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진영 기자] 정부예산을 편성하는데도 기관별 권력의 차이에 따라 확보액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태흠 의원(국민의힘, 충남 보령·서천)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부예산안을 편성할 때 ‘기재부’·‘국정원’·‘인사혁신처’ 등의 권력기관은 요구한 예산의 거의 전액을 반영시켰다.
비공개 예산이 많은 국가정보원은 7천56억원(100%)을 기재부에 요구했는데 전혀 삭감되지 않고 그대로 정부안에 담겼다.
공무원 인사제도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도 20조1142억원을 요구했는데 20조975억원(99.9%)이 반영됐다.
국가 예산을 편성하는 기재부도 스스로 제출한 25조286억원 중 88억원(0.03%)만 제외하고 나머지의 전액을 예산안에 집어넣었다.
‘대통령경호처’(99.2%)나 ‘행정안전부’(96.8%),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96.2%) 등의 소위 힘센 부처들도 요구액의 정부안 반영률이 높았다.
이러한 정부기관들의 경우 정부안에서 대부분 원하는 사업과 예산을 담았기 때문에 국회 심사과정에서 삭감만 막으면 쉽게 예산을 따낼 수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1조7309억원을 요구했으나 1조478억원이 반영돼 정부안 편성 과정에서만 7000억원(39.5%) 가량이 삭감됐고 ‘공정거래위원회’(63.0%)나 ‘식품의약품안전처’(65.1%)도 60%대의 낮은 반영률을 보였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증액되는 경우는 대부분 지역개발 사업을 가진 부처들로 지난해 ‘새만금개발청’은 정부안의 2795억원 보다 500억원 이상 많은 3309억원(118.4%)을 최종 배정받았고 ‘소방청’(108.6%), ‘농림축산식품부’(103.1%) 등도 국회 심사에서의 증액폭이 컸다.
최근 3년간의 상황을 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부처요구가 정부안에 담기는 비율은 인사혁신처가 98.9%로 가장 높았고, 국가정보원(98.7%), 기획재정부(98.3%), 행정안전부(98.0%), 청와대(97.1%)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지난 3년 평균치를 보면 23조2천95억원의 부처요구가 정부안을 짜면서 일부 삭감 됐지만 국회에서는 23조8312억원으로 확정돼 오히려 6000억원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곳간지기가 내 살림만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흠 의원은 “정부의 예산 편성이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편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의 힘겨루기에 따라 나눠지고 있다”며 “국회에서의 예산심사를 더욱 강화해서 국가예산이 더욱 효율적으로 편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