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우리나라는 몇몇 대기업들이 부실경영의 깊고 깊은 수렁에 빠져 국가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적이 있었다. 그 원인이 부도덕한 경영자의 부정한 경영 때문이라고 했다. 부실규모가 커서 존립을 위한 수습이 어려운 지경이라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구조조정을 포함한 일대경영혁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영혁신이란 자칫 게을리 하면 저렇게 기업을 병들고 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에서 기업경영을 가장 잘 한다는 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세계 굴지의 일본 대기업들이 망조가 들어 난리를 피운 때가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도요타자동차는 가속페달 결함으로 시장신뢰와 브랜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미쓰비시, 닛산, 스즈키 또한 연비를 속였다가 된 서리를 맞았다. 그런가하면 샤프나 도시바 같은 가전사도 경영부실이 깊어 결국 중국의 메이디그룹으로 팔려갔다. 그런 대기업의 비참한 말로는 전 세기에만 해도 ‘대마부도, 대기업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진실 같은 사실이 일본에서 횡행할 정도로 상상조차 하지 않던 충격적인 변화였다.
그 원인에 대한 규명과 평가가 분분했는데 교토대학교 스에미쓰 지히로 교수 같은 전문가들의 주장인즉 일본 대기업들이 부카(VUCA: 변동과 불확실성, 복잡성과 모호함)시대에 적응, 변화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그런데 필자가 알기로는 경영트렌드나 패러다임이 저렇게 변한 시기는 오래 되었다. 그러므로 저 기업들이 경영혁신에 무관심하였거나 소극적으로 굼벵이 걸음으로 대처해온 탓이 아닌가 싶다.
대체 경영혁신이란 그렇게도 거창하고 어려운 것인가 의문이 든다. 그걸 소홀히 하거나 적기적시에 하지 않으면 저토록 유명한 대기업들이 초상을 치르는 판국인데 어쩌자고 세계적으로 가장 알찬 경영을 한다고 자부하는 일본에 그런 줄초상이 일어난단 말인지 모를 일이다.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을 대략 3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첫 단계가 경영혁신의 필요성의 수용과 합의 단계이다.
경영혁신의 시작은 근원이 되는 ‘문제의 발견 problem finding’이다.
대체 나의 경영활동에 있어서의 문제는 무엇인가로부터 소속부서, 상관, 거래처, 시장, 회사전체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시쳇말로 뭘 알아야 면장 질을 해도 할 거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들이 묻힌 채 발견되지 않고 단 초콜릿을 먹는 현상을 ‘안일무사주의’라고 하는데 그건 경영혁신의 적이다.
문제의 발견의 기인(起因)은 무엇인가. 그건 ‘Why?’다. 긍정적인 의심을 품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 성의는 회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 호기심 같은 것에서 나온다. 그런데 문제의 발견을 위해 의문을 제기하려면 여러 가지 전제조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소화하며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적인 실력이 필요하다. 해서 공부를 하고 정보의 수집과 자료조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의 공적 자료나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혁신필요성에 대한 전 종업원의 공감과 합의다. 혁신을 위해서 감원을 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피나는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 종업원이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라는 대승을 위해 소승을 죽여야 한다는 합의와 각오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발견을 위한 의문의 제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근원이 개인의 감이나 의욕에서 그 단서가 나온다. 감이란 책임정신을 포함한 주인정신 같은 것이며, 의욕이란 보다 더 나아지려는 가치관이나 인생관 같은 개인생활철학이나 직장관의 산물이다. 저 모든 것을 ‘회사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경영혁신이 고도의 전문적인 기법임에도 사실인즉 경영주체인 사람들의 주인정신에 깊이 연관되고 영향을 받는 것이다.
경영혁신의 두 번째 과정은 실제적 ‘문제의 해결 problem solving’ 단계다.
문제를 알았으니 서둘러 문제를 제거하고 개선하며 좋은 방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해서 혁신을 reform, 다시 구성하는 개선 개혁이라 하는 것이다.
해결기법은 기업마다 다르다. 여러 가지 요소와 요인과 환경, 제도와 경영스타일, 구성원의 철학과 자질, 문제의 심각성과 특이성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컨대 이런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전문그룹별 워크숍을 연다든가 잘 짜인 제안제도를 활용한다든가 전문적인 경영진단을 받는다든가 하는 것이다. 벤치마킹 방법도 좋은 방도의 하나다.
우리말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있는데 옛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의미다. 지나간 과거사라고 다 무가치하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벤치마킹도 양면의 목적이 있다. 그 하나는 남의 경영사례를 보고 좋은 점은 배워 본뜨고 다른 하나는 나쁜 점을 거울삼아 자신의 나쁜 점을 보완하고 교훈삼아 유사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흔히 벤치마킹을 배울 점 위주로 하는데 그건 진정한 벤치마킹이 아니다.
경영혁신 세 번째 과정은 ‘혁신방안의 실천 reforming’이다.
아무리 값비싼 보석구슬이라도 잘 꿰어야만 보석목걸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경영혁신을 위한 좋은 방법을 찾았다 해도 신속적절하게 실천해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실천 상 주의할 점이 있다. 실천자와 사용자가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행동할 수 있게 워크숍을 통한 교육, 평가, 조정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전사적으로 전문적인 평가를 하고 피드백을 한다.
만족한 효과나 성과를 보았을 경우 공로자들을 표창하고 우수부서에 포상을 하며 성과발표회를 통해 전 사원에게 주지시킨다.
저 모든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경영혁신을 함에 있어 그 주체이자 대상인 구성원들의 주인정신 같은 마음가짐이나 회사사랑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가를 느낄 수 있다. 경영이란 그 목표가 돈 버는 것이긴 하지만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라서 그 가치관이나 경영철학이 바르지 못하면 기업 존립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위할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