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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를 꿈꾸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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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를 꿈꾸는 이들에게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20/09/15 00:27 수정 2020.09.15 00:39
[기업에세이]

벤처비즈니스 바다로 모험항해를 하려는 창업자들이 도중에 난파당하지 않고 성공의 항구까지 무사히 가려면 반드시 갖추고 지켜야할 것들이 있다.

벤처항해에 나서기 전에 반드시 갖춰야할 것들 중에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어떠한 난관에도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과 의지’다.
성공의 시장 자체가 불확실한 미래의 한 장이므로, 벤처라는 배를 띄워 항해할 비즈니스 바다란 단순히 알 수 없는 세계라는 차원을 넘어 거기에 어떤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를 두려운 세계다. 여간한 신념과 의지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그것을 극복하고 항해를 계속하기란 불가능하다. 여간한 각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시쳇말을 빌린다면, 실패하면 거덜 난다는 ‘알거지가 될 각오’다. ‘적당한 중간’이란 없다는 것이다.

벤처창업이라는 모험항해가 보통 일 년 이상씩 걸리므로 광활한 창파에 한 조각 나무 잎처럼 떠서 항해하는 도중에, 폭풍우든 연료부족(자금고갈)이든 예상했던 난관(calculated risks)에 봉착할 때, 항해를 계속할 지 여부란 전적으로 의지에 달려있다. 항해에 필요한 준비물이 어느 것 한 가지도 여유가 있거나 원할 때 마음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터에 자신이 확신하여 세운 신념과 소유한 의지란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이것마저 허약해 가지고서는 난관에 직면할 때 항해를 계속할 의지를 불태울 수 없다.

신념과 의지는 난관돌파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시작한 벤처가 틀림없이 성공한다는 신념 못하지 않게, 최종 목적지인 항구에 안착하지 못하면 바다에 빠져 죽어도 좋다는 굳센 결의 또한 중요하다. 
벤처는 알밤 줍기가 아니므로 성공하면 다행이고 실패해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다. 사업투자가 다 그러하지만 성공확률이 낮고 리스크가 큰 모험항해인 벤처투자는 사생결이라는 특별한 신념이 필요하다. 결코 요행수로 잡을 수도 있는 일확천금(get-rich-quick) 기회포착게임이 아니다. 실패는 곧 거덜 남이기 때문이다.

벤처항해를 ‘나 홀로’ 한다는 건 결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 
벤처가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남다른 신기술 가지고 무에서 어떤 경제적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라 해도, 중세기의 기사처럼 자기실력만 믿고 ‘단기필마’식으로 도전해서는 성공확률을 높일 수 없다.  
창업 역시 창업환경의 영향이 크며 이런 저런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혼자서 북 치고 장고 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영업개시까지 반드시 거쳐야하는 창업과정이 크게 나눠서도 제품화와 상품화, 영업 화 등 세 고비의 항해를 통과해야 하 기 때문에 그 과정을 혼자서 감당한다는 건 무리다.

파트너를 만난다는 것은 창업자에 있어 행운이고 시작부터 벌써 상당한 성공가능성을 확보한 의미가 된다. MS사의 빌 게이츠, 혼다회사의 혼다 소이치로, 애플사의 잡스, 휴렛패커드사의 휴렛 등 성공한 창업자들 모두가 시작부터 파트너와 손잡고 항해에 나섰다. 
우리네 풍토에선 동업하면 망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인가 이외로 나 홀로 창업자가 많은데 이는 매우 지혜롭지 못한 방법이다. 벤처항해의 도중 난파위험성은 이외로 높다. 굿 파트너와 손잡는다는 것은 내게 부족한 힘을 보완한다는 장점 못지않게 나의 부족함 때문에 치르게 될 위험부담을 피하거나 나눠 줄일 수 있다는 더 큰 장점이 있다. 창업의 걸림돌이 될 위험부담의 감소(risk reduction)나 분산은 경제적 창업의 좋은 한 수단이다.

벤처항해의 출발이 ‘시작이 반’이라는 효과를 거두려면 철저한 항해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항해에 필요한 기름과 물, 식량(창업자금)을 준비하는 일로부터 어떤 항로(추진과정)를 어떤 속도와 일정으로 갈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검증해서 합리적이고도 경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장거리 항해라서 도중에 항로수정이 불가피하긴 하지만 일단 항해가 시작되면 원래의 설계(사업계획)대로 항해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성공도 실패도 내 몫이라고 생각해서 불가피하다는 자기위안을 핑계 삼아 그 때마다 항로를 일탈한다면 그 항해는 예상을 뛰어넘는 큰 손실(비용)을 초래할 것이고 그만큼 성공확률을 떨어뜨릴 것이다.

의외로 많은 벤처창업자들이 허술한 수익모델을 진품인양 믿고 항해에 나섰다가 시장 진입 후 그 허상이 드러나 낭패를 보는 경우란 게 다 사업계획을 적당히 설계한 데서 비롯된 자초한 재앙이다.

벤처는 ‘노다지 환상의 세계’로의 항해가 아니므로 뛰어난 아이디어만 믿고 나서는 것은 짝사랑이기 쉽다. 
무슨 까닭인지 분명치 않으나 요즈음 전문지식기반이나 정보가 약해도 이른바 ‘튀는 사업아이디어’만 있으면 벤처가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거품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그건 ‘김칫국 맹신’일 뿐이다. ‘떡 줄 사람’은 벤처가 항해를 마치고 상륙한 후 본격적으로 결판을 벌일 경쟁무대인 시장이므로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자만함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벤처는 큐피드의 화살로 사랑을 얻어내던 고전적 구애방식으로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여간 공을 들이지 않으면 절대로 안기지 않는 황금의 여신이다. 세상엔 달콤하고 멋진 아이디어가지고 벤처 짝사랑하다 시장한테 버림받고 거덜 난 벤처창업자들이 부지기수다.

벤처의 어머니 시장은 황금 알을 낳을 가능성이 확신되지 않는 창업자들한텐 절대로 기회를 주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에 의한 사업구상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벤처가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신시대 사업모델 쯤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스러운 오해다.
벤처의 특성을 설명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빠른 성장’과 ‘높은 수익성’을 꼽는 것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그게 곧 성공의 보증수표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과 반드시 함께 들어야 하는 게 ‘높은 위험부담’이다.  성공확률보다는 실패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벤처에 성공해서 일약 거부가 된 벤처창업자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나 실패해 거덜 난 사람들은 통계상으로 9할이 넘는다. 그런데도 벤처를 장미 빛 사업모델처럼 미화해 빨리 성공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들뜨게 만들고 바람에 약한 일반투자가들로 하여금 묻지 마 투자를 하게끔 만든 것은 창업자들의 도덕적 해이 탓이다.

벤처가 미지의 황금시장을 향한 모험항해인 게 틀림없다면 투자가 결실돼 그 수익이 열매 맺어 따기까지는 오래 참고 견뎌야함이 분명하므로 일확천금이라니 천만의 말씀이다. 빠른 성장이 실패하는 그 이면은 ‘급사急死’인 것이며, 계획된 시기 안에 판매에 실패할 경우 고 수익이란 '파랑새'일 뿐이다. 
이러한 이치가 무슨 새로운 이론이 아니고 변함없는 시장원리의 하나일 뿐인데도 벤처를 선망함에 있어 턱없이 맹목적인 것(벤처무지 venture blind)은 이 시대의 신조新造 모순이라 할 수 있다.
벤처를 동경하여 벤처항해의 야망을 불태우고 있는 이들은 최소한 앞서 지적한 교훈을 마음에 새겨 항해를 준비함에 있어 늘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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