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 한운식 기자= 시계 바늘을 잠시 2년 전으로 돌려 보자.
한겨레가 2018년 6월 23일 타전한 것이다.
~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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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후보는 1957년생으로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5년 7월부터는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아 그룹 구조조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포스코 50년 역사상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비(非)엔지니어 출신이 회장 후보로 선임되기는 처음이라고 포스코는 설명했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는 최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 “철강 공급과잉과 무역규제 심화 등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비철강 사업에서도 획기적인 도약이 시급한 상황에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포스코그룹의 100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혁신적인 리더십을 보유한 이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 회장 후보는 포스코 50년 역사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 내부 회장 후보로, 경영관리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비철강 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당시 포스코측이 설명했던 것처럼, 재계는 최정우 회장이 혁신적인 리더쉽을 갖춰 포스코의 또 다른 50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정우 회장이 ‘비서울대’, ‘비엔지니어’ 출신이란 점도 이런 기대에 방점을 더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최 회장이 포스코의 수장이 된 후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놓고 회사 안팎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있는 형국이다.
우선 당장 회사의 살림살이를 살펴보자.
포스코는 올해 2분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5조8848억원, 영업적자 1085억원을 냈다. 포스코가 분기 영업적자를 낸 것은 1968년 창사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 19의 충격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표다.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포스코가 제 자리를 지켜 와서다.
자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실적도 안 좋다. 연결 기준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떨어진 약 28조3000원이며 영업이익은 61.6%나 급락한 약 9000억원이다.
회사의 수익성이 이처럼 악화된 가운데,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보다 절반 가량 오른 12억1500만원의 반기 급여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회장을 취임할 때 포스코의 새로운 화두로 ‘기업 시민’을 내세웠다.
기업 시민이란 시민처럼 기업 역시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정한 권리, 책임을 갖는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그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런 구호를 외치다 보니 정작 회사 내부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에서 총 5번의 폭발 및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올 6월에도 포항제철소 소둔산세공장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어 지난달에는 광양제철소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안전 개선을 위해 돈을 쓴다지만 사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인원이 없어 2인 1조 작업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정우 회장이 외치는 신성장 동력 발굴을 비롯한 미래 비전도 색을 바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1월 내놓은 신년사에서 “비철강 사업은 각 사별 모델 개혁과 특화 사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그룹의 수익성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 2030년까지 포스코의 2차전지 사업을 글로벌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허나 그 성과는 아직 별로다.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케미칼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3581억원에서 올해 2분기 3286억원으로 하락했고, 영업이익도 162억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었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최 회장이 연임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힌 적은 없지만 내심 연임을 노리고 있다는 게 재계 일각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올 3월 자사주 매입 카드를 내민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고위 관계자는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한다지만, 최정우 회장의 의중은 연임을 위해 성과를 내려는 몸부림같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은 회사 내부를 챙기기 보다 자신을 위한 외부 홍보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연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최정우 회장의 입장은 어떨까. 생각이 많을 듯 쉽다.
시인 이형기는 그의 시 ‘낙화’에서 가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걱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
최 회장에게 지금 이 시구가 더욱 절절하게 들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