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지구촌을 점령한 채 세계 경제를 바짝 움켜쥐고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은 온 세상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태에 빠뜨렸다.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인간의 움직임도 최소화시키고 있다.
독일의 경제학자 다니엘 슈텔터는 "코로나19 충격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고, 상당 시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침체를 향해 가던 허약한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코로나19로 새로운 경제정책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그는 이 경제정책을 '코로노믹스(Coronomics)'라는 신조어로 부른다.
코로노믹스는 코로나19의 '코로나(Corona)'와 '경제(economics)'를 합해 만든 용어다. 이 코로노믹스가 향후 10년간의 경제정책 모습을 결정지으며 세계를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본다. 인플레이션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고, 국가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게 되리라는 거다.
슈텔터 박사는 신간 '코로노믹스'를 통해 코로나 위기 이전의 경제·금융 시스템과 상황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과 충격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해 설명해준다. 이와 함께 반(反)세계화, 새로운 인플레이션의 도래,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방향, 폭발적 부채의 문제, 급변하는 노동시장의 전망, 기후 변화와 기업의 생존 해법 등 코로나19 위기 이후에 개인과 기업, 국가가 직면할 변화와 실현 가능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이 책은 세계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유럽 재정 위기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온 저자는 서구의 현 상황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한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크게 달라져 새로운 경제와 재정·금융의 질서가 시작되리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에 우리가 추종하다시피 한 중심은 미국과 유럽이었다. 따라서 선진국으로 일컬어져 온 이들이 맞닥뜨릴 미래 상황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의 상황만 아는 것은 더 이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코로나19는 앞으로 세상을 이끌 힘이 아시아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서구 세계가 과거의 지도력을 크게 잃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한국은 서구 국가에서 나타나는 반세계화 움직임을 생각해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법으로 경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는 아시아 지역 내 수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슈텔터 박사는 "세계가 한국을 엄청난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처럼 코로나19를 효과적, 효율적으로 관리한 나라는 없었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코로나19에 맞서는 방법을 세계에 알린 본보기가 된 것처럼,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 펼쳐질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방법도 세계에 알리는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한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국가와 기업, 개인에게 해결책들을 제시하는데, 여기서 언급되는 문제들 역시 지금 한국의 정책 상황과 맞닿아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노동력 성장과 생산성(고용인구당 GDP) 향상 정책, 중소기업 중심의 부양책 등이다.
"우리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코로노믹스는 다가오고 있다. 책에서 묘사한 모든 상황은 불가피하게 발생할 일이며, 국가와 시업과 개인적 차원에서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준비가 돼 있어야만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