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부터 깨어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충격 앞에서 그저 현실이 아닌 듯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1993년에 제가 미국 유학생일 때 당시 인권변호사 박원순으로 정대협을 만드신 선생님들과 일본군위안부 일을 알리러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셨던 세미나에서 뵙게 된 이후로 거진 30년의 인연인데…
LA 에서 처음 뵈었던 그때 박원순 변호사에게 “저도 변호사님 같이 인권변호사가 되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미국 법대에 가려고 합니다” 했더니 “아니, 위안부 할머니들 돕는 일을 하려면 지금부터 하면 되지, 왜 꼭 법대를 가야한다고 생각하나요?” 라는 당신의 말 한마디에 위안부문제, 일제강점기 문제 활동가로 제가 무척 고단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투정도 몇 번 했었고 전에는 제가 적극적으로 찾아가 일본의 유엔상임이사국 진출저지 서명운동, 징용피해자 미국 소송문제, 등등 같이 하자고 도와달라고 조르는 것도 많았었으나… 2011년 서울시 시장님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오히려 찾아가지도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시민운동하며 가까워진 사람들 시장이 챙긴다는 잡음 들릴까 하여 AOK 한국이 서울시 지원 통일교육공모 프로그램에 우수상 받았어도 그 소식 조차 알리지 않을 정도로 조심 조심했었는데 평소에 술도 잘 안 드시고 유머감각도 별로 없고 행동거지 반듯하던 분이었는데 어찌 자신을 영영 변호할 수 없는 길을 택하셨는지…
시장님과 좀 더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것은 남북문제에 관해서 였겠지요. 시장님이 미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는데 보태는 마음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할 일이 앞으로도 창창하게 많은 이 나라, 이 시국, 이 시점에서 나라의 귀한 일꾼 한 분을 우리는 또 다시 잃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비통한 7월 9일 아침입니다. (미국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