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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세이] 창업자의 난해한 결정..
오피니언

[기업에세이] 창업자의 난해한 결정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20/06/08 17:27 수정 2020.06.08 18:52

창업자야말로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을 창업에 투자하므로 매사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창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성공을 겨냥하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과 역량과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는 비즈니스게임이므로 매사 성공 가능성을 경제적이고도 지혜롭게 저울질해서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자한 자본은 창업에 소요되는 시간의 길이에 비례하여 개발비나 창업비로 소진되거나, 자본수익으로 돌아올 때까지 자산이라는 모양의 회임懷妊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투자자본이 자본수익이던 영업수익이던 어느 만큼의 크기로 얼마나 빨리 결실돼 수확될 것인가는 창업의 제일가는 과제요 창업 성공의 관건이다. 

따라서 창업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창업의 알찬 결실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모든 선택과 결정을 얼마나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창업 추진과정에 대두되는 여러 가지 중요한 업무에 있어 창업자들은 무슨 까닭에서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과 결정을 예사로 반복하고 있다.

그 하나가 ‘주식회사 선호 경향’이다.
회사형태의 선택에 있어 주식회사를 택하는 목적이란 간단하고도 분명하다.  특수 관계가 아닌 투자주주가 여럿 이어서 주주관계를 법률상으로 분명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거나, 장차 사업이 성장하고 확대되어 외부 자본가나 자본시장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려 할 경우 택하는 게 상식이다. 또는 대외적으로 미래 이해관계자들한테 공신력을 적으로 보증하는 수단으로 법인형태의 주식회사를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소규모로 시작하게 되는 창업한테 주식회사는 여러 가지로 걸맞지 않은 회사형태다. 우선 상법상으로 따라야 되는 창업 절차나 이행할 의무사항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설립비용도 훨씬 더 드는 불리함이 있다. 창업 후 경영에 있어 회계규칙상 지켜야 되는 장부와 전표의 유지의무로부터 유지해야 될 조직과 인원, 관리해야 될 업무, 이행해야 될 보고의무 등에 이르기까지 갖추고 이행해야 될 일들이 만만치 않게 복잡하고 많다. 창업해서 안정되기까지 긴요한 유연성이나 순발력에 있어서도 주식회사는 개인사업자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시장이 확보되고 영업이 정상화되기 전에 이것저것 갖추고 따지느라 시간과 자본을 소비한다는 건 창업자가 경계해야 될 가장 중요한 금기이기 때문에 창업자는 무조건 무엇보다 먼저 꿩을 잘 잡는 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불편하고 불리한 것은 이익의 처분에 있어 주식회사는 개인사업자나 유한회사보다 훨씬 부자유스럽다는 점이다.

주식회사는 그 설립정신이나 운영기조로 보아, 이익이던 손실이던 공동으로 향유하고 책임지는 것이므로, 개인사업자처럼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더라도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후의 순이익을 주주 임의로 나눌 수가 없는 것이다. 주식회사에서는 안팎으로 이해관계자는 물론 감시자나 직, 간접 통제장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절세 측면이나 간편하고 경제적인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로 시작하는 게 현명하며, 법인형태를 취할 경우에도 일단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하다, 매출이 세금부담 수준에 있어 불리한 규모로 커질 때에 주식회사로 전환하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창업 유년기 몇 년 간을 매출규모냐고 고작 수억 원 미만에다 십 명 이하의 인원으로 운영하는 사업체가 시작부터 주식회사 형태를 택함은 실속 없는 과분이다. 개인 사업을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유한회사를 주식회사로 변경하는 일은 시간이나 경비가 별로 들지 않는 용이한 일이므로 시작부터 거창하게 주식회사라 벌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단기필마 돌진 식 창업추진’이다.
사업이란 기술과 경영이 접목돼 성사된다.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던 상품이던 서비스이던 경쟁자의 그것들보다 더 우수하고 좋아야 되는 ‘비교우위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위 경쟁에 있어 우위적인 ‘차별화’에 성공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차별화 능력이나 경쟁력이란 창업자 한 사람이 다 고루 소유할 수 없는 능력이요 기술이며 혼자서 이것저것 다 발휘할 수 없는 것이므로 창업일수록 반드시 파트너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경우 창업자는 기술자이거나 특이한 기술적 노하우를 가지고 창업하므로 제품개발에는 강하나 상품화나 영업 화에는 약하다. 사업화전략을 설계하고 그 타당성을 검증하는데 약하며, 더구나 경제적인 창업을 하는 데는 더 취약하다. 시작부터 창업자의 부족하고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고 분담해 줄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단기필마로 창업전선에 나선다.
같이 일할 마땅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든가, 창업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는 혼자서 능히 다 해낼 수 있다 자신해서며 사업규모로 보아 굳이 높은 봉급 주고 상전을 모셔온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의식은 작은 것을 아끼려다 큰 것을 잃을 위험을 우선 잠재우는 미봉책이기 십상이다. 하다못해 우동을 파는 식당을 내도 솜씨 좋은 조리사를 구하지 못하면 그 장사가 어느 시기에 가서 거덜 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 파트너란 단순히 보정補整 역할의 담당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경제적이고 성공적인 창업을 분담해 달성해 낼 창업자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창업자본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경우 투자에 참여할 동업자도 필요하다.

