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이준석 기자=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희곡전을 개최한 김환일 작가를 만나 소감을 연작 인터뷰에 담았다.
1973년 서울 출생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한 김환일 작가는, 2019년 <고해(告解), 고해(苦海)>라는 작품으로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경상일보) 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얼마되지 않은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도 많은 수의 희곡들을 발표하며, 모두 무대에 올려질 정도로 예술단체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거기에 최근 자신의 희곡들을 모아 2021. 3.16~4.11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후암스테이지1관' 에서 열린 이번 김환일 희곡전은 "신이 준 선물 '망각'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여러 작품 중 <고해(告解), 고해(苦海)>를 '극단 수평선에'서, <2인실>을 '극단 창작집단지성'에서, <2인실>과<무간도>를 '극단 무대그리고나'에서 그리고 '고온문화예술'에서 <무간도>를 마지막 주에 공연하였다.
사실, 김환일 작가는 최근 등장한 신인이 아니다. 소설가로서 '김탄' 이라는 필명으로 2014년에 이미 등단했던 프로작가로 방송드라마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희곡들로 연이어 공연하게 된 김환일 작가를 만나 소감을 연작 인터뷰에 담았다.
-----------------------인터뷰 ①
기자: 안녕하세요. 개인 희곡전까지 열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김환일 작가(이하 환일): 역량도 경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개인 희곡전을 개최한다는 점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단막 2인극만 모아둔 희곡전이라니? 작가로 데뷔했던 2019년부터 현재까지 함께 공연했던 극단 여러분께서 단막극을 좋아해 주셨어요. 게다가 코로나19 상황 때문인지 공연 시간이 짧고 주제를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단막극을 선호하셨던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구성원의 나이가 젊은 극단일수록 저의 단막극을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작가로서 희곡을 완성하고 나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과연 이 희곡이 무대화될 수 있을 것인지, 관객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 말이죠. 그런데 희곡을 무대화한다는 것은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럴 때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극단에서 제 이름을 건 희곡전 개최를 제안해 주셨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기자: 그래도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소신있게 작품발표하고 공연화 시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환일: 사실 속으로는 좌불안석이었어요. 개인 희곡전은 거장들의 전유물로 생각했거든요. 감히 햇병아리 작가가 꿈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과연 거장이 될 수 있을까?”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래도 각고의 노력을 한다면 20년쯤 후엔 희곡전을 열 수도 있지 않을까?” 역시 부정적이었어요. “그럼 지금이라도 해 보자.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기자: 준비과정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환일: 희곡전을 위해 따로 준비한 건 거의 없었어요. 기획팀과 극단 관계자들의 노력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전적으로 연출과 배우의 선택과 노력을 믿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실을 찾아갔고, 희곡의 의도와 재구성 등 여러 방향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공연 기간 전에는 예술인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어요. 집도 멀고, 바쁘기도 하고, 코로나 핑계도 대면서요. 그리고 올려진 공연들을 딱 한 번씩만 관람했습니다. 제가 객석에 앉아 있으면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더라고요. (웃음)
기자: 극단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웃음)
환일: 같은 작품을 서로 다른 해석으로 재탄생시킨 극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제가 쓴 희곡(텍스트)이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번 희곡전의 성과라고 생각되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작가가 아닌 관객으로서 객관적으로 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기자: 극단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웃음)
기자: 김환일 작가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가이드를 주신다면?
환일: 데뷔작인 <고해, 고해>를 비롯해 <양팔저울>, <2인실>, <무간도>, <인형의 집> 등 2인극이 적성에 맞는 편이예요. 모두 극한의 상황에 처한 두 사람의 선택을 다룬 작품들인데요, 기독교와 불교적 세계관 바탕의 작품도 있고,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쓴 작품도 있고, 미스터리 스릴러도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로 다른 작품에서 공통점을 느낀 관객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걸 작가의 정체성이라고 해석해야 할지, 아님 자가복제품을 양산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다행스러운 건 모든 작품이 초연 이후 다양한 구성원과 무대를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이죠. 서로 다른 해석으로 여러 번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작가로선 행운이자 축복이 아닐까요?
