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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 칼럼] 청주·충주의료원 정상화에 대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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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 칼럼] 청주·충주의료원 정상화에 대한 소회

전영철 기자 jyc2558@naver.com 입력 2021/01/06 10:56 수정 2021.01.06 11:05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아산=뉴스프리존] 전영철기자= 하고 싶은 이야기(6): 청주·충주의료원 정상화에 대한 소회

개원 이후 15년 이상 계속된 적자로 폐쇄위기의 청주의료원은 4개월, 충주의료원은 2개월 만에 공공성을 회복하면서 흑자병원이 되었다. 33개월 동안 2개 의료원은 규정도 개정하고 관리 체제도 정비해서 전국 최상위 의료원이 되었다. 그러자 전국 지방의료원과, 자치단체, 지방의회에서 벤치마킹을 했다. 이에 대해 본인이 느낀 생각을 적고자 한다.

1. 인적지원이다. 도청 인사부서 공무원들은 의료원만 중요하느냐고 한다. 그러다보니 의료원에 파견(청주6, 충주3) 보낼 때, 보직 순서가 되니까 보내고, 안 받으려는 직원을 보내기도 했다. 나도 보직 순서가 되어서 갔다. 나를 제외한 파견 공무원 대부분은 도청 인사에 맞춰 수시로 교체되었고, 도청 담당공무원은 갈등으로 교체도 되었다. 안정된 인적지원이 절실했다.

2. 물적 지원이다. 청주·충주의료원은 만성 적자로 임금체불과 물품 대금지급 지연 등으로 정상적인 업무를 할 수가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각 10억 원 이상을 지역개발기금에서 차입했다. 국·도비는 종전보다 단 1원도 더 지원받지 않았다. 그리고 차입한 지역개발기금은 모두 갚았다.

3. 조직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줄 아는 관리 기술자가 있어야 한다. 의료원 임·직원이 기술이 부족하면 파견 공무원이라도 기술자를 보내야 한다. 간판이나 권위나 기득권을 기술로 착각하면 안 된다. 착각하면 혁신은 공염불이 된다. 혁신을 실패한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이 문제라 본다.

4.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를 얻으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 있어야 이사회와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신뢰를 얻어야 소통이 되고, 혁신도 된다.

5. 비리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비리를 근절하지 않고는 혁신도, 정상화도,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비리는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 나는 의사 리베이트와 장례식장 비리를 처벌보다는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6. 설립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공공병원은 흑자 보다는 공공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항생제 없는 병원, 약물남용 없는 병원(리베이트 없는 병원), 저렴한 장례식장 등을 운영했다. 그러자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7. 양적·질적 성과 목표를 주고,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연계시켜야 한다. 인센티브가 없으면 성과목표 달성이 지연되거나 좌초 될 수 있고, 패널티가 없으면 예기치 못한 문제 등에 대응이 어렵다. 나는 이 방법을 써서 성공했다.

8. 관리자는 능력 있고, 자기희생이 있어야 한다. 혁신은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주고, 구조조정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관리자가 능력이 없거나, 자기희생이 없으면 저항을 한다. 더욱이 자리를 유지하거나, 즐기려고 하면 안 된다. 나는 청주·충주의료원에서 이것을 보았다.

9. 혁신 제도는 상급자 중심이 좋다. 청주의료원의 경우는 일부 하급자 중심으로 했지만, 충주의료원은 구성원다수가 참여하고, 상급자 중심으로 하니, 성과가 빠르고, 크고, 지속되는 것을 보았다. 전략적 사고 없이 충동적인 미명하에 혁신을 하다보면 그 조직은 쇄락 한다. 의료원이 다시 어려워진다면 이 문제일 것이다.

10. 혁신 없는 통폐합은 안 된다. 당시 이원종지사는 청주·충주의료원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좋은 감자도 썩은 감자와 있으면 같이 썩는다.’고 했다. 통폐합은 충주의료원도 혁신시킨 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11. 정답은 없다. 조직의 문화, 리더의 역량, 구성원의 이해관계 등에 따라 혁신 방법은 달라진다. 주관 없이 벤치마킹을 하면 모방이 된다. 모방은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청주·충주의료원을 일부 모방했다.

12.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일이란 완벽한 것은 없고 단지 나아질 뿐이다. 그럼에도 전임자 탓만 하면 스스로의 존재이유도 없어진다. 아무리 좋은 혁신도 5년, 10년 후를 장담할 수는 없다. 비판만 하고, 성과가 없으면 안 된다. 비판은 쉽지만 성공은 어렵다.

13. 공정한 대우를 해야 한다. 후일 정상화 공로로 도청 공무원들과 청주·충주의료원 임·직원들이 해외 갈 때 나는 빠졌다. 당시 나는 내 생각을 규정으로 만들고, 규정대로 일을 시키다보니, 공무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방침 결재문서’가 없었던 거다. 그러다보니 새로 온 도청공무원은 내가 일한 흔적이 별로 없다고 봤고, 또한 떠났으니 그만이라는 거였다. 규정은 혁신의 핵심이다.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하면 의료원의 미래도, 우리의 미래도 없다.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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