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한운식 기자=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중심으로 본격적인 3세 경영 구도를 만들어가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화그룹으로 향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81년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29세의 나이에 한화그룹을 맡게 되었다. 무려 40년에 걸쳐 한화그룹의 총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10대 그룹 중심의 재계에서 기존의 회장들이 하나둘 물러나고 40, 50대 중심의 ‘젊은 총수’ 진용을 갖추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물론 김승연 회장의 3형제들이 모두 30대라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회사 안팎에서 세대교체의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달 말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7)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지난달말 이 회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한화의 3세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한 밑그림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남인 김동원(35) 한화생명 상무도 올해 말 예정된 2021년도 정기 임원 승진 인사에서 전무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남 김동선(31) 한화건설 전 팀장은 지난 4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 경영복귀를 위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구도는 김동관 대표가 방산 등 화학 계열사를, 차남인 김 상무가 금융 계열사를, 3남인 김 전 팀장이 유통·레저 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구도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당장 계열사 간 세부적인 사업과 3세의 지분 구조 관련 조율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다.
특히 3남 김 전 팀장을 향한 ‘싸늘한’ 여론은 또 다른 난제다.
김 전 팀장은 2017년 한화건설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와중에 폭행사건에 연루돼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0년에는 성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김 전 팀장이 그룹 계열사가 아닌 외부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여러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정적 경영승계 작업을 위해 김 회장 자신이 '바람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지난 12일 내놓은 그룹 창립 68주년 기념사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경험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위기”라며 “변화된 산업지형과 새로운 규칙이 지배할 포스트 코로나를 주도할 사업전략과 선도적인 역량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이는 혁신을 위한 조직 변화를 주문한 것인데, 결국 세대교체 차원의 경영승계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화그룹측은 3세 경영승계에 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모양새다.
복수의 한화 관계자는 “아직 경영승계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결정된 것도 없다"를 되풀이했다.
여론 추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 진다.
가뜩이나 재벌에 비우호적인 정권 하에서 공개적으로 후계구조를 언급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또 한화 오너가(家)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국민 정서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