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심주완 기자 = 우리 땅이었던 간도를 청나라에 넘긴 1909년 청나라와 일본의 간도협약과 관련, 2005년 10월 서울시의회는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제3자간에 체결됐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며 '간도 협약의 파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의 영토였던 간도가 청나라와 일본이 간도협정을 맺은 지 100년이 지나면 영구히 중국 영토로 귀속되므로 그 이후론 영토주권을 주장할 수가 없게 된다는 100년설에 기인한 것인데, 그 100년설에 해당하는 2009년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우리 영토를 되찾고자 나온 목소리로 해석된다.
◆ 국제법상 영토 100년 한계설, 있을까? 없을까? 시민단체간 진실공방으로 치달아
우리의 영토였던 간도가 청나라와 일본이 간도협정을 맺은 지 100년이 지나면 영구히 중국 영토로 귀속되어, 그렇게 되면 우리는 향후 간도에 대해 영토주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당시 제기됐던 100년설의 요지다.
이처럼 영토를 100년 동안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동안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점유하고 있는 나라에 영구히 귀속될 수 있다는 100년 시효설을 두고, 지난 2009년 민족단체를 표방하는 A단체가 "우리땅 간도를 되찾겠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간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게 사실인지 그저 퍼포먼스로 그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 한 시민단체와 A단체 간 진실공방으로 치닫게 됐다.
A단체 대표 B씨는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등에 올린 공지글 등을 통해 당시 상황들이 각종 언론에 실렸다고 밝히며 ▲2009년 9월 1일(민족주권의날) 간도반환 제소 서류와 접수증 ▲간도반환소송 통일정부 대표 국제사법재판소 정식제기 등의 소식을 알리고 있다.
A단체와 통일준비정부가 간도반환청구소송을 진행, 지난 2009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정식으로 접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명백한 간도반환요구의 근거사유로 지난 1952년 일본과 중국 간 맺은 협약을 들고 있다. 당시 양국 간 "1941년 12월 9일 이전에 체결한 모든 조약·협약 및 협정은 무효"임을 세계만방에 합의·공표한 바 있어서다.
A단체는 12년전 당시 이 같은 업적이 "국방부 국사교과서에도 실렸을 뿐 아니라 다수 매체에서도 다뤄졌다"며 단체 공신력을 뒷받침하는데 크게 활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9년 7월경 단체 창립 10주년 기념대회와 관련한 초청장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부각시켰다.
A단체는 당시 행사 초청장을 통해 "민족통일의 역사에 남을 민족대표 300명을 찾습니다"면서 "위법망구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칠 의인 300명중 한 분이 되어 민족의 역사를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홍보한 바 있다.
B대표는 단톡방에 올린 글을 통해서는 "민족대표 300분은 나중에 건국훈장도 드리고, 후손 3대까지 연금을 줄 것"이라며 참가자들에게 명예와 금전적인 혜택까지 장담했다.
그런데 A단체가 내세우는 활동과 호언들이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B대표의 이같은 장담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이에 B대표는 "자신들이 피해를 끼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맞서면서 양측이 형사고소 등을 통해 거칠게 다투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A단체가 2009년 9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했다는 간도반환청구소송에 대한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통일정부? 국방부 역사교과서 수록은 사실일까?
A단체와 관련해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간도반환청구소송이 제기될 필요도 없고 국제법상 제기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즉 국제법적으로 "영토 100년 한계설은 없다"는 것.
이와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선 우선 외교당국자의 말을 빌려 "영토협약 100년 시효설은 관례도 아닐뿐더러 국제법상 어디에도 없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추론에 따른 판단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B대표는 지난 2월 7일 취재팀과 만나 "우리 민족회의 통일준비정부는 그로티우스 학설을 믿지 않는다. 그 학설을 지지하면 민족매국노가 된다. 우리도 그로티우스 학설이 틀리길 바란다“며 ”그러나 민족역사를 책임지는 우리로서는 0.00001%라도 국제법상 불리한 조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제소한 것으로, 이를 칭찬은 못할망정 흠집을 내는 것은 민족매국노“라고 주장했다.
그로티우스의 학설과 관련, 한웅 변호사는 “정설은 아니다”라며 “휴고 그로티우스의 주장일 뿐이다. 실효적 지배는 점유기간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문제의 100년 시효설은 학설로서는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제기되는 의혹은 A단체가 강조하는 간도반환청구 소송 접수 사실이 국방부 국사교과서에 개제되어 있고,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되어 있는 카페에 해당 이미지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그 실체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시민사회운동단체협의회’가 2019년 10월 29일 국방부 감사관에게 해당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근거를 묻는 민원에 대해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같은 해 12월 26일 "귀하께서 확인을 요청하신 자료는 본 연구소에서 발간한 도서가 아니며 구체적인 서지사항이나 사용유무를 확인 할 수 없습니다"고 회신한 바 있다.
