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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 칼럼] 지방의료원 정상화에 정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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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 칼럼] 지방의료원 정상화에 정답은 없었다

전영철 기자 jyc2558@naver.com 입력 2020/12/18 10:44 수정 2020.12.18 10:48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아산=뉴스프리존] 전영철기자= 하고 싶은 이야기(3) 지방의료원 정상화에 정답은 없었다.

앞서 청주·충주의료원 경영정상화에 관한 총론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청주·충주의료원 경영정상화에는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지방의료원 경영정상화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청주의료원에 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견 공무원들의 대우와 기존 직원들과의 관계 정립이 먼저 문제가 되었다. 공무원들에게 보직을 주자니 공무원들은 의료원 업무를 몰랐다. 업무를 모르니 보직이 주어져도 지휘를 못 할 것이고, 그렇다고 보직이 없으면 허수아비가 되어 혁신 추진은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나 의료원 존폐가 걸린 상황이라 혁신 추진의 핵심이면서 보편적 상식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한 이사회운영, 기획, 예산, 인사, 경리 분야는 도청 공무원이 중심이 되게 하고, 나머지 원무, 시설관리 등은 기존 의료원 직원이 중심이 되게 직원 보직을 배치하도록 했다.

업무 추진성격을 보면 의료원에 직원을 파견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대행이지만, 주요보직을 파견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업무를 직접 추진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충청북도로 위탁(?)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법정관리(?)라고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성공을 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지 만약에 실패를 했다면 충북도정에 큰 짐이 될 수 있었다.

청주의료원을 정상화하기로 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외상값을 달라고 매일같이 찾아오는 민원인과 퇴직금과 임금을 빨리 주라는 지방노동사무소의 호출과 전화 문제 등의 해결이었다. 당시 청주의료원의 직원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 스트레스로 업무를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도에서 10억 원의 지역개발기금을 차입해서 최소한의 급한 불을 껐다. 밀린 임금 등은 잠시 뒤로 미뤘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의사 호봉제를 폐지했다. 극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으나 호봉제하에서는 수술을 잘해 환자도 많은 40대 의사보다, 수술이 어렵고 환자도 없는 50대 의사가 보수를 더 많이 받았다. 일부 의사는 개업의 수입의 1/5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보수보다 수입이 적은 의사도 있었다. 이에 호봉제를 과감히 폐지시키면서 보수 하한선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임상과장의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예나 지금이나 조직의 흥망은 조직의 퇴출 기능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좌우가 된다. 이에 인센티브제를 통해 우수한 임상과장을 대우하여, 우수한 임상과장 중심으로 병원진료가 운영되게 했다.

다음으로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약물 남용, 특히 항생제 남용 억제에 중점을 주었다. 당시는 의약분업 이전이었는데, 병원 약국에 항생제를 비치하지 않아 항생제를 사용하려면 별도로 구매를 하거나 외부 처방을 해야 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렇게 항생제가 없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일정 한도 이상의 의약품 처방에 대해서 패널티를 주자 의약품 처방 금액이 40% 이상 줄었고, 항생제 사용은 극히 미미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의사들의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기 위해 의사 보수를 1인당 월 200만 원씩 인상도 했다.

병원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경영이 정상화 되면서부터는 밀린 봉급을 주고도 통장에 돈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의료원을 정상화하면서 단돈 1원도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지원받은 바가 없고, 단지 지역개발기금을 차입만 하였다. 이 지역개발기금을 갚기 위해 적금을 들었고, 결국 모두 갚았다.

청주의료원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자 새로운 원장이 취임했다. 그런데 새로운 원장은 새로운 질서에 안주하기에 혁신의 지속가능을 위한 제안을 하고 인센티브도 약속했으나, 원장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 영안실 운영에도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추진을 못했다.

이 일은 나중에 충주의료원을 정상화하는 데 반면교사가 되었다. 이에 충주의료원을 정상화시킬 때는 우선 원장을 공석(당시는 원장은 의사만이 하게 되어 있어 본인이 원장 직무대리를 함)으로 두었다. 그리고 직원 인센티브제를 도입할 때는 다수의 우군을 확보하고 시행했다. 그러자 경영정상화는 더 빠르고, 더 많이, 더 오래 지속 되었다.

청주·충주의료원을 정상화한 1997년도부터 1999년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IMF 시기였다. 본인은 이 공로로 청백봉사상 대상을 탔다.

강병국 (전)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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