기자: 이번 희곡전의 세 작품들의 성격은 어떻나요?
환일: 이번 희곡전에선 <고해, 고해>, <2인실>, <무간도>를 4개의 단체가 각기 다른 해석으로 무대에 올리게 되었어요.
"고해(告解), 고해(苦海)"는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데뷔작으로 애착이 큰 편인데,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여 개의 단체가 공연을 올렸어요. 신기한 것은 공연마다 다른 무대 장치와 해석을 선보였다는 점이죠.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제목은 다소 아이러니해요. 고해(告解)는 천주교의 고해성사를 뜻하는 말로, 주인공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상황을 암시하고, 고해(苦海)는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의 바다’로, 누군가 영원히 고통 속에 살아가기를 원하는 주인공의 기도를 뜻합니다. 깊은 밤, 야산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원죄와 고통에 대해 관객들의 진지한 성찰을 바라며 쓴 작품입니다.
"2인실"의 원제는 <인페르노(Inferno)>에요. 맞아요, 단테의 ‘신곡’ 지옥편 인페르노. 병원 2인실에 두 사람이 누워 있죠. 하나는 죽음을 앞둔 폐암 환자로 단 하루라도 더 살기를 갈망하고, 다른 이는 건강한 몸이지만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 둘이 서로의 몸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서로를 바꾼 그들은 과연 행복해졌을까요?
그런 상상을 하다가 단테의 ‘신곡’ 인페르노가 떠올랐습니다. 서로를 바꾼 그들은 혹시 지옥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항상 자신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처지를 바꾸고 나면 또 다시 자신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더 끔찍한 건, 우리 인간은 오늘도 반복되는 고통에 무뎌져 이곳이 지옥인지도 모른 채 희망을 꿈꾸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무간도"는 두 차례의 꿈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 꿈은 꽤나 강렬했지만 깨자마자 희미해져 버렸는데 한 달쯤 지났을까요? 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요. 이번엔 깨자마자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무간도(無間道)>는 중의적 의미가 있어요. 첫째, 열반에 이르는 과정 중 하나로 번뇌에서 벗어나 막힘이 없는 경지. 둘째, 무간지옥(無間地獄)에 이르는 길.
전혀 관련 없어 보이겠지만, 제겐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졌어요. 누군가(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어느 순간 집착으로 변하고, 그 집착으로 인해 삶이 지옥처럼 변한다면? 그럼 현재 내가 느끼는 삶의 고통은 과연 어떤 길에 놓였을까요? 열반으로 향하는 길일까요, 무간지옥으로 향하는 길일까요? 사실 <2인실>과 <무간도>는 연작의 성격이 짙습니다. 동서양의 다른 세계관에서 출발했지만 ‘지옥’이란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심지어 대사의 일부를 공유하거든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이 유명한 것처럼, 언젠가 지옥 3부작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김환일 작가의 주요 작품 및 선정작>
2019년 01월 <고해(告解), 고해(苦海)>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경상일보)
2019년 03월 <레테, 망각의 강> 인하극예술연구회 제80회 정기공연
2019년 03월 제28회 신춘문예 단막극전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
2019년 04월 제1회 딜레마극장 <2인실>, <양팔저울> 낭독공연
2019년 06월 무작정 페스티벌 <양팔저울>,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
2019년 08월 <반성문, 살인 기억> 낭독공연
2019년 08월 제19회 밀양공연예술축제 <양팔저울> 공연
2019년 08월 제3회 극장 동국 연출가전 <레테, 망각의 강>, <도금의 시대> 공연
2019년 10월 제9회 서울미래연극제 <양팔저울> 공연
2019년 11월 제19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양팔저울> 공연 (희곡상 수상)
2020년 01월 <그분이 오셨다> 공연
2020년 11월 <인형의 집> 공연
2020년 11월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
2020년 12월 뮤지컬 <별이 쏟아진다> 공연 (각색)
2021년 02월 제2회 딜레마극장 <레테, 망각의 강>,<2인실>,<무간도>,<인형의 집> 공연
2021년 03월 김환일 희곡전 <2인실>, <무간도>,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