이같이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에, 취재진은 B대표를 향해 "제소 사실이 실렸다는 국방부 국사교과서는 몇 년도에 발행되고 그 정확한 책 이름과 표지 사진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B대표는 "군사편찬연구소에서는 그런 책자를 내지 않았다는 말이고, 우리가 쓰는 사진에 관해서는 사실 확인을 할 수 없다는 회신"이라며 "국방부는 이런 것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과 외교적인 마찰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세 번째 제기되는 의혹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은 'UN에 가입된 국가'만이 수행할 수 있는데 시민단체가 어떻게 소송을 신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A단체 또한 나름 치밀한 사전 작업을 거쳤다. 즉 "미래 준비 국가가 필요해 2009년 7월 17일 제헌절에 제헌의회 격인 A단체를 구성, 세계 1억5000만명 한민족을 대표하는 통일준비정부를 만들었다"는 것이 B대표의 주장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국가가 아닌 기관인 A단체와 통일준비정부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 직접 가서 정식으로 간도반환청구 소송서류를 접수했고, 접수확인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선 "사건 접수는 국가만이 할 수 있지만, 탄원서 접수는 아무나 할 수 있다"며 "통일준비정부는 국가 자격이 아니므로 접수하는 내용이 간도반환청구소송이라 하더라도, 탄원서를 접수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외교부도 2019년 6월 민원 회신을 통해, 이 같은 지적이 타당하다고 손을 들어줬다.
실제 '시민사회운동단체협의회'가 "국가가 아닌 기관(통일준비정부)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간도반환제소를 할 수 있는가"라고 외교부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국가 간 분쟁해결을 담당하는 국제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는 국가만이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회신 받은 것이다.
‘시민사회운동단체협의회’는 이와 같은 외교부 회신과 외교부 영토해양과 등의 전화 답변을 근거로 들며,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자격이 아니면 그 어떤 형태의 접수도 하지 않는다“며 "A단체와 통일준비정부라는 단체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가서 무엇을 했든 간에 그것은 이 단체가 행한 국제적인 퍼포먼스의 하나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취재진은 "통일준비정부가 국가자격이 있나"라고 B대표에 질의했다. 이에 B대표는 "간도 문제나 민족 역사에 아주 무식한데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반박했다.
B대표는 이어 “외교부 답변서는 누구나 아는 상식적인 당연한 얘기”라면서 “민족회의 통일준비정부는 비록 준비정부 임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가입된 정부로 인정받아 제소를 접수한 것이 역사적으로 위대하고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법재판소에는 어떤 서류일지라도 유엔에 가입된 정부의 서류가 아니면, 수위실에서 바로 폐기 처분된다. 엉뚱한 얘기를 하는 측의 지적 수준이 의심된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에 취재진은 "현재 국제사법재판소 웹사이트 목록에서는 확인이 안 되고 있는데 그후 소송은 어떻게 진행이 되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B대표는 "실효 점유 100년이 되기 전 문제제기를 한 만큼, 탄원서를 내든 제소를 하든 국제분쟁 지역임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알리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사법재판소 웹사이트에 나오려면 상대방인 중국이 대응을 해야 되지만, 중국에서 대응하지 않았으니 재판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 “가품 도자기 판매 가격은 천차만별”
B대표는 A단체의 성격과 회원 숫자 등에 대해서는 “비영리법인으로 되어있다”면서 “2019년 7월 10주년 행사 때 천도교 대강당에 500명 정도가 모였다. '다음' 카페 (회원이) 2,600명 된다. 평소에 동지로서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고 회비 내겠다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는 회사 생활하면서 월급의 절반 이상을 민족운동에 썼다. 지금은 퇴직해서 연금을 받는데 생활에 지장이 없다. 민족운동을 빙자해서 어디서 돈을 후원받지 않는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단군수련법 검학을 무료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비 마련 방법에 대해선 "도자기를 팔아서 하는데, 민족운동하는 사람들에겐 팔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는다. 도자기 전문가나 애호가, 소장가들에게 팔아서 행사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가품 도자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이에 B대표는 “진품이라고 팔면 우리 목 달아나고 감방 간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니, 우리는 절대 진품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감정사들이 와서 팔아주겠다고도 한다. 그래서 여러 갈래로 판매한다. 100억에 산다는 사람도 10조에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10만원에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중국 도자기 감정서도 몇십 장 있지만 보여줬다가는 오히려 물건이 안 팔린다. '너 그런 곳하고 거래해? 우리는 너하고 거래 못해'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감정서는 안 보여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짜 도자기만 파는 게 아니고, 진짜 골동품도 있다. 그래서 진짜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며 감정서 2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B대표는 이같이 설명한 후 “가짜 도자기 얘기는 모함 날조하는 측 얘기”라면서 “그들은 명예훼손으로 벌금을 냈다. 도자기를 파는데 진품 가품을 따지고 파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시민단체들과 명예훼손 등의 고소사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선 “제명된 두 사람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동지였기에 고소를 안 하려고 했지만, 이분들이 모함날조 소설을 쓰며 먼저 고소했다. 너무 억울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맞고소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일준비정부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간도반환소송을 위해 통일준비정부 제헌의회를 만든 것”이라면서 “정치학자들이 제안해서 민족대표자 회의체를 구성한 후 2009년 7월 17일 통일제헌의회 헌법도 만들었다. (같은 해)8월 15일에는 그것을 가지고 통일준비정부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