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서해 북단 연평도에 지어진 안보 교육장은 섬 남쪽의 주택 밀집 지역에 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 해안포 기지에서 시작된 포격에 의해 부서지거나 불에 탄 주택과 잔해 등을 그대로 보존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연평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도 820여 가구가 살던 섬 남쪽 지역이었다.
북한은 그날 연평도와 인근 해상에 포탄 170여 발을 퍼부었고, 해병대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안보 교육장(608㎡)은 전시실 4개를 비롯해 방공호 체험실, 시청각실, 수장고 등을 갖췄다.
그 옆 피폭 건물 보존구역(539㎡)에는 연평도 포격 때 포탄에 맞아 파손된 개인 주택 3채가 처참했던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화염에 검게 그을린 주택 외벽, 무너진 지붕에서 쏟아진 벽돌, 불에 타 녹이 슨 재봉틀과 소화기 등이 악몽 같던 10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이곳을 들러 전쟁의 공포와 안보의 중요성을 눈으로 직접 체험한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안보 교육장에서 그날의 참상을 '짐작'만 하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그날의 공포를 '기억'하고 있다.
상상을 통한 짐작은 공포를 '이해'할 수 있지만, 기억만큼 강렬하게 '공감'하진 못한다.
포탄에 맞아 화염에 휩싸인 집과 그 집이 흔들릴 정도로 울렸던 폭발음을 기억하는 연평도 주민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 이모(69·여)씨는 지금 안보 교육장에 보존된 주택 3채 중 양철지붕으로 된 가운데 집에 살았다.
밖에서 일하다가 몸이 불편한 남편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마침 집에 들어갔을 때 포탄이 옆집 지붕 위로 떨어졌다.
옆집에는 당시 군무원 가족이 살았다. 다행히 포탄이 떨어진 시각 집에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씨는 22일 "그날 정신이 없었다"며 "다리가 뒤틀려 몸이 불편한 아저씨(남편)부터 챙겨야 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씨는 포탄 터지는 소리가 울리고 불길이 집으로 옮겨붙은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 혼자 남편을 리어카에 태우고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그는 "남편은 연평도 포격 이후 육지로 나와 피란 생활을 함께 하다가 5개월 뒤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씨는 연평도에 계속 살며 새집으로 옮겼지만, 안보 교육장에 보존된 나머지 피폭 주택 2채의 거주자들은 섬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연평도 주민 김모(50·여)씨도 10년 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린다고 했다.
그는 "포격 당시 남편이 운영한 가게에 있었는데 우리 군이 호국 훈련을 하는 줄 알았다"며 "'쿵, 쿵'하는 포탄 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들려 밖에 나갔다가 화염을 보고 깜짝 놀라 아이들부터 찾았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김씨는 "당시 연평도 주민들이 길에 아이들이 보이면 내 아이, 네 아이 상관없이 무조건 데리고 대피소로 뛰었다"며 "우리 큰아이도 나중에 대피소에서 찾았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그날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며 "우리 군이 포 사격 훈련을 하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김씨뿐 아니라 상당수 연평도 주민들이 북한 포격 사태 이후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았다.
인천 한 병원이 포격 사태 1년 뒤 연평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PTSD) 검사를 한 결과 대상자 150명 가운데 상당수가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보였다.
당시 1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일부 연평도 주민들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했고, 보일러나 냉장고의 작은 소음에도 놀라 잠에서 깨는 등 불안과 불면증을 호소했다.
2016년에도 옹진군보건소가 연평도 주민 206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한 결과 49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 등을 앓는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평도 주민 박모(61·남)씨는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항상 불안하다"며 "꿈에도 포격 당시 대피소로 뛰어가던 사람들 모습이 자주 나온다"고 토로했다.
인천시 옹진군은 이달부터 인천의료원에 위탁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의료원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센터장을 맡고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연평도 등 관내 섬으로 직접 가서 심리 치료나 상담을 한다.
옹진군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이후 실제로 많은 주민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며 "지금은 그런 분들이 많이 줄었지만, 상담 등을 통해 지속해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