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거의 매일 진행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대신 자화자찬과 정적 공격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16일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35차례의 백악관 코로나19 TF 브리핑 내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기록은 데이터 분석업체 '팩트베이스'(Factba.se)에서 제작했다.
WP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한 의학 정보를 제공하거나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해 공감을 표하는 대신 정적을 공격하고 자신과 지지자들을 찬양하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24일 3주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총 13시간을 발언했는데, 이 중 남을 공격하거나 자신과 정부를 칭송하는 데에 각각 2시간, 45분씩 할애했다.
반면 코로나19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한 시간은 고작 4분 30초에 그쳤다.
그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등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라며 홍보하는 데에만 이 시간의 2배에 달하는 약 9분을 할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총 346개의 질문에 답했는데, 이 중 3분의 1이 넘는 113회의 답변에서 남을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전체 발언의 약 25%에서 거짓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의 총 발언 시간이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이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 22회의 브리핑에서 벅스 조정관과 파우치 소장의 발언 시간은 각각 약 6시간, 2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WP는 이런 분석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하고, 의심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한 의학적 조언을 건네거나, 자신과 정부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위해 백악관 연설대를 사용한 점이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관련 백악관의 일일 브리핑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유세처럼 변했지만, 일부 정부 당국자 및 공화당원들은 백악관 브리핑이 오히려 재선에 해가 되고 있음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발언' 역시 엄청난 역풍에 직면했다.
그는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자외선이나 강력한 햇볕을 쬐게 하고, 살균제의 인체 주입을 검토해 보라고 발언했다가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인정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그가 백악관 브리핑의 시청률이 높다는 트윗을 지난 3주간 5회나 내보내는 등 브리핑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나눈 미 CNN방송 기자에게 뒤쪽 좌석으로 옮기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WP에 따르면 당일 브리핑 전 한 백악관 당국자가 CNN의 케이틀란 콜린스 기자에게 이같이 지시했으나, 콜린스 기자는 이를 거부했다.
이 당국자는 이후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이 개입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이후 별다른 조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콜린스 기자가 전날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한 이후에 나왔다.
당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CNN의 "부정확한" 보도에 근거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추가 질문을 하려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이제 그만하라"며 "문제는 당신들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질문을 막았다.
콜린스 기자가 재차 질문을 시도하자 그는 "아니다, CNN은 안 된다. CNN은 가짜뉴스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나에게 말 걸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