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꺼리는 것은 ‘이해충돌’이 아니라 ‘중수청 설치’이다.
국회가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중앙일보가 비난하고 나섰다(2021.02.19). <수사받는 의원들이 검찰 해체 하겠다니> 라는 표제하에 실린 사설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여권 인사들이 중수청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하고, 이것이 ″이해충돌″이라고 규정한 것이 그러하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이해충돌 되는 이들이 중수청을 설치하려고 한다’라고 할 때 초점은 ‘이해충돌’이 아니라 ‘중수청을 설치’에 있음을 보게 된다. 이해충돌 따위가 아니라 중수청 추진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정말 ‘이해충돌’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중앙일보는 수사대상이 된 이들 말고 다른 이들이 중심이 되어서 중수청을 추진해야 한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중수청 추진 자체를 거부하면서 그 핑게를 ‘이해충돌’에서 찾을 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더해 중수청까지 출범한다면 검찰은 말 그대로 해체 수순으로 돌입하게 된다”는 중앙일보의 염려가 그 증거이다.
둘째, 이 같은 중앙일보의 중수청 추진 거부 기조는 현재 검찰조직만이 유일하게 정당한 수사권력인 것이라고 우기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이해충돌’에 안 걸리는 이들이 추진했더라도 또 다른 구실을 찾아서 반대했을 것이 분명하다.
중수처 설치가 자기모순적이다?
중앙일보는 중수청 추진이 자기모순적이라고 한다. 중수청 법안의 핵심은 6대 중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인데, 이 6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은 올 초부터 시행된 것으로서 실시 한 달여 만에 무력화하는 법안을 여당이 추진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2018년에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직접수사를 인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딱히 그런 것이 아니다. 조국이 민정수석이었을 때란 것은 그가 장관이 되기 전이란 뜻이고, 장관 후보가 되면서 상황이 급변했고, 검찰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던 점을 중앙일보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실로 세상에 둘도 없는 권력을 독점한 한국 검찰이 그 독재권력을 잣대도 없이 차별적으로 행사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조국의 아내 정경심은 피고 조사도 하기 전에 기소부터 하고, 집중 표적 수사하여 단 며칠 새 69회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반면, 나경원 전 국힘당 의원은 13건 고발사건에서 단 1회도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또 13건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중앙일보 사설’의 뻔뻔함에 국민은 분노한다
중앙일보는 중수청 추진의 주체와 배경을 왜곡했다. 주체와 관련하여 중앙일보는 검찰 수사 혹은 재판을 받는 피의자인 황운하, 김남국, 최강욱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있을 뿐이고, 국민’은 중수청 설치에 반대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전제는 다 오류이다. 중수청 설치는 서너 명 의원 혹은 전 장관이 추진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야당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여당 다수와 국민 다수는 검찰의 횡포에 반발하고, 중수청 설치에 찬성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중수청 설치의 배경도 왜곡했다. “이해충돌과 자기모순이 뻔한 상황에서도 왜 여권은 중수청 설치에 힘을 쏟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제시한 다음 중앙일보는, “임기 말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막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중앙일보는 다시 조국 장관의 말을 인용하여, “조국 전 장관 등이 스스로 인정한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가 현재 권력으로 향하는 것이 불편하고 두려운 것“이라고 적었다. 나아가 “여기에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된 의원들의 개인적인 ‘한풀이’도 더해진 것”이라고 했다.
중수청 설치에 반대하는 중앙일보의 이같은 해석을 까뒤집으면 그 뜻은 명쾌하다. 지금 있는 검찰조직을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가만히 놔두라는 것이다. 검찰은 표적수사를 하고, 거짓 증거를 작심하고 조작하여 무고한 이를 죄인으로 만들고, 검찰끼리 싸고돌아 100만 원 못미치는 93만원 접대비를 억지로 꾸며내어 동료검사를 불기소 처분한다 해도 가만히 두라는 뜻이다. 그 기득권을 손보려는 이가 오히려 ‘이해충돌’과 ‘자기모순’에 걸리기 때문이다.
임명직 검찰조직이 아무에게도 견제받지 않는 초법적 존재, 저승사자와 같이 군림하는 가운데, 급기야 민초가 뽑아 올린 선출직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까지 자칫 ‘한풀이’ 하는 신세로 타락하게 생겼다. 선거에서 뒤진 해묵은 기득권 세력이 검찰을 통해 민초의 뜻을 짓밟고 있고, 그렇게 뒷배를 깐 검찰은 명색이 모든 권력의 주권자 민초의 뜻을 발아래 짓뭉개고 있다.
검찰의 역할은 권력 수사가 아니라 모든 범죄의 수사이다. 그 검찰이 본분을 저버리고 지금 손위 권력을 향한 ‘권력 게임(놀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기소독점권, 영장청구독점권, 기소편의주의 등 막강한 권한을 독점한 검찰이 스스로 권력의 꼭대기에 서기 위해서, 직속 상관인 법무부장관도, 최고 행정수장인 대통령의 권한도 발아래 깔아뭉개려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남은 임기 1년 동안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 대상들이 직접 나서서 검찰 분해를 추진하는 뻔뻔함을 국민이 그냥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사설은 틀렸다. 검찰의 역할을 오해했고, 국민이 뻔뻔하다고 보는 대상을 바꿔치기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검찰 분해’를 추진하는 이가 아니라 이렇듯 뻔뻔한 ‘기존 검찰조직을 옹호하는 중앙일보 사설의 뻔뻔함에 분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