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뉴스프리존] 전영철기자= 하고 싶은 이야기(5): 이원종지사를 만나다.
내가 1998년 9월 충주의료원에 파견을 나갈 때 이원종 당시 충북도지사는 나를 비롯한 파견 예정 직원들에게 차를 한 잔 주었다. 그 자리에는 행정부지사, 기획관리실장, 예산담당관, 의료원담당 계장, 의료원담당 주무관 등이 배석했다.
이 자리는 내가 이원종지사를 사실상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일개 사무관이 도지사와 이런 만남은 쉽지 않다. 나는 용기를 내어 지사에게 건의를 했다.
첫째,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저를 믿는 만큼 충주의료원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둘째는 독촉하지 마십시오. 설령 충주의료원에 불이 나면, 불을 끄고 보고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셋째 저의 목적은 충주의료원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충주의료원을 어떻게 정상화하는 지를 보시고 제가 도정을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이원종 지사는 흔쾌하게 약속했다.
지금 생각해도 멋진 말이었다. 충주의료원을 정상화시킨 13개월 동안 임원(원장, 관리부장)선임 협의 외에는 누구도 업무로 지시를 하거나, 찾아오거나, 전화를 하지 않았다. 대신 분기에 한 번 성과보고는 했다. 이후 나는 충북도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당시는 민선 초기라 자치단체장들이 무분별한 지역개발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일부 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은 오랫동안 지역에 어려움을 주었다. 나는 청주의 밀레니엄타운 건설이나, 단양의 소백산 종축장 부지개발은 안 된다고 건의를 했다. 비유하자면 공무원이 유부남이나 유부녀와 결혼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결혼은 할 수는 있으나, 간통죄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과 같다고 했다.
2000년에는 충북개발연구원의 부이사장인 행정부지사가 연구원들의 반대로 정상적인 이사회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나는 충북개발연구원에 1년간 파견 나가 사태를 수습하고, 주식투자로 고갈된 기금도 정비하고, 제규정도 손보고 해서 연구원을 안정시켰다.
또한, 당시 청원군에서는 민자로 유치한 호텔 문제로 군수가 구속되었다. 그러자 이 호텔을 청원군 공무원들이 직접 운영하겠다고 조례를 제정했으나, 추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청원군에 파견 나가 제3섹터 법인을 만들어 위탁운영 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수습했다.
그리고 어느 날 지사가 지사실로 오라고 했다. 당시 도는 감사결과 ㅊㅈ시에 징계처분을 요구했는데, 시장은 징계를 못 하겠다고 버티는 상황이었다. 지사는 나에게 누가 맞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판단은 간단했다. 재무회계 규칙 위반은 재무과장이 처벌을 받아야 하고, 산림법 적용 위반은 산림과장이 처벌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그 일로 감사과는 한동안 곤혹이었다.
내가 평가계장을 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정부합동평가 최우수 입상전략”이었다. 입상전략은 아주 단순했다. 통상 훈·포장이나, 대통령상 표창 등의 기회가 생기면, 총괄부서 중심으로, 그리고 고위직 중심으로 포상이 이루어졌다. 나는 이원종지사에게 건의해서 정부합동평가만큼은 업무담당자 중심으로 포상을 하고 인사고과가 이루어지도록 건의를 했다. 이원종지사는 이 원칙을 끝까지 지켜주었다.
그러다 보니 업무를 총괄하는 평가담당부서는 훈·포장 등의 혜택은 없었지만, 업무담당자들의 호응으로 결과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충청북도는 3년 연속 정부합동평가에서 최우수(1등)를 했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전국 최상위를 유지했다.
나는 청주·충주의료원을 정상화하고, 정부합동평가에서 충청북도를 전국 최우수 평가를 받게 한 비결 중 하나는 공정한 인센티브 설계라고 생각한다. 인센티브는 누가 봐도 공명정대하고, 지속가능하고, 인센티브를 받는 직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청주·충주의료원에서 인센티브를 줄 때 가능한 빨리 주도록 했다. 예를 들면 매월 10일에 준다고 했으면, 규정을 ‘1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고치고, 3일이나, 5일 이내에 주었다. 물품 대가를 지급할 때도 최대한 빨리 주었다. 물품을 납품하고, 서류를 제출하면 24시간 이내 지급을 원칙으로 했다. 그리고 급하다고 하면 즉시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면 고객은 감동하고 신뢰를 한다.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이나 성공하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나는 이원종지사를 신뢰했고, 이원종지사는 나를 신뢰했다.
강병국 (전)아산시 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