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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행복한 기다림' 사당역 경기버스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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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행복한 기다림' 사당역 경기버스라운지

김태훈 기자 ifreeth@daum.net 입력 2020/12/11 13:19 수정 2020.12.11 13:40
-다른 매력의 3층과 4층...'쉼터의 정석' 보여주다
-열매로서 나무알듯, 결과로서 증명한다...사당역 넘어 수도권 명소 '기대'

[경기=뉴스프리존] 김태훈 기자=사당역은 서울과 경기를 잇는 수도권 교통의 요지다. 그런만큼 지하철과 버스의 수요가 많은 곳이다.

수원이나 화성으로 가기 위해 사당역 4번 출구를 나가는 순간, 뭔가 모를 아찔함과 한숨이 흘러 나온다. 특히 퇴근 시간대는 정말 고역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에 합류한다. 한 번에 타는 것은 어림도 없다.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각종 철학적 사유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경기버스라운지는 사당역 4번 출구쪽에 위치해있다. ⓒ김태훈 기자
경기버스라운지는 사당역 4번 출구쪽에 위치해있다. ⓒ김태훈 기자

필자의 이러한 고충을 하늘도 들어주셨던 것일까? 얼마 전 사당역 4번출구쪽에 '경기버스라운지'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굴에 미소가 절로 감돌았다.

아늑한 3층, 쉼터의 정석

꼭 가봐야겠다 싶었는데, 최근에는 사당역 근처를 들를 일이 없어 못 갔다가 드디어 근처에서 일정이 생겨 들러보았다. 금강빌딩 3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하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졌다.

러시아워가 어느 정도 지난 타이밍이어서 그런지 정말 아늑했다. 화사한 분위기 속 밝은 톤의 소품들은, '쉼터의 정석'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듯 했다.

경기도 직원분이 라운지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고 가는 버스 이용객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라는 설명과 함께, 민선7기 경기도가 광역버스 승객을 위한 편안하고 쾌적한 승차대기 공간을 조성,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증진하고자 올 10월 5일 시작한 신개념 대중교통 서비스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사당역 근처 정경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아본다. 마음이 정말 편안하다. 카운터 왼쪽 마련된 수유실의 공간이 따뜻함을 불러온다.

경기버스라운지(3층)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환하다. ⓒ김태훈 기자
경기버스라운지(3층)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환하다. ⓒ김태훈 기자

KTX 서울역 라운지가 펫샵보이즈의 '뉴욕 시티 보이'가 떠오르는 미국 뉴욕의 역동적인 분위기라면, 사당역 경기버스라운지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선율이 감도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평온한 분위기다.

아기자기한 4층, 배려의 공간

경기버스라운지가 3층과 4층으로 구성됐다길래, 4층도 비슷한 구조이겠거나 생각하며 올라가 도착하는 순간 또다른 매력이 펼쳐진다.

3층이 '쉼' 위주의 배치였다면, 4층은 쉼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학생들은 카공족처럼 짬을 내 책을 읽고 있다. 

4층은 3층보다 의자와 책상이 좀더 많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됐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이곳은 르네상스 시대 수많은 명사들이 시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나눈 '카페 플로리안'과 같은 곳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4층 경기버스라운지는 3층에 비해 좀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김태훈 기자
4층 경기버스라운지는 3층에 비해 좀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김태훈 기자

그리고 카운터 왼쪽으로 들어가니 더 놀라운 아이템이 보인다. 바로 프린터기다. 문서를 급히 뽑아야 할 때 생각보다 마땅한 곳이 없어 이곳저곳을 떠돌기 십상인데, 앞으로 사당역 근처서 출력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조건 '경기버스라운지 4층'이다.

아울러 더위나 추위, 폭우나 폭설, 미세먼지 등의 걱정 없이 대기할 수 있도록 냉난방시설과 공기청정시설도 설치돼있다. 와이파이와 USB충전포트, 정수기 등도 구비돼있어 정말 대기하면서 쉬기 딱 좋은 환경이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다. 

당시엔 논란이 있을지 몰라도...결국은 '역사'가 증명한다

필자는 서울경기의 모든 장소가 집인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떠돎의 눈물과 기다림의 피로가 때론 서글퍼온다. 그러한 힘듦과 눈물을 씻어줄 수 있는 경기버스라운지가 너무나도 반갑고 행복하다.

이러한 경기버스라운지에 대해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경기도의 행정을 공격하고 있다.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2000년대 청계천 공사를 진행할 때가 오버랩된다. 당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음을 필자는 들었고, 실제로 느낀 바도 있다.

나무는 열매로 안다. 결국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해줄 것이다. ⓒ김태훈 기자
나무는 열매로 안다. 결국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해줄 것이다. ⓒ김태훈 기자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물론 있지만, 10차선의 경부고속도로는 현대 마이카 시대 빛을 발하고 있으며 청계천은 (관리상의 부실 지적은 가끔씩 있음에도)서울 중심부의 명소가 됐다.

파리 중심부에 세워진 에펠탑을 보기 싫어 아예 파리를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백년이 지난 지금은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경기버스라운지도 일부 반대여론을 딛고, 명소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P.S 교통량이 많은 광화문역, 구로디지털단지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신도림역 등에도 '버스라운지'를 설치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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