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뉴스프리존]김형태 기자=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가 충남 천안시를 강타한 날은 추위가 잠깐 누그러진 12월 중순쯤이었다. 이때 발병된 AI는 농가를 비상상황으로 만들었고 12월을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분위기다.
AI 의심신고가 있었던 지난 14일은 천안시에서 조류인플루엔자 예방대책 시행 후 올해 처음으로 통제초소와 거점소독초소가 설치된 날이 됐다.
28일 방문한 AI 발병 농가 입구에는 역학조사와 더불어 실태조사에 나선 공무원들과 주의사항과 협조사항을 듣는 농장주들이 근심을 숨기지 못했다.
농장 곳곳은 재난지역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방역복 입은 채로 수거에 열심인 공무원들이며 각종 방역 약품, 반출된 분뇨, 잔반 등이 어수선했다. 일부 소독용 발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물질이 가득이고 사료통을 씻어내는 손길들은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공무원들이 저마다 소독약, 쥐약, 생석회 배포에 한창일 때 농가 주인들은 본인이 사육해서 키워온 거위와 오리 그리고 닭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방역에 신경써달라는 부탁을 멈추지 않았다.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분뇨와 흙탕물이 뒤섞인 질척거리는 농가를 다니며 방역 약품을 나르고 농장 주위를 소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AI로 인한 피해가 지속됐고 살처분에 나섰던 공무원들은 애써 키워온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농장주들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공무원들은 지침을 수행하기 위해 묵묵히 작업에 열중했고 빠진 곳은 없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세세히 살피는 모습이 역력했다.
농가 생계 수단이 될 가금류가 머무는 곳 주위와 건물 외부에는 어김없이 소독약이 뿌려졌고 농장주들은 애타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지켜봤다.
농가 주변을 살피는 공무원들이 연신 손을 움직이지만 끝이 없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순탄하게 소비자에게 팔렸을 닭과 오리들을 바라보는 농장주 한숨에 공무원들도 걱정이 한가득 이다.
작업을 마쳐가는 천안시청 축산과 소속 직원은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는 것과 실제 현장에 와서 겪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소중한 재산이 잘못될까 걱정하는 농장주 마음을 생각하니 작업을 하면서도 착잡하고 말문이 막힌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광용 농업환경국장은 “막상 현장에 나와 보니 가슴이 무너진다. 문서나 말로 보고 받을 때보다 상황이 더욱 긴박하다”면서 “우리 시에서 최선의 도움이 되기 위해 방역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도적인 것이라 마음속이 타들어가는 농민들 마음까지 온전히 달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오늘은 또 어느 지역에서 어느 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을지 모르겠다. 이제 AI와 비슷한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다”면서 “이번에 여러 방역작업이 시행된 농가 농장주들에게 안내도 여러 차례 했다. 이제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시간과 싸움이 남아 있어서 현 상황이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시에서 조치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농가도 공무원도 이들 모두에게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시련은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다.
한편 천안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현황은 지난 14일 서북구 성환읍에서 관상용 거위와 오리 45수를 시작으로 지난 24일 동남구 성남면 사육용 오리 1만 715수 등이다.
천안시는 방역 목적으로 25일 2개 농가(발생과 예방)에서 12만 3262수를, 26일 4개 농가(예방) 21만 7291수를, 27일 6개 농가(예방) 11만 6695수를, 28일 4개 농가(예방) 19만 3492수를 각각 랜더링(고열처리로 퇴비화 하는 작업) 했다. 28일까지 16농가에서 65만 여 마리를 랜더링 완료했다.
이번 방역과 랜더링 등에 참여한 인원은 살처분 농장 기초조사 및 감독 23명, 살처분 179명, 장비 41명, 소독 15명 등 모두 258명이다.
거점소독은 병천, 성환, 목천 등에서 24시간 풀가동됐고 통제초소 16개소에 집중소독 방역차량 3대, 살수차 4대, 드론 3, 공동방제단 2 등이 운영됐다.
또 철새퇴치를 위해 레이저건 12대가 투입돼 풍세면 15km, 병천면 12km 구간을 순회했고 광역살포차량이 취약지역을 돌며 소독했다.
이외에도 소독필증을 발급해 AI 발생거점과 주변 농장입구를 통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