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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하는 거대 허리케인과 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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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하는 거대 허리케인과 열파

김종익 기자 webmaster@www.newsfreezone.co.kr 입력 2020/08/15 08:49 수정 2020.08.15 08:57
지금, 이 혹성에서 일어나는 일 - 2

모리 사야카 森さやか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
2011년부터 NHK 영어 방송 ‘NHK WORLD - JAPAN’에서 기상 앵커로 근무.
『토네이도의 불가사의』『날씨 구조』 등의 저서가 있다.

일본이 태음력에서 태양력으로 이행한 1872년은, 원래대로라면, 한 달이 많은 ‘윤달’이 있는 해였다. 겉으로는 서구화를 내걸고 역법을 개정하는 데 이르렀지만,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던 듯하다. 정부는 12월 3일을 태양력 1월 1일로 정했다. 이에 따라 12월과 13월 두 달치 급여를, 태연하게 떼어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2019년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연호가 바뀐 해다. 바로 이 해에 일본 열도에는 수없이 재해가 엄습했는데, 특히 동일본은 심대한 태풍 피해를 입었다. 그 중에서도 태풍 15호와 19호는, 간토關東와 도카이東海 지방을 관측 사상 최대급의 세력으로 직격해, 하천 범람과 장기적인 대정전 등 크게 할퀸 태풍 자국을 남겼다.

2019년은 세계의 기후 또한 격동의 한 해가 되었다. 허리케인, 열파, 산불, 빙하 해빙과 전대미문의 규모라는 기상재해가 잇달아 발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추산에 따르면, 2019년에 재해가 이유가 되어 이주로 내몰린 사람 수는, 전 세계에서 2,200만 명에 미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번 연재는 큰 파란이 일었던 2019년에 초점을 맞추어 그 가운데 유난히 현저한 사건을 조명하고자 한다.  

■ 바하마 사상 최강 허리케인 도리안Dorian

바하마는, 연간 340일은 청명하다고 회자될 만큼 화창한 날씨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한다. 그래서 카리브해 굴지의 비치 리조트이기도 하다. 수중 동굴의 보고이기도 하며, 영화 『007』 시리즈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 남국의 낙원에 2019년 9월, 바하마 사상 최강의 허리케인 ‘도리안’이 직격했다. 상륙 때 최대 풍속은 83m/초로, 대서양 허리케인으로는 관측 사상 1위와 같은 기록이다. 더구나 도리안은 최성기의 강함 그대로 유지하면서 22시간에 걸쳐 섬에 머물며, 강렬한 비바람을 계속 불러왔다. 허리케인 눈이 통과한 그레이트 아바코섬에서는, 89m/초라는 최대 순간 풍속도 기록, 7m가 넘는 폭풍 쓰나미가 몰려와 섬 대부분이 침수, 거의 모든 가옥이 쓰러지고 파괴됐다. 지역 미디어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3천 명 이상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사진: 2019년9월1일(현지시간) 바하마로 접근중인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을 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 AFP연합뉴스

생각해 보면 이 4년간, 5단계의 등급에서 최강의 ‘범주 5’의 허리케인이 대서양에 연속해 발생하고, 그 모두가 육지를 직격했다. 일찍이 없었던 사태이다. 2017년 마리아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직격해 허리케인 희생자로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4,6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 지중해 허리케인으로 베네치아 침수

유럽에는 허리케인이 상륙하지 않는다. 그러나 허리케인과 같은 강한 저기압이 나타나는 일이 있다. 이러한 태풍은, Mediterranean(지중해)과 허리케인을 조합·생략해 ‘Medicane’으로 불린다. ‘파소콘パソコン’(퍼스널 컴퓨터의 일본식 조어)이나 ‘기무타쿠キムタク’(일본의 남성 아이돌 그룹 SMAP의 전 멤버 기무라 타쿠야きむら たくや의 애칭)처럼, 조어를 만들어 내는 문화는 일본만은 아닌 듯하다.

Medicane은 겉모습이야말로 허리케인 그대로이지만, 성질은 좀 다르다. 따듯한 기운만으로 이루어진 허리케인과 달리, Medicane은 상공에 찬 기운도 동반하며, 이런 온도 차이에 의해 발달한다. 말하자면 하이브리드형 태풍이다.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예전부터 해면 상승과 지반 침하 등으로 침수 위기가 제기되었는데, 2019년 11월에는 Medicane의 접근도 있어, 수위가 관측 사상 두 번째인 187센티까지 상승했다. 나폴레옹이 “세계 제일의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칭찬한 산마르코광장을 포함해, 도시의 85%가 침수되었다. 지저분한 이야기이지만, 베네치아에 간 친구가, 홍수가 발생하면 미처리된 오수도 흘러오는데, 장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느 연구소에서는, 온난화가 진행되면, 강한 Medicane이 늘어나는 외에, 허리케인이 유럽에 상륙하는 등의 시나리오도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화로는 부족하게 되어 버린다.

