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뉴스프리존] 정병기 기자= 경남 남해군은 미식가들이라면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제철 ‘남해 생멸치‘를 꼭 봄이 아니더라도 1년 365일 맛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매년 꽃피는 봄이 오면 ’혀부터 먼저 반응하게 한다‘는 남해 생멸치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은 이미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남해 멸치 쌈밥‘을 맛보기 위해 사철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봄에 나는 제철 생멸치의 맛을 그리워하는 식도락가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적어도 남해에 가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남해 수협이 국내 수협 중에는 최초로 ’카스(CAS, Cells Alive System)‘를 도입해 언제 어디서든 ’생(生)물 생선‘ 그대로의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카스(CAS)‘는 단어 자체가 품고 있는 뜻 그대로 ’세포(Cells)‘를 ’살리는(Alive)‘는 냉동 시스템이다. 자기장 원리를 냉동기술에 접목시킨 신기술로, 냉동 후 해동하더라도 세포 손상이 없어 원물 그대로의 상태가 유지된다.
남해수협은 지난해 11월 준공한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카스(CAS)‘ 도입을 검토·추진해 왔다.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 조성 사업‘은 국비 등 147억 원이 투입된 대형 수산 기반 사업으로, 남해 수협은 국내 유일의 멸치 식품 가공시설을 건립해 멸치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수협은 사업 추진 초기에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의 인프라에 걸맞는 신기술 시스템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일본 ABI사(社)에서 개발한 ’카스(CAS)‘를 적극 검토했다.
남해수협 김창영 조합장은 이미 ’카스(CAS)‘를 도입한 제주도 소재 민간업체(흑돼지 돈가스)를 방문하고, 직접 일본 현지 ABI사(社)를 견학하는 등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김창영 조합장을 비롯한 수협 관계자들은 ’카스(CAS)‘가 남해에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판단을 했다.
신선한 수산물을 연중 판매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메리트였고, 멸치의 경우 철마다 맛이 다른데다 일반 냉동 멸치의 경우 생물에 비해 맛이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 데 ’카스(CAS)‘만 한 대안이 없다고 진단했다.
결국, 신선한 수산물을 가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며 6차 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수협의 입장에서는 ’카스(CAS)‘ 도입이 곧 수협의 나아갈 길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카스(CAS)‘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형 냉동창고와 가공 시설 등의 기반 시설을 갖춘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가 존재했기에 신기술 도입은 더욱 순조로웠다.
실제 ’카스(CAS)‘ 시설 자체를 도입하는 비용은 17억 원 가량이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냉동창고 등 기반시설 비용이 많이 들기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민간 업체가 많다는 게 수협 관계자의 전언이다.
남해수협은 ’카스(CAS)‘를 통해 초저온(-55℃) 상태에서 급속동결한 수산물을 일반 냉동창고(-30℃)로 옮겨 보관한다. 물과 분자를 급속동결하기에 조직이 파괴되지 않고, 단백질 변성과 지방의 산화를 방지할 수 있다.
’카스(CAS)‘를 통해 급속동결된 제품은 향후 해동하더라도 물기가 없고, 급속동결하기 전 상태 그대로 복원된다. 멸치 뿐 아니라 생선회를 ’카스(CAS)‘ 동결 후 해동하면 탱글탱글하고 숙성된 선어 회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활어 상태일 때보다 더 맛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1~2년씩 냉동 보관하더라도 일단 ’카스(CAS)‘를 통해 급속동결된 제품은 원물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이때문에 ’카스(CAS)‘는 식품 산업 외에도 의료 분야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조직재생 의료나 장기이식·혈액 보존·신경 보존 분야 등에서 접목 가능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남해수협은 현재 ’카스(CAS)‘를 이용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아직 초창기여서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남해 지역 식당 뿐 아니라 전국 유통망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수협 판매장과 이마트몰에 공급되고 있다.
김창영 조합장은 “카스 수산물을 한 번 맛보신 분들은 과연 이게 냉동된 수산물이 맞냐고들 하시며 감탄을 한다. 2년이 지나도 생물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일반 가정의 냉동고에서도 한 달 정도는 문제없이 원물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판매가 확대된다면 앞으로 남해수협의 더 큰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카스(CAS)‘로 급속동결된 멸치로 만든 ’멸치회‘와 ’멸치 쌈밥‘을 맛본 한 관계자는 “간혹 느껴지는 냉동 멸치 특유의 퍽퍽함이나 비린내가 전혀 없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고 반응했다.
남해수협은 멸치 뿐 아니라 우럭·참돔·삼치·고등어·메가리 등 거의 모든 수산물에 ’카스(CAS)‘ 기법을 적용할 계획이며 점차적으로 생산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남해군은 카스 냉동 제품을 활용한 관광마케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장충남 군수는 최근 한 공식 석상에서 “카스 수산물을 녹이니 생물보다 더 식감과 맛이 좋았다. 수협에서 추진하는 홍보 마케팅을 적극 도울 것이며, 남해의 수산업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