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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 칼럼] 청주의료원은 어떻게 정상화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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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 칼럼] 청주의료원은 어떻게 정상화 되었나

전영철 기자 jyc2558@naver.com 입력 2020/12/11 17:03 수정 2020.12.11 17:18
강병국./ⓒ뉴스프리존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아산=뉴스프리존] 전영철 기자= 하고 싶은 이야기(1): 청주의료원은 어떻게 정상화 되었나. 

의료 공공성의 중요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유행과 같이 새로운 질병의 창궐에 따라 국민 누구나 의료 공공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의료 공공성을 담보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으며, 공공병원 건립은 선거의 단골 공약사항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보다 20년도 더 이전인 1997년 당시 충청북도의 대표적인 공공병원인 청주의료원은 공공의료를 펼치기는커녕 만성 적자로 전국 최하위 경영실적을 보였을 뿐더러 만성적인 임금체불과 물품 대금지급 지연, 그리고 노사분규의 악순환으로 지역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되어 충북도의회에서 폐지까지 거론되었다. 이에 청주의료원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나를 포함한 도청 공무원 6명이 청주의료원에 파견 나가게 되었다.

당시 나를 포함한 파견공무원 모두는 의료 업무는 고사하고 보건업무 근처에도 가보지 않는 말 그대로 문외한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영정상화는 물론이고 폐지시키는 방법조차 몰랐다. 1주일간의 고민 끝에 기왕에 폐지시킬 거라면 한번 정상화 노력을 해보고, 안 되면 폐지키로 하고 정상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의료원 직원 모두와 의료원운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개별 면담을 했다. 파견공무원들은 비록 보건의료 분야는 문외한일지라도, 의료원 직원들은 적게는 1년부터 많게는 수십 년간 근무경험이 있고, 더욱이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라는 의사들은 의료원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료원 정상화 방안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들었다.

우리는 직원들의 생각을 모아 공유하고 그 방안을 제도화하여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의사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였으며, 사무직 직원채용은 필기시험을 통한 공개채용으로 하였다. 중환자실을 개설하고, 응급실과 건강검진센터를 보강하면서 의료장비도 현대화하였다. 또한, 예산절감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업무에 반영하고, 영안실 운영은 임대에서 직영으로 전환 시켰다. 그 외 미비한 점이 있거나 성과가 미흡한 부문이 있으면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제도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이와 함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페널티도 도입하였다. 당시는 의약분업 이전이라 약물남용, 특히 항생제 남용이 사회문제가 되어 이에 대한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했다. 그러다보니 의료의 공공성은 한층 강화되었다. 그러자 결과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1인당 생산성이 60% 이상 향상되어 개원 이후 만성 적자병원이 1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경영이 정상화되자 체불된 임금과 외상값 해결과, 시설과 장비 보강을 위해 차입한 돈은 적금을 들어 순조롭게 갚아나갔다.

어찌 보면 청주의료원 경영정상화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었다. 도에서 지역개발기금을 차입은 했으나 단돈 1원도 국·도비 추가지원을 받지 않았고, 단지 청주의료원 직원들의 생각을 모아 이를 제도화시켰을 뿐인데 경영이 정상화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견공무원들은 의료원 업무를 모르다 보니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이를 제도화했으며, 성과가 없으면 왜 성과가 없는지를 직원들과 다시 소통하면서 해답을 같이 찾았을 뿐이다

이렇게 20개월간 직원들과 소통하고, 소통의 결과를 정관과 제 규정 그리고 시행세칙에 반영해서 성과를 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규정의 대부분이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 아직도 많은 지방의료원이 경영 부진에 허덕이는데, 청주의료원은 지속 가능한 공공병원으로 거듭나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청주의료원은 전국 최고의 공공병원으로 우뚝 섰다.

이후 나는 소통과 혁신, 그리고 성과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이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는 내 공직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소통과 혁신, 성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분명한 목표 없이 따로 생각을 하면, 소통은 혁신을 위한 소통이 아닌 소통을 위한 소통으로 끝나고, 혁신도 성과를 위한 혁신보다는 혁신을 위한 혁신이 되어, 좋은 의도로 시작한 혁신도 개악(改惡)이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되었다.

강병국 (전)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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