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프리존]김형태 기자=책을 읽고 있을 때도 읽고 나서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고 삶의 에너지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다가온다. 잠시 시간을 내어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나 최근 관심사와 관련된 책 한 권 읽는다면 훨씬 풍성한 가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얼마나 좋습니까. 필자가 평생 동안 연구한 것을 잠깐 시간 내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박상임 천안시중앙도서관장을 만나보았다.
-중앙도서관장님에게 책이란?
“책은 상상력과 스토리를 기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읽히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그는 웹의 출현으로 정보생산을 쫓아갈 수 없게 됐고 인공지능 출현으로 인간의 지적 독점성이 깨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사진과 영상이 휩쓰는 시대에 살고 있고 인터넷과 결합된 강렬한 이미지로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글자는 이미지가 모호해 이미지와 상상이 가능하게 해주고, 이 글자가 모이고 모여 책이라는 집합물을 형성했다. 이런 이유들로 책은 여전히 인간을 변화시키는 도구이자 생각의 도구라고 말한다.
-도서관장님 독서량은?
“도서관장에 부임 받고 이전보다는 오히려 많이 못 읽는 것 같다. 도서관장 고유 업무가 있다 보니 그렇다”
그는 본연 업무 필요한 독서와 개인독서가 다르지만 어쨌든 도서관장이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책을 많이 접하게 된다고 소개한다.
매주 최근 출판경향이나 베스트셀러 위주 주제별 책들을 훑어본다. 개인독서는 최소 일주일에 한권 이상 보려고 노력하고, 짬짬이 독서를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상황이 안 될 때는 일요일 오후에 꼭 독서를 한다.
-도서관장님 추천 도서는?
“최근에 읽은 책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라는 책이다”
이 책은 경이로움과 그 앞에 마주 선 우리들의 허무함, 그로부터 불사조처럼 피어오르는 성찰과 이어지는 모험 그리고 삶이 녹아있다.
그는 이 책을 소개한 이유로 이제껏 지구라는 작은 세상이 들려주는 소리만 들어왔지만 이제 더 광활하고 원천적인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서 지구는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결코 특별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해서 들춰낸다. 이것은 생명, 지구, 우주 기원, 외계 생명과 문명의 탐색,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 등을 밝혀내 인간 존재 근원과 관계된 인간 정체성 근본 문제를 다루는 일이 된다. 우리 사회를 인식하고, 나아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데도 똑같이 적용되는 게 아닌가라는 이해를 하게 됐다고.
-도서관장님 독서 방법은?
“소리 내어 함께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고 완독도 가능해서 꼭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우선, 책읽기 형식은 소리 내어 함께 읽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혼자 읽기 어려운 책,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책을 선정해 읽고 있다.
책읽기 방법 중에 좋은 문장 하나 소개한다. 작고한 신영복 선생은 “독서란 자신을 열고 자기가 갇혀있는 문맥을 깨고 자신을 뛰어넘는 비약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삼독(三讀)’을 실천하기를 권면했다. 텍스트를 읽고, 집필한 필자를 읽고, 텍스트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필자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 발 딛고 있는지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신 선생은 “그럴 때만이 그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을 수 있다고 설파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이 말을 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얼마나 좋은가. 저자가 일생 동안 연구한 것을 몇 시간 혹은 몇 일만에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라며 그래서 이렇게 메모해 놓고 애써 기억하려고 노력하게 됐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저는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무수히 많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힘을 키우는 행위라고 저는 믿습니다”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크게 두 가지만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깊이 읽을 때 깊이 생각할 수 있다. 현대인은 디지털 정보에 중독돼 상시적인 주의력 결핍에 빠져있다. 우리는 느리고 집중된 공부를 추구하는 독서를 하며 깊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깊이와 넓이를 균형 있게 갖출 수 있다고 생각 한다.
두 번째는 사람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힘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는 능력을 키운다. 낯선 환경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배우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타인의 마음을 알아내는 훈련을 한다. 독서는 친구를 찾아내고 그들과 연대하여 더 큰 세계를 이룰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피엔스가 지구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스토리를 만들고 상징을 공유하며 연대의 힘을 키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책읽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할 일은 많고 시간도 없고, 더군다나 놀 것도 많다. 나도 공감한다. 여간 마음먹지 않으면 손에 책을 잡기가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있을 때, 읽고 나서의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고, 삶의 에너지이다.
그는 또 책은 영혼의 약이라서 책을 읽으면 영혼을 튼튼하게 하고 생각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들어설 수 있다고 담담히 의견을 정리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이야?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카프카가 했던 말을 소개하는 것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