크던 작던 성공적인 창업엔 어떤 형태로던 파트너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은 빌 게이츠가 폴 앨런을 동업자로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 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인 혼다의 경우도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가 창업 파트너로 택한 후지사와 다케오에게 자신의 인감을 맡아 관리하게 할 정도로 신임해서 철저하게 소유와 경영을 분리, 전문경영을 고수함으로써 성공했다. 

실리콘밸리의 눈부신 성공을 말할 때 그 추진엔진으로 반드시 꼽히는 것이 기존 경영철학을 과감히 혁파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파트너십이다. 그건 실리콘밸리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엔지니어, 창업자본가, 기업가, 창업 컨설턴트간의 파트너십이요 신제품을 개발하는 기업과 그것을 생산하는 외부 생산자간의 파트너십이다. 지금 지혜로운 파트너십은 경쟁기업간은 물론 적대기업간의 업무 또는 시장제휴라는 파격적인 형태로까지 변화하고 있다. 도시 저들이 신봉하고 사용하는 사업방식이란 단기필마 식 창업이나 스타 플레이식 경영과는 판이한 것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이득이 될 누구와도 손잡고 협조하며 그 과실을 분담한 역할 만큼 정당하게 나눠 누리는 공존공영방식이다.

창업이 기술이던 지식이던 전문화된 도전이므로 그 성공은 얼마나 유능하고 창업정신이 투철한 파트너를 만나느냐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므로 단기필마로 추진하기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함께 추진하는 게 창업 리스크를 예방하고 성공가능성을 높이는데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

또 다른 하나는 ‘주먹구구식 욕심과 허세’다.
갓 태어난 기업에 가면 축하 화분부터 모든 게 신품 일색이기 예사다.
한국 창업풍토에는 ‘차고창업’이란 성공담에나 담길 것일 뿐이다.

창업자문을 하면서 실제로 신품 대신 중고품을 사 쓰도록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던 적이 적지 않다. 수입이 없고 이익을 벌지도 불분명한 터에 창업이라고 뭉칫돈이 들어가는 것마다 신품이어야 하고 번듯해야 하며 고루 다 갖춰야 된다는 의식은 창업의 성공정신과는 상극일망정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실속 없는 허세다.

이른바 창업 가치를 담아내는 ‘수익모델’이란 적정한 투자로 안정되고 건실한 경상이익을 내는 사업모델이다. 투자부터 조달 가능한 자본의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설계돼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창업자의 상당수가 시작부터 공장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가뜩이나 투자 소요자본의 조달이 힘든 판국에 큰 돈 들여 공장을 짓겠다는 생각은 비이성적 욕망의 소치다. 투자규모가 커지면 조달 차질 등 위험부담 가능성 또한 커진다. 요즈음은 자금이 있어도 공장부지 구하기가 어렵고 아무데나 공장을 지을 수 없는 여건의 제약 때문에 과거처럼 재산 불리기를 겸한 내 공장 갖기가 많이 줄었다지만, 시작부터 과도한 고정투자를 하는 창업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창업 유년기에 빈혈처럼 기업을 덮치는 피 마름 현상(자금경색)은 과도한 고정투자로 인한 경영자본의 부족과 시장 확보 부진으로 인한 저조한 판매 때문에 경제규모에 미달하거나 차질을 빚는 영업수입에서 비롯된다. 

창업 기업이 안정되기까지 극히 조심해야 될 것이 영양실조(낮은 수익)보다는 피 마름 현상이므로, 번듯한 사무실을 얻고, 비싼 신품 사무용 기기나 즙기 비품을 갖추며, 어떻게 해서든 공장을 사거나 지으려 욕심내는 것은 아무리 사업전망이 좋다 해도 삼가야 한다. 영업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 모든 유형고정자산이란 헐값의 중고품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그건 곧 알거지가 된다는 신호다.  위기 대처능력이 약한 창업 유년기에 당면하게 될 갖가지 위기나 불리한 상황변화 중에 자금부족 만큼 치명적 타격을 주는 게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투자이던 당기 비용으로든 돈은 쓸 대상과 시기와 규모를 자신의 자금력에 맞춰 철두철미하게 재고 그 타당성과 경제성을 따지고 거듭 따져서 써야 한다. 공연히 허세나 욕심에 이끌려 벌리면 반드시 재앙을 부를 것이다.

창업자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일에 관련된 결정과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한 가지마다 지혜롭지 않으면 시간적 손실을 초래해 창업일정을 지연 시키거나 금전적 손실을 입어 수익구조를 악화 시키게 된다.
창업자가 지혜롭게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만용을 부리거나 적당히 주먹구구식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추진하지 말고 대신에 스스로 공부하고 전문가한테서 배우고 유능한 파트너의 조언과 조력을 받으면 된다. 그러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결정과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성공적인 창업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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