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사부랑 창업
오피니언

사부랑 창업

박종형 칼럼니스트 기자 johnypark@empas.com 입력 2020/09/17 07:50 수정 2020.09.17 08:00
[기업에세이]

창업은 결코 실패를 전제하지 않는다.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창업자가 거덜 나는 건 물론 그의 후원자한테도 커다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히게 되기 때문이다.

창업은 불확실한 미래(시장)에 대한 모험(투자)이다.
그 모험은 콜럼버스의 항해 같은 것이다. 포르투갈 왕이 거절한 신대륙탐험 제의를 스페인 여왕이 그것도 이태리 출신 외국인인 그에게 맡긴 것은 황금이 넘쳐나는 미지세계의 발견이라는 꿈 때문이었다. 동기가 어떠했던 그 당시 그러한 모험은 문자 그대로 혁명적인 모험사업 투자였다.
네 차례에 걸친 항해에 들인 자금은 거금이었으며, 역경에 찬 항해나 원주민의 대적, 본국의 음모로 인한 소환 등 그가 치른 간난신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범선에 의지한 그의 모험 항해가 아메리카 신대륙의 발견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든 것은 잘 짜진 항해계획과 철저한 준비 덕분이었다. 해로측량과 기후관측을 포함한 항로개척을 완수한 1차 항해 때 선단은 세 척에 150여 명 선원이었는데 2차에는 20척에 1천 5백 명으로 그 규모가 열 배로 커졌다. 그의 모험적 항해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추진되었던가는 그러한 항해의 규모 차이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창업은 허다한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철저하고 경제적인 사전계획과 준비가 생명인 것은 창업이 불행한 실패작이 되지 않게 하 기 위해서다. 창업투자란 본시 신천지를 찾아가는 항해처럼 지루하고 불안한 것이다. 투자는 장기 회임懷妊성이라 열매(투자이익)가 수확되려면 상당한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동안을 버틴다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창업 후 거치는 유년기는 사업마다 그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매우 위험한 시기로서, 어떤 기업은 유아사망의 비극을 치르고 어떤 기업은 목숨을 부지해도 치명적인 병을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벤처창업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연간 창업성공률이 5 퍼센트 미만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창업이 얼마나 위험한 모험인가를 알 수 있다. 실패할 확률이 무려 95 퍼센트나 된다는 사실은, 마치 육지에서 부화하자마자 혼자 힘으로 바다로 기어가는 거북이 새끼가 포식자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확률이 불과 몇 퍼센트에 불과한 것처럼,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주먹구구식 창업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은 그로 인한 부나방의 자살 같은 비극이 당장 나타나지 않고 창업의 꿈과 열정에 가리 운 채 골병들고 자라 야금야금 햇병아리 기업의 진을 말려서는 결국 회복불능지경에 빠트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창업은 시간게임이고 시간은 곧 돈이다. 
시간계획을 잘 짜지 않으면 틀림없이 시간이 낭비되기 마련인데, 이는 아껴 써도 모자랄 창업비를 허비하고 미래 기대이익을 놓치는 이중적인 손해를 의미한다. 치밀한 업무추진계획을 짜는 것은 복잡다단한 창업 업무를 추진하는데 필수적인 요령이다.

창업을 추진하는 핵심적인 두 축은 ‘사업계획 수립’과 ‘사업성 검토’인데 전자가 합리적인 기본설계도의 작성이라면, 후자는 과학적인 타당성의 확인이다.  그 두 가지는 불가분의 관계다. 창업을 망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판매부진인데 그러한 차질은 혈액과도 같은 자금의 순환을 막히게 함으로써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쌓은 신용이 없고 자기 자본력이 취약한 창업 기업이 외부차입 방법으로 자금을 수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금이란 이익과 달리 의욕과 무관하다.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는 자신감에 빠져 자금 대비에 소홀하거나 겁 없이 차입금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하려는 계획은 위험천만하다. 기름진 쌀밥이 아니고 죽으로 연명하더라도 시장에서 먹고 살 만큼 알곡을 수확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게 창업 유년기에선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을 주목하건대 창업자의 사업구상을 담는 초도 투자계획을 어떻게 짤 것인가는 실로 창업의 실패를 예방하는 차원의 사활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창업구상이란 이카로스의 밀납 날개 비행처럼 위험하다는 것이다. 매년 수만 명 젊은 기업가지망생들이 창업을 하는데 그중에 상당수가 사업성 검토나 합리적인 사업계획 수립에 느슨하고 버름하니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사부랑 창업을 한다.

젊은 창업자의 요절은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 모두에게 불행인데 사부랑하니 창업해 미래 기업가를 꿈꾸다니 큰일 낼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화성 탐사용 로켓이 2억 5천 만 킬로미터를 날아가 목표지점에 도착하도록 비행계획을 세우는 시대인데, 창업자의 모든 것을 거는 창업을 적당히 계획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성공하겠다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창업은 절대로 사부랑하니 창업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