■ 열파로 변하는 유럽의 山 標高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는, 여름에 기록적인 열파가 엄습해, 6개국에서 국내 최고 기온 기록이 다시 작성되었다. 도화선을 당긴 것은 프랑스로, 6월인데도, 남쪽의 도시에서 46.0℃까지 기온이 올라갔다. 이때 독일에서는,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일부 노면이 열로 녹아 시속 120킬로의 속도 제한이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 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평균 주행 시속은 140킬로 이상이라고 하니, 이 속도도 평상시보다는 느린 것은 틀림없다. 이어서 7월에는, 영국에서 38.7℃, 독일에서 42.6℃로, 모두 5개국에서 국내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되었다. 프랑스에서는 860명을 넘은 사망자가 나온 외에, 강의 수온이 너무 높아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용수가 부족하게 되어, 2기가 가동이 정지되었다. 또 영국에서는, 전차의 레일과 전선이 일그러지는 등의 우려로, 운전 보류와 지연이 잇달았다.

같은 7월에는, 스웨덴의 북극권에 있는 마르크스빈사에서 기온이 34.8℃까지 올라가서, 스웨덴 북극권의 기록으로서는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 되었다. 놀랍게도, 이 기록적인 열파는 산의 높이도 바꿔 버렸다. 그 산은 스웨덴 북단에 있는 두 개의 주요한 봉우리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 케브네카이세Kebnekaise산이다. 케브네카이세산 남쪽 정상은 빙하로 덮여 있지만, 북쪽 정상은 얼음 대신 바위가 보이며, 통상은 남쪽 정상 쪽이 높다. 그러나 여름의 고온에 의해 남쪽 정상의 빙하가 녹아 그 표고가 관측 사상 최저가 되는 2,096미터로 내려가고 말았다. 그 결과, 북쪽 정상보다도 남쪽 정상이 1.2미터 낮아지고, 북쪽 정상에 1위의 자리를 양도하게 되었다. 이처럼 두 개 봉우리의 순위가 역전된 것은, 1880년 관측 개시 이후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지구상의 산의 면적은, 육지 전체의 1/4을 점하고 있다. 중요한 담수 공급원으로 ‘물의 탑’이라고도 불리지만, 평지에 비해 두 배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 북극권에 심한 벼락

마찬가지로 고위도 지역은, 그 밖의 지역에 비해 배의 속도로 기온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에 수반해 북극권의 기상 현상도 변화해, 2019년에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수의 벼락이 발생했다. 뇌운은, 기온이 높고, 공기 중에 많은 수증기가 있을수록 활발하게 발달하는데, 기온이 낮고, 건조해진 극지방에서는, 그 발생 수가 적다. 그런데 8월 10일에는 북위 80도 부근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1,000회 이상의 벼락이 관측되었다. 더욱이 북극점에서 불과 500킬로 떨어진 북위 85도 부근에서도 48회 관측되어, 전문가도 신기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것은 북극권의 기온이 상승하는 것과 해빙으로 태양열을 좀 더 흡수하게 된 것 등이 배경에 아닐까 한다.

이 벼락의 예에 국한되지 않고, 2019년은 북극권에서 기록적인 사건이 속출했다. 7월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사상 최초로 32.2℃까지 기온이 상승하는 등, 알래스카주 사상 가장 더운 달이 되었다. 이 때문에 산불 사건이 다발하고, 또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에 있는 Chukchi해의 해빙 면적은 사상 최소가 되었다. 나아가 그린란드에서도 6월부터 7월 2개월간에 2,400억 톤, 8월 1일에는 하루 관측 사상 최대인 125억 톤의 얼음이 녹았다. 그리고 9월에는, 북극해 전체 해빙 면적이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두 번째 극소치를 기록했다.

그 옛날 이집트에서는 ‘달력 상’ 온난화가 일어나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구는 365.2422일이라는 주기로 태양을 한 바퀴 돌기 때문에, 4년에 한 번 윤날을 설정해 조정할 필요가 있었지만, 고대 이집트의 민간에서 사용된 태양력에는, 윤날이 설계되지 않았다. 이윽고 날짜가 어긋나, “겨울에 여름이 오고 말았다…”고, 푸념하는 낙서가 발견된다고 한다. 다만 이것은 오늘날 일어나는 온난화와는 다르다.

2019년 12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5회 당사국 총회(COP25) 회합에서, 구테헤스 사무총장이 강한 어조로 발언한 말이 가슴을 찌른다.

“우리는 정말,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지구가 불타는 동안에도 시간을 무위로 보낸 세대로 기록되고 싶은 건가.” ―.

미래 세대에게 타박을 당하지 않도록,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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