타 여성들은 그런 인물을 낳고 키운 대단한 어머니고 아내였다.

스파르타 여인들의 당당함 또한 대단했다. 그들은 체육경기에 알몸으로 행진하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축제 때는 나체로 남성들과 춤판을 벌일 정도로 당당했으나, 간통이 전무할 정도로 정숙했다. 때문에 남자들은 후방의 가정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와 아내를 믿고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워 언제나 이길 수 있었다.

산업사회의 한 군대는 기업이고 전쟁터는 시장이다.
어머니와 아내인 여성은 대부분 그 곳에 자식과 남편을 산업전사로 출전시키고 산다. 그들이 승리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사회가 평화로우면 가정이 행복하다. 그들이 가정이 걱정되고 아내가 미덥지 못해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면 모두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네 삶의 행복과 평화가 달려 있는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훌륭한 전사로 기르고 만드는 상당한 힘이 그렇게 여성한테 있는 것이다. 

가정이 건강하지 못한 남편과 자식이 일터에서 신명이 날 리 만무하며 사소한 집안  일에 연연하고서 협동으로 해 내는 대사에 제구실을 다하기 어렵다.
아내가 남편의 보람 있는 성취욕을 하찮게 여기고 출세만을 재촉한다면 남편이 권모술수의 노예가 되어 출세주의자가 되는 것은 여반장이다. 만약에 남편의 명예를 더럽혀서라도 보석을 가져야 하고 사치를 하겠다고 짓조른다면 남편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 또한 시간문제다. 

건강은 어떠한가. 그것이야말로 전적으로 여성한테 달려 있다. 근면성실 등 발전적인 생활태도를 견지하는 것 역시 그러하다. 말하자면 정신과 육체 모두가 건실한 직장인이란 어머니나 아내가 만들어 내고 그들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기업에 있어 무엇보다 여성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기업의 형편이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주는 일이다.

전사가 전의를 잃으면 싸움은 하나마나다. 가정에서 절망하고 원망하는 소리가 전사의 귀청을 때리면 남자는 이미 패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기를 북돋는 힘 가운데 어머니나 아내의 기도와 격려만큼 힘 있는 것은 없다.  승진했을 때 어머니나 아내의 칭찬만큼 달콤한 게 없는 것처럼 패전했을 때 남자의 구겨진 자존심과 고통스러운 수치를 어루만져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묘약은 그녀들의 사랑뿐이다.

그런데도 어머니로서든 아내로서든 여성들의 기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기업으로서는 여간 불행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활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좋은 인간관계 유지에 기업과 가정 간 유대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성 가족들이 과연 자식이나 남편의 회사에 대해 가정 못지않은 애정을 품고 있는지 의문이다. 온종일 일하는 회사는 남자한테 매우 의미 깊은 삶의 터전이고 이상 실현의 산실이다. 남편의 삶이 주로 영위되고 있는 회사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의 인생을 이해하고 동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회사에서의 남편 역할에 자부심을 갖지 않고서는 그를 당당하고 유능한 전사가 되게 할 수가 없다.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고 그에게 신바람을 불어 넣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 기업의 경영실태를 파악하고 이해하지 않고서는 더 잘하기 위한 내조나 역경에 처했을 때 올바른 처신을 조언하기 어렵다. 기업에는 명령자들과 경쟁자들이 많을 뿐 진정한 충고자나 조언자는 드물다. 어머니나 아내가 기업 형편을 잘 알고 바르고 현명하게 처신하도록 조언하는 것은 기업과 개인 모두한테 매우 값진 일이다. 폭력적인 노동쟁의를 설득해서 만류할 수 있는 힘만 해도 공권력보다는 아내들의 설득과 만류가 훨씬 강하고 경제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네 어머니들이나 아내들은 기업에 가까이 가기를 매우 수줍어하는 것 같다. 김장철에 좋아서 동네 품앗이는 나가도 회사 식당에 낼 김치를 담가 주는 애정 표현 같은 일에는 서툴다. 이웃집에서 친소를 따라 실어다 파는 생필품을 자발적으로 여기 저기 선전은 해도, 남편회사 상품이 무엇인지는 알려하지 않으며, 더구나 그것 구전광고에는 어색해한다.

여성소비자보호단체가 기업에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것처럼 기업의 여성 가족들의 역할도 그 쓰임새에 따라 영향력이 대단할 수 있다. 언젠가, 한 굴지 라면회사가 기름 성분 시비에 휘말려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적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사건 당시 아마도 수천 명에 달했을 회사원 여성 가족들이 발 벗고 나서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몸소 실연해 보여 주었더라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소비자 불신의 회오리를 빨리 잠재워 뼈아픈 타격을 줄였을지 모른다.

사원가족운동회도 좋지만 가족 초청 경영현황 설명회를 곁들인 여성가족과의 만남 자리 마련도 필요하다. 그 자리서 회사 형편을 설명해서 이해시킨다면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를 적절하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며 가계 운영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인가를 요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 비전을 알면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회사에 대한 애정도 생기게 될 것이다. 자식과 남편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알맞게 조절될 수 있을 것이며 어려울 때 무엇을 인내하고 협조해야 되는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현대는 여성의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의 기업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의 틀이 깨지고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맞벌이 부부라고 예사로 표현하는 가정생활 패턴의 변화와 이젠 가계도 기업처럼 가계부를 유지하고 수입과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흑자를 내도록 경영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여성은 더 이상 ‘단순한 가정주부’(Stay-at-home Mother or Wife)가 아니다. 능력과 기회에 따라 여성이 밖에 나가 돈 벌고 남자가 살림해도 자연스러운 시대가 온 것이다.
국가이던 기업이던 모든 경영 전략은 동원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거기에 집중시켜야 한다면, 이런 저런 환경과 고정관념과 풍토 때문에 사장되고 억눌리며 방치되고 있는 여성의 잠재능력을 서둘러 개발해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기업은 실속 없는 갈등을 피하고 화합하기 위해서, 기업에 대한 여성 가족의 관심을 높이는데 새로운 인식과 발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기업이 당당한 경영을 하기 위해 도입한 사외이사제도의 운영에 있어 과감히 여성 사외이사를 초빙하는 파격적인 발상을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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