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한운식 기자= ‘삼현대대지’
이른바 ‘노가다’라 불리는 건설업계에서는 곧잘 통용되는 말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건설업계 ‘빅5’를 일컫는다. 시공능력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그 중 대우건설을 주목해 보자. 90년대 후반이후 우여곡절이 심했다.
외환위기와 대우그룹의 해체, 금호그룹의 인수 및 재매각 등 다른 업체에서는 한번하기도 힘든 일을 두루두루 겪었다.
하지만, 이런 배경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대우건설은 빅 5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매각에 의한 영향을 받은 2011년 단 한차례를 빼곤.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 볼수 있다.
이런 대우건설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대우건설이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로 추락한 것.
이는 국토교통부가 전국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한 ‘2020 시공능력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다. 물론 시공능력 평가가 그 회사 전반을 평가하는 잣대는 아니지만 업계의 가장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7년 톱3에 들었다가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부실경영과 연이은 악재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이 때문에 '건설명가'로서의 그 자리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건설이 이처럼 추락하면서 자의반타의반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전에도 ‘대우건설맨’들은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른 건설사의 임원 및 사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대우건설이 업계의 인재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
‘친정이 잘살고 번듯해야 며느리가 시집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회사 출신들이 다른 곳에 가서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넋 놓고 있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추가 인력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인력 이탈이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홍보팀의 류남 대리는 "회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수준의 이탈로 확대 해석하지 말라"며 "이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일화 한토막.
지난 1995년 2월 대우그룹 인사. ㈜대우 건설부문(현 대우건설)의 이일쇄 상무는 전무, 부사장 등 무려 3단계를 뛰어 넘어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여서 이 같은 ‘깜짝 승진’의 덕을 봤다는 얘기도 나오기도 했다.
허나 이는 대우건설의 역동성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는 게 더 설득력을 갖는다.
4반세기가 흐른 지금 대우건설에 필요한 것은 이 같은 혁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재계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 방식과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 그 일은 결국 인재가 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